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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딱딱한 설명과 어려운 수식으로 된 분야일까. ‘과학동아’ 독자라면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알기 쉬운 인포그래픽을 접하고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학 시각화는 사실 전통이 꽤 오래됐다.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영국 대영도서관에서 개최됐던 전시 ‘아름다운 과학(Beautiful Science)’을 통해, 과학과 예술의 과학적이고 미적인 만남의 역사를 알아보자.



▲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바다’
17세기의 독일 작가 에버하르트 베르너 하펠은 탐험가들의 경험에 의존해 해류 지도를 만들었다(아래).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위성과 부이를 이용한 수상 측정 장비를 이용해 훨씬 정교하게 지도를 만든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05~2007년 사이에 측정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이 지도는 미국 인근 바다의 복잡하고 미시적인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런 지도를 보면 교과서에서 배우는 아주 간략한 해류 지도 역시, 언젠가는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지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펠의 해류지도처럼.
 
▲ 기상학의 아버지
‘비글호’라고 하면 진화론의 선구자 찰스 다윈이 떠오른다. 하지만 다윈의 그림자에 가려져 또 한 명의 위대한 선구자는 곧잘 잊혀진다. 로버트 피츠로이는 비글호의 선장으로, 근대적인 기상예보를 한 선구자로 인정 받는다. 그가 남긴 지도는(남쪽이 위를 향하고 있다) 영국 주위의 폭풍과 열대성 저기압이 찬 극지방의 공기(파란색)와 열대의 따뜻한 공기(붉은색)가 만나는 경계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그림의 표현 방식은 요즘의 위성 영상과 놀랍도록 닮았다. 이 때는 최초의 인공위성이 우주로 올라간 때(1957년)보다 한 세기 이상 앞선 시대였다.
 
▲ 목숨 걸고 만든 첫 해류지도
오늘 교과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배우는 해류지도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바다를 관측한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 360년 전인 1675년에 하펠이 만든 첫 해류 지도는 당시까지의 탐험 결과를 바탕으로 바다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이 지도에 표현된 해류는 지금 보면 완전히 틀렸다. 표층수와 심층수의 구분도 없고, 전지구적인 순환도, 난류와 한류 개념도 없다. 하지만 바닷물이 지구 전체를 순환한다는 개념을 이렇게 일찍부터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 나이팅게일의 진심
인포그래픽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그래프로, 19세기 중반 크림전쟁에서 활약한 간호사 나이팅게일의 파이 차트가 있다. 일명 ‘장미 다이어그램’이라고 불린다. 당시 군대에서는 전쟁에서 전사하는 군인의 수보다 불결한 환경 때문에 감염병에 걸려 죽은 사상자가 더 많았다. 병영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통계 자료와 함께 건의해도 의회에서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내용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었다. 먼저 월별 사망자 수를 원인 별로 분류해 모은 뒤, 그에 비례하는 반지름의 부채꼴로 그렸다. 그림에서 푸른 색 영역은 위생 상태 때문에 죽은 병사의 수고, 붉은 색은 직접적인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의 수, 그리고 검은색은 기타 원인이다. 부채꼴이 클수록 사망자가 많다는 뜻으로, 감염병으로 사망한 병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그래프가 나이팅게일이 의도한 위력을 발휘했을까.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나이팅게일은 이후에도 인도의 시골 위생 상태를 개선하도록 의회를 설득하는 데 통계자료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 틀렸지만 의미 있었던 진심
나이팅게일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활동한 통계학자 윌리엄 파는 그래프를 잘못 활용한 경우다. 그는 1840~1850년 사이에 만연했던 콜레라에 주목했다. 콜레라 사망자 수와 기온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의심한 파는 “눈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래프를 그렸다. 안쪽 작은 그래프는 주별 평균온도고, 바깥 큰 그래프는 사망자 수다. 그는 콜레라가 나쁜 기운(공기)에 의해 감염되며 이 기운은 템즈강의 물이 증발되면서 나온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그가 온도 그래프를 그린 것도 증발이 콜레라의 원인임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이후 콜레라는 오염된 물의 박테리아 때문에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가 의도한 내용은 틀렸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자료를 바탕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이것을 그래픽으로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공중보건 분야의 전통을 낳게 한 선구적인 시도로 평가 받고 있다.
 
▲ 지도 위의 콜레라
지도는 쓸모가 많다. 범죄 프로파일러들은 지도에 표시된 범죄 장소를 바탕으로 범죄의 특성을 분석하거나 예견한다. 마찬가지로 역학 연구자들은 감염병이 발생한 장소를 표시해 병의 전파 특성을 파악하거나 예방한다. 1855년 영국의 의사 존 스노우가 만든 이 지도는 런던 도심지 지도에 1854년 콜레라 창궐지를 표시하고 있다. 이 지도는 발병지가 어디이며 어떤 경로로 퍼지는지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스노우는 나쁜 기운을 지닌 공기가 퍼져 콜레라가 확산된다는 당시의 지식에 의심을 품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유는 모르지만(당시는 아직 병균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다), 특정 펌프가 있는 곳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비록 물에서 어떤 이상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우물을 막도록 설득했고, 그 결과 병의 전파를 막는 데 성공했다.
 

▲ 오늘날의 역학 지도

오늘날에도 역학지도는 유용하게 쓰인다. 국제 역학 자료와 사람들의 이동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이 지도는 2009년에 일어났던 인플루엔자 대유행(팬데믹)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줬다. 최근에는 반응형(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전파 시나리오와 방역법,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 생명의 태양

고대 그리스에서 영감을 얻어 지구상의 생명을 분류한 관념적인 그림이다. 가장 먼저 지혜의 여신이 존재하고, 이어서 광물, 식물, 동물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인류는 동물 중 마지막에 묘사돼 있다. 특이한 것은 지구를 벗어난 곳에 하늘이 묘사돼 있다는 점이다.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등의 순서로 하늘의 영역이 나뉘어 있다. 아래는 ‘네이처’에 실린 새 9993종의 유전적 관계도.
 

▲ ‘네이처’에 실린 새 9993종의 유전적 관계도.
 
▲ 생명의 나뭇잎
은행잎 모양의 이 그림은 인간과 다른 5종의 동물 사이의 염색체 유사성을 시각화한 그림이다. 왼쪽 위부터 차례로 침팬지, 개, 주머니쥐, 오리너구리, 닭이다. 각각의 원(염색체)에서 아래 반원은 인간의 염색체이고, 위 반원은 해당 동물의 전체 유전체(게놈)다. 선은 비슷한 유전자끼리의 연결선이다. 진화적으로 가까운 대상과 보다 많은 염색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생물학자 에르네스트 해켈의 생명의 나무. 다윈의 영향을 받았다.
 

201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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