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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없는 문제를 풀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서울대 공대 카페 ➐ 이윤우 화학생물공학과 교수





장윤지 왜 화학공학과가 아니라 ‘화학생물공학과’인가요?

오늘날 쓰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석유화학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그런데 만약 석유가 고갈되거나 귀해지는 미래에도 지금처럼 자유롭게 석유를 쓸 수 있을까요? 2016년부터 롯데케미컬은 PET병을 나무에서 얻는 재료로만 만들 계획이라 합니다. 이처럼 생물로부터 원하는 재료를 뽑아내고 알맞게 가공하기 위해선 당연히 생물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생물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우리 과에 많이 있습니다. 냄새를 맡고 어떤 냄새인지 알아내는 ‘전자코’도 생물학과 화학, 공학이 모두 합쳐져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한 마디로 화학생물공학과는 ‘융합’ 학문이지요.

황성주 화학생물공학과와 화학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화학과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의 구조와 성질을 규명하는 기초학문입니다. 화학생물공학은 이런 기초학문을 응용해 다양한 반응과 분리정제 과정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법을 배웁니다.

세제를 예로 들어봅시다. 왜 세제가 세탁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건 화학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세제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지 궁리하는 건 화학공학자들의 몫입니다.

이 때문에 두 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일하는 곳도 달라집니다. 두 학과의 졸업생 모두 석유화학공장과 화장품회사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학과 졸업생은 분석실이나 합성연구실에서 일하게 되고, 화학생물공학과 졸업생은 생산 현장이나 공정 설계실에서 일합니다. 화학공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화공열역학, 화학반응공학, 분리공정, 공정제어 과목이 훗날 직접 화학 공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예린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초임계상태’ 물질이 일상생활에도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이산화탄소나 물 등에 임계점을 넘기는 고온·고압을 가해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상태로 만든 것이 바로 초임계 상태입니다. 초임계 상태의 물질은 액체처럼 용해력이 강하면서도, 기체처럼 표면장력이 없고 확산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초임계’라고 하면 왠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일상생활 속 많은 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흔한 ‘디카페인 커피’도 초임계용매를 이용한 제품입니다. 1975년 독일에서 카페인을 뽑아내는 데 처음 쓰기 시작했어요. 카페인을 뽑아내는 데는 초임계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씁니다. 유기용매로 카페인을 추출할 수도 있지만 유기용매는 독성이 있어서 식품에 쓰기는 곤란합니다. 반면에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온도와 압력이 낮아지면 기화돼 다 날아가 버리고 독성도 없어 편리합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만드는 디카페인 커피 양이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0만t이 넘습니다. 맥주에서 쓴맛을 내는 성분을 홉(hob)에서 제거하는데도 초임계 용매를 씁니다.

김예린 화학시간에 탐구주제를 정할 때 어려움이 많습니다.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마 학생 여러분들은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끈질기게 고민해본 경험이 적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끌어낼 다양한 경험도 부족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탐구주제를 스스로 잘 끌어내지 못하고 종종 한계에 부딪칩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호기심을 가지세요. 관찰력을 키워보고요. 또 모방을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새롭고 흥미로운 탐구주제를 생각해낼 수 있을 겁니다.

김예지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강조하시고픈 마음가짐이 있나요?

합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조적 사고 이렇게 3가지입니다.
합리적 사고란 암기하지 않고 논리로 해결하는 능력이고, 비판적 사고란 건전한 비판을 통해 새로운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상을 하는 힘입니다. 마지막으로 창조적 사고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문제를 내는’ 과정에서 길러집니다. 즉, 스스로가 출제자 입장이 돼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이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이론에 정통하지 않고는 좋은 문제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틀리게 풀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고안해보라고도 하고, 문제를 꼬아서 어렵게 내보거나 거꾸로 단순화해보라고도 합니다. 정답이 없는 다양한 수준의 열린 형태 문제들을 다루면서 틀에 갇혀있던 사고가 알을 깨고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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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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