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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에서 녹아내린 아이언맨의 새 슈트






‘마크 42’, 잠잘 때는 꺼두는 게 낫다
새 슈트의 가장 큰 특징은 토니가 직접 입지 않아도 생각만으로 아이언맨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토니는 몇백 km 떨어진 곳에서 생각만으로 아이언맨을 움직여 비행기에서 추락한 시민들을 구했다. 토니가 악몽을 꾸며 신음하자 슈트가 뛰어오기도 했다. 과연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죠”
박신석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의 대답이다. 영화처럼 만들기에는 아직 한계가 많지만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 덕분이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면 뇌에 흐르는 전기신호가 바뀐다. 이 전기신호(뇌파)를 포착해 기계로 보내면 생각한대로 움직일 수 있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은 현재 뇌세포에 직접 전극을 꽂는 ‘침습식’과 두피 밖에서 전기신호를 재는 ‘비침습식’이 있다. 박 교수는 “영화에서는 두개골을 열어 전극을 꽂는 설정이 없기 때문에 비침습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침습식은 전극이 많이 달린 모자 같은 것을 써서 두피의 전기장 변화를 잰다. 지난해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은 이 방식을 사용해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비침습식은 부정확하다. 수백, 수천 개의 전기적 신호가 합쳐져 두피 밖으로 나오는 것을 읽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갖 기계와 무선통신이 난무하는 밖에서 뇌의 미세한 신호를 읽어 정교한 전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정확히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침습식도 문제는 있다. 뇌세포에 직접 전극을 꽂기 때문에 감염이 우려된다. 물론 가슴에 ‘아크 원자로’를 달고 살아가는 사나이에게 전극 따위는 별 일 아닐지도 모르지만.

토니가 악몽을 꿀 때 슈트가 구하러 달려오는 장면은 어떨까. 충분히 가능하다. 잠잘 때도 뇌파는 계속 나온다. 그러나 박 교수는 “오작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꿈을 꿀 때는 깨어있을 때와 뇌파가 다르거나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마크 42를 개발한다면 잠잘 때는 꼭 꺼두도록 하자.

영화에서는 슈트를 개발한 뒤, 연습하는 장면도 나온다. 토니는 슈트가 나는 속도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얼굴과 중요 부위(^^)의 슈트가 날아오기 직전에는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 장면은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의 중요한 특징을 드러낸다.

뇌와 기계 사이의 과정은 아직 ‘블랙박스’다. 뇌 신경이 어떤 명령을 내리는지 정확히 모른다.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가는 ‘훈련’ 과정이 꼭 필요하다. 마비환자가 로봇 팔을 들어 올렸다고 해서 ‘팔을 움직인다’는 생각을 그대로 전달한 것은 아니다. 오른쪽 팔을 움직이고 싶을 때는 컴퓨터 화면에서 오른쪽 점을 보는 식이다. 특정 생각을 로봇 팔을 움직이는 ‘스위치’로 쓴다는 얘기다. 토니는 슈트 부위별로 어떤 생각을 설정해 놓았을까.





온 몸에 추진체 달면 자유롭게 방향 바꿀 수 있어
각 부위가 각자 날 수 있다는 것도 새 슈트의 특징이다. 건물 잔해에 묻힌 토니를 슈트 팔이 구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파트의 추진체는 무엇일까. 이전 영화에서도 기존 슈트의 손과 발에서 발사되던 추진체의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로켓추진체다. 연료를 태워 강하게 분출해 그 반작용으로 떠오른다. 아이언맨이 날 정도의 추진력으로 설계한다면 적을 폭발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로켓추진체는 켜고 끄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다. 고체 연료는 한번 태우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켜고 끄는 것이 가능한 액체 연료도 문제는 있다. 연료가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로호도 무게의 90퍼센트가 연료다. 이를 아이언맨이 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연료 문제만 해결된다면 추진체가 온 몸에 달려 있는 이번 슈트는 오히려 이전보다 과학적이다. 손과 발에만 추진체가 있던 기존 슈트는 사실 허공에서 중심을 잡으며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연필을 손끝에 세워 허공으로 밀면 일직선 으로 올라가지 않고 ‘빙그르르’ 도는 것과 같다. 몸 곳곳에 추진체가 있다면 무게중심이 옮겨간 쪽의 추진체를 켜서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다.

아이언맨이 손에 달린 ‘리펄서 건’으로 적을 공격할 때 푸른빛이 도는 것을 보면 이온추진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온 엔진은 아르곤이나 제논 같은 원자를 이온(플라스마)화해 강한 자기장 안에서 가속시켜 발사한다. 현재 우주선에 이용된다. 정확히 켜고 끌 수 있다. 문제는 대기권 안에서 쓰기엔 추진력이 너무 작다는 것. 아이언맨 크기의 이온추진체는 10~30kg 밖에 들지 못한다. 우주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만 대기는 공기입자가 너무 빽빽하다. 이 때문에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할 때는 이온추진체를 쓸 수 없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상에서 사람을 띄울 정도의 추진력을 내려면 입자 가속기를 엄청 크게 만들어 이온화하는 입자 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력은 입자 수와 입자 속도의 곱으로 구한다. 아이언맨 정도의 크기로는 가속을 아무리 시켜도 입자 수가 너무 적다는 설명이다.

원작 만화의 작가는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 ‘반중력 장치’를 아이언맨에게 달아줬다. 그러나 반중력 장치가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다. 반중력 장치는 땅에서 하늘로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땅에 착지하기 위해서는 허공으로 가스를 분출해야 한다. 그럴 바에야 그냥 땅에 가스를 분출해 비행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왜 3000℃ 견디는 아이언맨 만들지 않았을까
이렇게 강해진 마크 42도 영화에서는 고전한다. 고온 공격 때문이다. 초인적인 힘을 주는 ‘익스트리미스 바이러스’를 맞은 악당 킬리언 박사는 맨손으로 아이언맨의 슈트를 녹여 토니의 몸까지 손을 뻗는다. 영화에서는 바이러스를 맞은 사람이 부작용을 일으켜 3000℃의 고온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원작 만화에서 아이언맨 슈트는 ‘악당의 능력’과 비례해 발전해 왔다. 전자기력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아이언맨 최대 적, ‘매그니토’에 대항해 탄소나노튜브 아이언맨이 탄생했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침투하기 위해 ‘스텔스’ 기능을 추가했다. 그런데 이번만은 예외다. 가장 강력한 적이 나타났는데 토니는 왜 3000℃를 견디는 재료로 슈트를 개량하지 않았을까.

조창용 재료연구소 신금속연구본부 박사는 “그런 재료는 전 세계에 없고 앞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존 원재료의 녹는점을 뛰어넘는 신재료를 만들기는 어렵다.

금속 가운데 녹는점이 높다는 텅스텐도 3400℃ 정도다. 견딜 수는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텅스텐으로 슈트를 만들면 토니 스타크는 제자리에 서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텅스텐은 스웨덴어로 ‘무거운 돌’이라는 뜻이다. 온 몸의 넓이를 2m2, 슈트의 두께를 1cm라고 가정하면 텅스텐 슈트는 385kg이다. 각종 추진체와 무기를 다 탑재하고 나면 600~700kg은 거뜬하다. 날렵하게 싸우려면 가벼운 무게가 핵심인데. 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현재 우주비행체나 엔진, 원자로, 핵융합로 등에 사용되는 재료는 탄소복합재료다. 1500~2000℃를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특징도 실험실의 ‘비산소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산소가 있는 일반 대기에서는 약 400℃부터 탄소가 산소와 반응해 CO나 CO2로 산화돼 날아가 버린다.

엄청난 자본과 과학기술로 무장한 아이언맨도 초고온 내열 재료는 구할 수 없다. 앗, 실수. 아이언맨의 치명적인 약점을 말해버렸다. 이 사실은 지구의 평화를 위해 과학동아 독자들만 알기로 하자.

201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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