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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별의 낭만을 꿈꾸며

한 권으로 떠나는 별자리 여행



‘별’이라는 말을 듣고 혹시 죄르지 루카치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라면 한 때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사람이거나, 낭만적인 사람이거나, 혹은 둘 다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루카치는 헝가리의 미학자이자 맑스주의자였다. 그의 이름이나 이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이런 문장은 한번쯤접해봤을 것이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며,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소설의 이론)

별이 보이지 않는 시대다 보니, 별을 보며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고 영감을 얻던 시대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별과 우주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잘 알고 있는 과학의 시대지만, 정작 우리는 일상에서 별을 보거나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별과 사람 사이가 이렇게 가까우면서도 또 멀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기 위해’ 하늘의 별을 보면 어떨까. 낯선 길이라 어렵다고 느낀다면 책 한 권이 길잡이가 돼줄 수 있다. 사진으로 별의 종류부터 별자리의 모습, 관측법 등을 배울 수 있는 책이 있다면 가능하다.

영국의 천문학 작가 피터 그레고가 쓴 ‘한 권으로 떠나는 별자리 여행’은, 별을 관찰하고는 싶지만 경험도 없고 지식도 없어 좌절한 사람을 위해 씌어졌다. 대중을 위한 천문학 전문 잡지의 편집장답게, 그런 사람들의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짚어냈다.

예를 들어보자. 관측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치는 어려움은 다름 아닌 공간 감각의 혼란이다. 2차원 평면인 지상에서만 생활하던 사람에게, 지구가 어두운 허공(우주)에 떠 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지상의 평면 좌표계를 갑자기 각도로 표기되는 3차원 회전 좌표계로 바꿔야 하는데, 혼란이 없다면 그게 이상하다. 더구나 이런 좌표계 안에서 행성과 항성, 은하는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심지어 지구도 자전과 공전을 한다. 이것을 지구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천구의 다른 천체들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해석해야 한다. 이쯤 되면 대개 머리가 복잡해져 관측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이 책은 먼저 밤하늘을 그냥 바라보는 일부터 알려준다. 맨눈으로 보고 쌍안경으로 본다. 복잡한 공간은 잊는다. 그 뒤 별자리 이름을 배우고, 그 다음 비로소 돌입하는 게 천구 개념을 이해하는 일이다. 허공의 3차원 좌표의 중심에 지구가 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별 관측을 위한 준비는 반이 끝난다.

이제 우리가 사는 북반구의 별자리부터 차례로 보는 일만 남았다.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위치는 ‘2월의 남중’ 식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묘사된다. 별에게서 길을 찾던 옛사람들이 그랬듯, 별자리를 두 눈으로 보는 데에는 복잡한 설명이나 이론이 필요 없다.

천문대의 대형 망원경으로 찍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가정에서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망원경이나 사진기 영상을 실은 것은 초보자를 위한 배려다. 책에 나온 모습과 자신이 본 모습이 다르다고 실망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명심할 것. 별에서 길을 구하던 사람들 대부분은 맨눈으로도 별을 봤다는 것. 별이 그리는 아름다운 길도 별자리도, 천구의 끝에 붙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 그 자체도 맨눈에는 그저 반짝이는 점일 뿐이라는 것.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 무엇보다, 지도는 너무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온전한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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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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