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황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가 녹색이 된 까닭은 화학 성질이 일부 변했기 때문이다. 녹색 완두수염 진딧물은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하다.]
광합성은 이제 더 이상 식물과 일부 박테리아만의 전유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소피아농생명공학기관 알랭 로뷔숑 연구팀은 진딧물이 광합성으로 ATP(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물질)를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 결과를 온라인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8월 16일자에 공개했다. 곤충계에서 광합성의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카로티노이드는 엽록체가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햇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해 식물계에서는 흔한 색소다. 동물도 카로티노이드가 필요하지만 직접 합성하는 동물은 드물다. 식물을 섭취하면 쉽게 얻을 수 있고, 만드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 ‘비싼’ 색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딧물은 이 색소를 스스로 합성할 수 있는 희귀한 동물이다.
연구팀은 완두수염 진딧물(Acyrthosiphon pisum)이 몸 색깔에 따라 카로티노이드 농도가 다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완두수염 진딧물은 이상적인 환경에서는 주황색을 띄지만 저온의 환경에 적응시키면 카로티노이드의 양이 많아지고 녹색이 된다. 또 무리가 커지고 먹이가 줄어들면 흰색이 된다. 카로티노이드를 합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종류의 완두수염 진딧물이 얼마나 많은 ATP를 만들어내는지 조사한 결과,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녹색 완두수염 진딧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ATP를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반대로 흰색 완두수염 진딧물이 만드는 ATP의 양은 극히 적었다. 주황색 진딧물은 햇빛이 많은 곳에서는 ATP 분비가 활발했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ATP 합성량이 줄어들었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ATP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진딧물도 광합성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카로티노이드 분자가 모인 진딧물 껍질 0~40μm(마이크로미터) 깊이 부근은 햇빛을 받아 흡수하기 최적의 위치”라고 설명했다. “진딧물이 정말 카로티노이드로 광합성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