![](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6/S201411N037_01.jpg)
5년 뒤인 1983년, 지구에는 75년 만에 찾아온 핼리혜성 열풍이 불었다. 핼리혜성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러시아, 일본, 유럽이 각자 관측선을 보냈다. NASA도 탐사선을 발사하고 싶었지만 예산이 부족했다. 이때 ISEE-3호의 책임자이자, 수학자였던 로버트 파커는 이 탐사선의 궤도를 조절해 핼리혜성을 관측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결국 ISEE-3호는 다섯 번이나 지구와 달을 돌아 핼리혜성과 지아코비니-지너 혜성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다시 라그랑주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ISEE-3호는 원래 위치인 라그랑주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동력이 그만큼 남지 않은 것이다. 임무를 마친 1986년부터는 태양 중력에 의해 지구 반대편으로 태양을 크게 돌았다. 1999년에는 지상의 통신장비를 교체하면서 정기적인 교신마저 끊겼다.
ISEE-3호와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은 2008년이다. 오래된 탐사선은 태양을 한바퀴 돌아 지구 근처로 돌아왔고 NASA의 심우주 통신장비가 우연히 신호를 잡아냈다. 실험장비 13개가 여전히 작동하는 것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NASA는 ISEE-3호를 포기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은퇴한 NASA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벤처회사 ‘스카이코프’가 나섰다. ISEE-3호의 실험 장비를 태양 관측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폐업한 맥도날드를 본부로 둔 괴짜 과학자들은 이 탐사선을 다시 라그랑주점으로 돌려놓으려 했다.
36년 전에 지구를 떠난 ISEE-3호와 다시 교신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교신 프로그램을 짜야했다. 지름이 20m가 넘는 거대 안테나도 필요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6/S201411N037_02.jpg)
17년 뒤에는 다시 돌아올까
그러나 결과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7월에 본격적으로 궤도 수정에 나서자, 시험 가동 때는 멀쩡히 작동하던 로켓 펌프가 말썽을 일으켰다. 탱크 안의 질소가 새 펌프가 힘을 잃은 것이다. 기술자들은 7월 내내 다른 시도를 했지만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 ISEE-3호의 귀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스카이코프 직원들은 8월 16일 오래된 맥도날드에 모여 작별 파티를 열었다. 발사 때부터 탐사선을 지켜봐온 로버트 파커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ISEE-3호는 다시 지구의 반대편으로 태양을 크게 돌아 17년 뒤 지구에 돌아온다. 이 탐사선은 17년 뒤에도 파커와 만날 수 있을까? 파커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파커는 올해 81살이다. 위성이 다시 돌아올 때 그의 나이는 98살이 된다.
![ISEE-3호 발사 전, 로버트 파커(왼쪽 첫번째)와 그의 가족](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0/739392885544ef0e694fec.jpg)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706/S201411N037_03.jpg)
탐사선으로서의 기능은 끝났지만 ISSE-3호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공개모금에 참여했던 구글은 ‘스페이스 크래프트 포 올’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ISEE-3호의 정보를 공개했다. 화려한 3D 그래픽과 반응형 브라우저로 ISEE-3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7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친구를 이곳에서 직접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