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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운석우의 재구성

히로시마 원자폭탄 40개가 한꺼번에 터졌다




올해 2월 15일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첼랴빈스크 주 상공에서 일어난 유성체 폭발로 7000여 채의 건물이 훼손되고 160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과학동아 2013년 3월호 ‘서울에 운석우가 떨어진다면’ 기사 참조). 운석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하여 ‘러시아 운석우’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 대폭발 이후 가장 강력한 소행성체 충돌로 기록된 이 날의 일이 최근 ‘네이처’, ‘사이언스’에 3편의 논문으로 실렸다.

2러시아 과학아카데미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 등 9개국 57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은 유성체를 다각도로 촬영한 영상, 당시 녹음된 저주파 데이터, 채취한 운석 시료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재구성했다.




250km 질주한 태양보다 밝은 유성체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 현지시간 오전 9시 20분. 지구의 중력에 끌려 들어온 지름 20m 크기의 유성체는 초속 19km, 17°로 대기권에 진입했다. 기존에 알려진 속도는 초속 15km였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유성체가 더 빨리 진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성체는 총알보다 2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첼랴빈스크 상공을 250km나 가로질렀다. 유성체는 고도 40km 이하에 이르러 빛나기 시작해 29.7km 상공에서 가장 밝게 빛났다. 목격자들이 “태양보다 밝게 빛났다”고 증언한 것도 바로 이 때다.

공동연구팀은 사건 당시 첼랴빈스크 주에서 야외에 있었던 111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25명이 유성체로부터 나온 빛 때문에 홍반이 생기는 화상을 입었으며 315명이 뜨거움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이 응답을 토대로 연구팀은 유성체가 6000℃ 이상으로 뜨겁게 가열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유성체가 지상에서 30km 떨어져 있었다는 점과 피부에 홍반이 생기기 위한 최소한의 복사열 값을 추정한 결과다. 태양 표면온도가 6000℃인만큼 유성체가 “태양보다 밝게 빛났다”는 사람들의 증언은 거짓말이 아닌 진짜였다.

처음 대기권을 돌입했을 때 1만 3000t에 육박하던 유성체의 중량은 대기권을 250km 이상 질주하며 공기와의 마찰로 타올라 25%(약 3250t)로 줄어들었다. 29.7km 상공을 통과하며 가장 밝게 빛나던 유성체는 27km 상공에 이르러 폭발했다. 유성체 폭발의 위력은 TNT 400~600kt으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위력의 약 40배에 달했다.


충격파로 1674명 중 107명은 뇌진탕

유성체는 27km로 비교적 높은 곳에서 폭발했지만 그 위력은 대단했다. 유성체가 이동한 궤적 양쪽으로 90km에 이르는 막대한 면적에서 7000여 채의 건물들이 파손됐다. 피해 정도를 알기 위해 연구팀이 조사한 1674명 중 107명(6.4%)이 충격파 때문에 뇌진탕을 앓았다. 또 80명(4.8%)이 충격파 때문에 깨진 유리창 때문에 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유성체가 지상에 닿기 전에 공중폭발한 까닭은 유성체가 철과 금속의 비중이 매우 낮은 각력암(각진 자갈이 뭉쳐 만들어진 암석) 재질로 이뤄져 있으며, 지구로 날아오기 전부터 이미 많은 충돌로 내부에 상당히 금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첼랴빈스크주에 있는 체바쿨 호수에서 발견한 600kg의 거대 운석을 비롯해 총 5000kg의 파편을 찾아내 조사한 결과다. 응집력이 약해져 있던 탓에 유성체는 대기권 돌입 당시의 압력을 견딜 수가 없었다.


120만 년 태양계 떠돌다 지구와 충돌

이 유성체는 지구위협천체(PHO)로 분류돼 있는 2km 크기 소행성 86039(1999NC43)와 ‘형제’라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응집력과 조성, 진행 궤도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질 보로비카 체코과학원 천문연구소 연구원은 “모천체에서 분리된 두 소행성이 하나는086039가 되고, 다른 하나는 지구에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모천체의 정체도 밝혀졌다. 45억 6700만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고 약 1억 년 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서 모천체가 만들어졌다.

이 유성체는 모천체에서 120만 년 전 일어난 어떤 충돌 때문에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떠돌다 올해 2월 15일 지구에 마침내 도착했다.

국제연구팀을 이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올가 포포바 연구원은 “첼랴빈스크주 상공에서 폭발한 유성체는 아주 흔한 형태의 소행성”이라며, “훗날 소행성으로 인한 참사가 벌어진다면 바로 이런 종류일 것”이라 말했다.

201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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