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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금사빠 아냐?”
“아니야. 그냥 그녀가 내 스타일이라서 그러는 거야.”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저번에도 ○○ 보자마자 내 스타일이라면서 정신 못 차렸잖아.”
“그 때는 그냥 외로웠던 거지만 이번엔 심각해.”

이번 주제는 ‘금사빠’입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을 줄인 말입니다. 찬바람이 불며 ‘옆구리가 썰렁한’ 가을이 되면 솔로들은 빨리 짝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거리를 지나는 커플들이 마냥 부러워지고 괜찮은 이성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금사빠’가 됩니다.
금사빠는 인터넷에선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하거나 주인공과 쉽게 사랑에 빠지는 로맨티스트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해 초 번역돼 나온 ‘이웃집 사기꾼’이라는 책은 금사빠를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문화학을 전공한 스텐 티 키틀과 역사학자이자 예술사가인 크리스티안 제렌트가 쓴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숨에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사기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도 높다고 지적합니다. 인간은여전히 1만 년 전의 뇌와 감각으로 단 몇 초 만에 상대를 ‘스캔’한 다음, 잠재적 짝짓기의 대상인지 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너무 빠를 경우 사기꾼에 당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의 견해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무조건 ‘옳다’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정말로 ‘금사빠’가 존재하는 과학적이유에 대한 연구도 있으니까요.

지난해 말 학술지 ‘뉴로사이언스’에 사람들이 이성에게 ‘첫눈에 반하는’ 이유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더블린트리니티대의 심리학 박사 제프리 쿠퍼는 독신 여성 78명과 독신 남성 7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의 전전두엽이 이성의 육체적 매력과 결혼 적임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런 판단을 하는 데는 1000분의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에게 이성의 사진을 수 초간 보여주며 뇌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러자 전전두엽이 마음에 드는 이성을 봤을 때 많이 활성화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에게만 매력적인 이성의 얼굴을 봤을 때 전전두엽에서도 중앙 부위가 반응했습니다.

실험한 지 며칠이 지난 후 실험 참가자들은 사진에서 본 이성과 실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결과 사진을 보고 호감을 느낀 이성과 직접 만난 후 호감도는 약 63% 일치했고 이 중 10%가 넘는 참가자들이 실제 연인관계가 됐습니다. 쿠퍼 박사는 사람들이 연인이나 결혼상대를 결정할 때 매우 즉흥적인 이유를 뇌과학으로 밝혀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넷에선 어떤 이는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자신’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금사빠가 되는 경향이 높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연애를 잘하는 반면 자신은 그렇지 못한 데 따른 반사행동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자신이 금사빠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성을 ‘진솔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결과가 비록 아플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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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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