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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에 사용하는 태양전지와 우리가 지상에서 사용하는 태양전지는 같은 태양전지일까. 인공위성에 달린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는 2세대 태양전지다. 순수발전 효율이 30%가 넘으며, 렌즈로 빛을 모으면 40%를 넘는다. 그에 반해 우리가 보통 쓰는 태양전지는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다. 상용 발전 효율은 15% 정도. 지상에서 고효율의 2세대 태양전지를 쓰지 않는 이유는 너무 비싸서다. 인공위성만 누리는 태양전지의 특권을 지구에서도 누릴 수는 없을까.

거대렌즈로 모으고 특수코팅으로 반사율 낮춰

화합물 반도체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비싼 생산단가다. 2세대 태양전지를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라 부르는 까닭은 3족, 5족 원소나 2족, 6족 원소(교과서에는 각각 13족, 15족, 12족, 16족으로 표기된다)로 이뤄진 화합물 소재를 쓰기 때문이다. 이 중 많이 사용하는 3족 원소 갈륨과 인듐은 1kg당 각각 470달러와 550달러. 1세대 태양전지의 재료인 실리콘이 1kg에 1.5달러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고가다. 값비싼 2세대 태양전지를 상용화하기 위한 솔라에너지연구소의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좁은 면적의 태양전지에 최대한 많은 양의 태양빛이 들어가도록 렌즈로 빛을 모으는 것이 첫 번째 비결입니다.”

박성주 솔라에너지연구소 소장이 설명한 첫 비결은 바로 ‘거대렌즈’다. 지면에 쏟아지는 태양빛을 커다란 렌즈로 좁은 면적에 한 데 모으면 고가의 태양전지를 넓은 면적에 설치하지 않고도 그만큼 많은 양의 태양광을 받을 수 있다. 이 방법으로 면적을 500배 이상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빛을 모은다 해도 태양전지 표면의 반사율이 높으면 시쳇말로 ‘도로 아미타불’이다. “태양전지 표면에 나노기술로 특수코팅 처리를 해 최대한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도록 합니다.”

박 소장은 이 기술이 솔라에너지연구소만의 원천기술이라며 눈에 빛을 냈다. 아직 연구결과가 공식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못하지만 박 소장은 솔라에너지연구소의 2세대 태양전지 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강조했다.







붓으로 그리는 3세대 태양전지

2세대 태양전지는 효율이 높지만 매우 비싼 게 단점이다. 그렇다면 3세대 태양전지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200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UC 버클리 앨런 히거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유기물 태양전지’가 바로 3세대 태양전지다. 발전 효율이 4% 정도로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낮지만 에너지 생산 단가가 매우 싸다. 전기 1W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0.1달러 수준으로, 1W당 1달러인 화석연료의 10분의 1이다. 뿐만 아니라 제조과정이 비교적 간단하다. 솔라에너지연구소는 유기물 태양전지를 마치 신문을 인쇄하듯 윤전기에서 인쇄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유기물 태양전지를 윤전기에서 만들 수 있는 까닭은 부드럽고 잘 휘는 성질 덕분입니다.”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유기물 태양전지가 되려면 4종의 특수잉크가 겹치는 ‘4도 인쇄’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4도 인쇄가 끝나도 그 두께는 1μm(마이크로미터, 1μm=100만 분의 1m) 이하다. 종이에 잉크를 칠한 것이 공정의 전부이기 때문에 무게도 가볍다. 이런 성질 때문에 외부에서는 유기물 태양전지를 가방이나 옷에 붙여 외부에서도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하고 있다.

히거 교수팀은 미국에서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원천 기술을 연구를 하고 있으며, 솔라에너지연구소는 유기물 태양전지를 상용화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융합연구는 이미 대세

“솔라에너지연구소는 각기 세대가 다른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모두 모아놓은 흔치 않은 집단입니다.”

박성주 소장은 연구소가 세계적 수준으로 빠르게 도약한 까닭으로 ‘융합연구’를 들었다. 화합물 반도체로 만드는 2세대 태양전지, 유기물로 만드는 3세대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시설은 세계에도 드물다. 박 소장은 솔라에너지연구소가 GIST라는 대학교 안에 있는 만큼, IT나 생명공학과 같은 다른 학문 분야와도 융합을 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발전 단가를 화석연료보다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 노력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상승하는 시대 때문이다. 어느 날 유가가 지금보다 몇 배로 치솟아버린다면, 공해가 없고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해진’ 태양전지는 언제든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위성의 전유물이었던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로 에어컨을 작동하고, 가방에 달린 유기물 태양전지로 언제든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미래를 솔라에너지연구소가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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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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