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인간의 성격은 문화권에 상관 없이 크게 외향성, 성실성, 원만성, 신경증, 개방성의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성격의 5요인 이론’이라고 한다(성격과 관련해서는 이미 MBTI 같은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만 ‘성격 5요인 이론’이 끝판왕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오해를 받고 있는 ‘외향성’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외향성은 심심한 걸 잘 못 참는다
외향성을 측정하는 문항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각 문항에 크게 동의할수록 외향적, 그렇지 않을수록 내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외향성은 다섯 가지 성격 요소 중 신경증과 함께 유전적 영향(약 60%)이 가장 큰 요소이다. 모든 성격 요소들이 어느 정도 그렇지만 외향성이라는 그림은 반 이상이 태어날 때 이미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즉 외향성은 잘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특성이다.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외향적인 사람이 되거나 또는 그 반대의 일은 잘 일어나지는 않는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회성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게 외향성의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외향성의 핵심은 사회성보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외향적인 사람들은 심심한 걸 잘 못 참는 편이다. 학자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열심히 만나는 것이나 것이나 모임을 즐기는 것도 결국 이런 ‘즐거움 추구’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사회적 활동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에게 가장 즐거우면서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오락 활동이다).
같은 맥락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자극을 덜 필요로 하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사회성이 낮은 이유도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기 보다 혼자 있어도 별로 심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 외향적인 사람이나 내향적인 사람이나 사회적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는 다르지 않다. 또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쑥스러움’이나 ‘거절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성격보다 ‘자존감’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모든 성격 특성들이 다 그렇지만 외향성도 역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위험하더라도 즐거우면 한다’라는 보상추구 모드가 가져오는 부작용들이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도박이나 약물에 비교적 쉽게 빠지고 암벽타기, 스쿠버다이빙, 과속 운전 같이 다소 위험성이 높은 스포츠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향적인 경우 상대적으로 자극추구 성향이 낮기 때문에 스릴 넘치고 활동적인 취미보다 다소 정적인 취미 활동을 선호하는 편이며 각종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을 확률이 높다. 또 외향성이 높을수록 자기 주장이 강해서 독불장군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자신감에 넘치거나 들뜨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높은 외향성이 꼭 바람직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외향성 ‘중간’ 영업실적 가장 좋다
여러분이 만약 사장이라면 외향성이 높은 사람과 중간인 사람, 낮은 사람 중 어떤 사람을 ‘영업사원’으로 뽑을 것인가? 보통은 외향적인 사람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실제로 외향적인 사람들은 영업직으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그런데 정말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이 영업실적이 좋을까? 좀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아담 그랜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 회사 영업 사원들의 영업실적과 외향성 간의 상관 관계를 보니 뒤집어진 U자 모양의 그래프가 나타났다. 외향성이 낮은 사람이나 높은 사람보다 ‘중간’인 영업사원들이 가장 좋은 영업실적을 올렸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연구자는 외향성이 너무 높은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기의 주장을 밀고 나가거나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 고객들로 하여금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외향성이 ‘중간’인 사람들은 ‘상황이나 고객의 특성에 맞com게’ 자신의 행동을 잘 조절하며, 자기 주장을 할 때도 고객의 말을 잘 듣는다. 또 자신감이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비추는 반면 겸손해야 할 때는 바로 고개를 숙이는 식으로 태도가 유연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고 보았다. ‘영업직은 역시 외향적인 사람이 제격이지’라는 믿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객관적인 실적과 상관 없이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의 호감을 잘 사고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잘 만들기 때문에 취직을 잘 하고 직업 만족도가 대체로 높은 편이긴 하다. 사업을 직접 하는 경우에는 높은 외향성이 대체로 득이 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하지만 영업 사원처럼 딱히 외향적이지도, 내향적이지도 않은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극단적인 한 가지 모습으로만 살기에는 우리 삶을 둘러싼 환경들이 너무 복잡하다는 걸 나타낸다. 성격 특성들에 있어 딱히 이쪽이나 저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이 가장 높은 적응력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