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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의 은빛 거울이 스마트폰이 되다

희소원소 리튬의 모든 것



남미 볼리비아에 있는 유명한 우유니 염호의 모습은 언제 봐도 비현실적이다.

우유니 염호는 경기도 전체 면적과 비슷한 크기인데, 건기인 7~9월에는 이 물이 모두 말라 사막으로 변하고 우기인 11~1월에는 소금 위로 물이 고인다. 건기에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우유니 ‘소금사막’이라 부르고, 우기에 방문한 사람들은 ‘소금호수’라고 부른다.

우기에 물이 고이면 이 지역은 거대한 호수로 변한다. 이때 우유니 염호는 고인 물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 되는데, 하늘이 비쳐서 마치 새로운 행성에 온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이러한 우유니 염호가 최근 5년간 세계 약 10여 개 국가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됐다. 우유니 염호에 매장된 리튬 때문이다. 매장된 양만도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안전웅절반인 540만t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리튬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모바일 세상과 전기자동차 세상을 열어줄 핵심 원소로 주목 받고 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모든 소중한 것이 그렇듯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나의 고향은 빅뱅”

리튬은 왜 구하기 어려울까. 이 원소는 우주와 함께 태어났다. 대폭발(빅뱅) 때 수소, 헬륨과 더불어 생성된 원소다. 하지만 핵의 안정성이 높지 않아 대부분 사라졌고, 오늘날에는 아주 일부만 남아 있다. 지구의 지각에는 무게 기준으로 약 0.002~0.007%만 포함돼 있을 뿐이다.

리튬은 액체 상태의 염화리튬(LiCl)과 염화칼륨(KCl)을 전기분해시켜 얻는다. 리튬 염은 남미의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접경지역의 안데스 소금 호수와 암염에 전 세계 매장량의 70% 이상이 분포돼 있다. 이 리튬은 대부분 탄산리튬(Li2CO3) 형태로 모은다. 바닷물에는 0.1~0.2ppm의 농도로 리튬이 녹아있다. 바닷물에 녹아 있는 리튬 총량은 지금까지 추정된 리튬 매장량 3500만t보다 월등히 많은 2300억t이다. 하지만 농도가 너무 낮아 아직 경제적으로 추출할 수 없어 활발히 이용되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런 해수 속 리튬을 이용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바닷물 속 리튬 추출에 대해서는 과학동아 2011년 8월호 ‘자원전쟁에 맞서는 바다 위 저격수’ 기사 참조).

이렇게 만든 리튬의 용도는 아주 다양하며, 시대에 따라 변했다. 2차 세계대전 전후엔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고온 윤활제로 리튬의 스테아린산염이 주로 사용됐다. 핵융합 무기(수소폭탄) 제조에는 원자량이 6인 동위원소(6Li)가 쓰였다. 중수소(2H)와 삼중수소(3H)가 핵반응을 통해 헬륨으로 융합되면서 큰 에너지를 내놓는데, 이 때 필요한 삼중수소(3H)가 바로 6Li과 중성자를 반응시켜 얻은 원소다. 6Li의 중수소화물(6Li2H)이 수소폭탄의 연료다.




리튬 화합물은 또 도자기 유약과 알루미늄 제련의 융제로, 의학용으로는 항우울제로 사용된다. 금속 리튬과 알루미늄 또는 마그네슘과의 합금은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아 항공기 제작에 사용된다. 이외에도 습기제거제, 광학 및 통신 재료 등에 여러 가지 리튬 화합물이 사용된다. 로켓에서는 추진제 첨가물과 산화제로 사용된다.

1980년대부터 리튬은 리튬전지의 주요 재료로 사용됐다. 리튬전지의 전압은 3V로 망간전지의 1.5V의 2배이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휴대용 전자기기에 널리 사용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 2차전지가 대중화됐다. 그 덕분에 카메라, 노트북 PC, 휴대전화 등이 더욱 가벼워졌고, 한번 충전으로 오랜 시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새로운 용도가 주목받고 있다. 전기자동차다. 리튬이온전지 또는 리튬을 사용하는 새로운 형식의 2차전지가 전기자동차에 대량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확인된 리튬 매장량은 약 40억 대의 전기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며, 이미 사용했다 회수한 전지와 바닷물에서 채취한 리튬으로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것이다. 다만 리튬 매장량의 대부분이 남미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어, 국제적으로 이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하다.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 역시 이렇게 경쟁이 심한 지역 중 하나다.




[리튬 추출을 하고 있는 우유니 염호의 모습. 겨울이라 하얀 사막처럼 보인다.]





불순물 많은 우유니 호수

그런데 우유니 염호는 리튬을 추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다른 염호의 염수에 비해 리튬을 추출하고 탄산리튬을 제조하기 위한 조건이 상당히 불리하다. 예를 들어 다른 염호의 경우,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 염수를 자연 증발시키면 약 60g/L의 리튬이 농축된 상태가 된다. 이후 화학공장으로 이동시켜 불순물제거 등의 과정을 거치면 탄산리튬이 나온다. 그러나 우유니 염수의 경우 불순물(마그네슘이나 칼슘)이 많아 농축 과정에서 리튬의 손실이 많다. 더구나 리튬의 함유량도 낮아 같은 양의 결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양의 염수를 농축해야 한다. 해발고도가 높아 자연증발 효율이 떨어져 농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볼리비아 정부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 현재 볼리비아가 가진 기술로는 경제성 있게 리튬을 추출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해외에 기술개발을 요청하고 기술개발을 해준 국가에게 리튬 사업 우선권을 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자가 속한 한국광물자원공사 기술개발팀은 볼리비아 우유니 염수로부터 리튬 추출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리튬의 회수율을 높이고 추출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염수를 분말 형태로 변화시켜 리튬을 농축시키는 기술을 적용했고, 그 결과 기존공정보다 리튬 회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86.9%). 또 추출 시간도 단축하고 순도를 높였으며(99.6%) 2건의 지적재산권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희토류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마지막으로 리튬 못지 않게 희귀하면서도 중요한 희토류도 알아보자. 희토류는 지난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자원 무기화’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희토류 없이 휴대전화, 반도체, 자동차의 완성품을 생각할 수 없다. 희토류는 들어가는 양은 소량이지만 첨단 산업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원료로,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린다. 하지만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절반, 생산량의 97%를 차지해 전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다(희토류에 대해서는 과학동아 2010년 10월호 ‘세계가 들썩이는 산업비타민 전쟁’ 참조).

첨단제품 중심의 수출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2010년에 희토류를 전략 광종으로 선정해 희토류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희토류의 경우 좋은 광상(경제적으로 유용한 광물이 있는 지각 부분)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유한 중국이 시장을 뒤흔들 경우 순식간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개발할 때 각각의 원소를 분리하고, 이를 금속이나 합금, 첨단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가공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중국 이외의 해외 유망한 희토류 광산을 대상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리튬과 희토류, 그리고 우라늄 원료 모두 미래의 우리나라에는 둘도 없이 중요한 자원이다. 이들 자원으로 풍요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우리의 기술과 혜안이 중요한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201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윤신영 | 글 안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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