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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함정의 레이더에 물고기 떼가 접근하는 게 포착됐다. 평범한 물고기 떼겠거니 가볍게 넘긴 것도 잠시, 갑자기 물고기 떼가 함정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함정은 곧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물고기에 달린 폭약이 함정에 부딪혀 폭발한 것이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물고기를 함정까지 정확하게 이동시켰을까.
동물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돌고래나 개 등을 훈련시켜 인간의 명령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동물 조종 실험은 2000년대 이후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신경이나 뇌를 자극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동물을 조종하려는 연구는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데서 출발했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 해줬다. 컴퓨터와 기계공학이 발달하면서 더욱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됐다. 그 중에서도 군사·우주 로봇은 첨단 과학이 집약됐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로봇이 곤충 같은 생명체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생명체의 움직임을 응용해 만든 로봇은 정찰, 탐지, 심해 탐사, 전투, 사고 구조 등 활용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동력에너지, 크기, 무게, 운용 범위 등에서 한계도 많았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움직일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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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 가능한 동물은 로봇보다 효율적”
과학자들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발상 자체를 뒤집었다. 동물을 본떠 로봇을 만들기보다 동물 자체를 조종하자는 것. 허무맹랑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보다 더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는 ‘로봇’은 없다. 이를 테면 무인정찰기 대신 곤충이나 새를 날려 적진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바뀌는 환경에 금방 적응하고 에너지 동력원을 보충할 필요가 없다. 적에게 들킬 위험도 없다.
동물 조종 연구는 미국 국방과학연구소(DARPA)가 가장 앞서 진행했다. 곤충이나 상어, 개 등이 대상이다. DARPA 외에는 시도조차 어려웠던 동물 조종 기술에 최근 국내 연구진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경이나 뇌를 자극하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생물체를 원격 유도하는 기술이다. 이 연구를 하고 있는 이필승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생명체를 닮은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생물체 자체를 조종하는 게 여러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며 “수억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온 생물의 에너지 생산 메커니즘을 로봇의 배터리가 따라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는 자극과 반응으로 동물의 행동을 조절하는 원리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이나 동물은 환경이 변하거나 자극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때론 경험에 맞춰 행동한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간단한 생물학적 원리를 이용해 동물을 조종하고자 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지난 2006년 미국 국방과학연구소는 곤충에 전자 칩을 이식해 정찰용이나 군사용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시도했다. 미세전자제어기술(멤스, MEMS)을 이용해 살아 있는 곤충이 날아가는 방향을 조종하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몸에 심은 멤스 칩이 특정 주파수를 내면 곤충이 주파수에 맞춰 날갯짓을 하도록 만든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좌우 날갯짓의 속도를 조절해 방향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왼쪽 날개를 빨리 움직이면 곤충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식이다.
그러나 어른 곤충의 몸에 칩을 이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성충이 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곤충이 칩을 신체 일부로 인식하도록 만들기 위해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할 때 칩을 이식했다. 번데기가 커지면서 이식 부위의 상처가 아물고 동시에 칩이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느끼도록 시도했다.
DARPA는 곤충 실험에 앞서 상어를 조종하는 연구를 검토하기도 했다. 상어의 뇌에 전극을 심어 원격 조종하는 것이다. 실험에 앞서 먼저 상어의 능력을 검증해 봤다. 수중에서 상어가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 전극의 예민한 변화를 어느 정도까지 느끼는지, 화학물질의 자취를 후각으로 어떻게 추적하는지 등을 살펴봤다. 이어 상어의 뇌와 신경에 전극을 심어 상어의 다양한 능력과 기능을 발동시키는 조건을 탐색했다. 연구소는 상어를 조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곤충을 조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훗날 상어 조종에 성공한다면 해저탐지선에 비해 월등한 효율을 낼 것이다. 상어는 조용하게 움직여 소나의 탐색을 피할 수 있고 물속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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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높은 동물은 훈련으로 조종
과학자들은 곤충에 이어 개 정도의 지능을 지닌 고등동물로 눈을 돌렸다. 미국 오번대 연구팀은 지난해초 범죄 현장이나 군사 지역에서 개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GPS 수신기와 전파기기, 센서만 갖추면 가능하다. 피부를 찢고 칩이나 전극을 이식할 필요도 없다.
먼저 진동 기능이 있는 벨트를 개에 입힌다. 조종자는 다양한 톤의 음성 명령을 내리면서 벨트에 달린 진동기의 진동을 조절한다. 진동의 위치와 음성 명령에 따라 개가 움직이도록 훈련을 시킨 후 실제 개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개에게 ‘달려(run)’라는 명령어와 짧게 좌우로 진동을 주면 앞을 향해 달린다. 좌회전은 왼쪽에서 짧게 한번만 진동을 준다. 조종자는 개의 위치와 움직임을 GPS를 통해 정확히 파악한다. 지난해 초 오번대의 실험에서는 개가 명령의 99%를 정확히 수행했다.
이렇게 훈련된 개는 마치 로봇처럼 사람이 하기에는 위험한 일에 투입된다. 폭탄 탐지나 약물 추적, 강력범죄자 추적 등이다. 현재 오번대 연구팀은 3~4마일(약 4.8~6.4km) 떨어진 지역에서 개가 더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웨스턴미시건대 앨런 폴링 교수는 “위험한 상황에서 로봇보다 개가 훨씬 효과적”이라며 “개는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물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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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번대 연구팀이 지금도 연구중인 원격 조종 개. 오랜 훈련과 GPS 수신기, 전파기기, 센서 등 다양한 장비를 이용했다.]
가상현실로 거북이 조종
최근 국내에서는 새로운 동물 조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동물이 지닌 장애물 회피특성과 가상현실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으로 동물에 전기 자극 등을 주지 않아도 조종이 가능하다. 카이스트 CM&SS(컴퓨터기계구조시스템, Computational Mechanics & Structural System) 연구실의 이필승 교수팀은 토목환경공학과 명현 교수 등과 함께 최근 흥미진진한 실험에 성공했다. 거북이가 사람이 그린 길을 따라가며 정확하게 목표지점에 도달하게 만든 것이다. 실험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한때 화제가 됐다. (오른쪽페이지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에는 몸에 반달 모양의 장치를 단 거북이가 바닥에 그려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핵심 원리는 거북의 몸에 달린 ‘순·역자극 장치’다. 이 장치는 장애물이 없는데 장애물이 있는 것처럼 동물을 속인다.
최근 국내에서는 새로운 동물 조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동물이 지닌 장애물 회피특성과 가상현실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으로 동물에 전기 자극 등을 주지 않아도 조종이 가능하다. 카이스트 CM&SS(컴퓨터기계구조시스템, Computational Mechanics & Structural System) 연구실의 이필승 교수팀은 토목환경공학과 명현 교수 등과 함께 최근 흥미진진한 실험에 성공했다. 거북이가 사람이 그린 길을 따라가며 정확하게 목표지점에 도달하게 만든 것이다. 실험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한때 화제가 됐다. (오른쪽페이지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에는 몸에 반달 모양의 장치를 단 거북이가 바닥에 그려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핵심 원리는 거북의 몸에 달린 ‘순·역자극 장치’다. 이 장치는 장애물이 없는데 장애물이 있는 것처럼 동물을 속인다.
가짜 장애물을 피하려는 동물의 본능을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나 동물은 앞에 전봇대가 나타나면 순간적으로 피한다. 이처럼 거북이에게 장애물이 좌우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원하는 이동 경로로 유도한다. 거북이를 오른쪽으로 가게 하려면 왼쪽에 커다란 벽을 보여주는(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생물체 원격유도 기술’로 이름붙인 이번 연구는 동물의 뇌나 신경에 직접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는 기존 실험과는 다르다. 또 신경이나 뇌를 자극하기 위한 칩을 몸속에 집어넣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목표 지점에 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구간에서 거북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유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고충이다. 김대건 연구원은 “쥐나 고양이 등을 우리가 원하는 목표지점으로 가게 하려면 먹이를 갖다놓으면 된다”며 “그러나 이번 실험은 어떻게 국지적으로 조종할 수 있을까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훈련 없이도 장비만 동물의 몸에 부착해 바로 조종하는 시스템을 고안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생물체 원격유도 기술’로 이름붙인 이번 연구는 동물의 뇌나 신경에 직접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는 기존 실험과는 다르다. 또 신경이나 뇌를 자극하기 위한 칩을 몸속에 집어넣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목표 지점에 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구간에서 거북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유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고충이다. 김대건 연구원은 “쥐나 고양이 등을 우리가 원하는 목표지점으로 가게 하려면 먹이를 갖다놓으면 된다”며 “그러나 이번 실험은 어떻게 국지적으로 조종할 수 있을까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훈련 없이도 장비만 동물의 몸에 부착해 바로 조종하는 시스템을 고안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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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쓴 물고기를 조종해 해저를 보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물고기를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물고기 조종을 하기 위해 먼저 거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거북은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장치를 달아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근력이 발달해 있고 움직임이 느려 실험이 쉽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현재 거북이에서 성공한 시스템을 그대로 물고기에 적용해 연구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3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첫번째가 자극 장치의 크기를 줄이고 모양을 바꾸는 것. 거북이에 부착했던 장치는 크고 무거워도 빠른 방향전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물고기에게 같은 장치를 달려면 크기와 무게를 줄여야 한다. 연구팀은 작은 안경 형태로 장치를 설계할 계획이다. 또 원격유도 장치를 방수가 되게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원격유도장치의 자가 충전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
이필승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물고기 실험을 완료하는 대로 이르면 올해 여름 이후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동물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조종할 수 있다는, 동물 조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고기를 조종해 수중을 탐사하고 강력한 군사용 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물고기를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물고기 조종을 하기 위해 먼저 거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거북은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장치를 달아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근력이 발달해 있고 움직임이 느려 실험이 쉽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현재 거북이에서 성공한 시스템을 그대로 물고기에 적용해 연구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3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첫번째가 자극 장치의 크기를 줄이고 모양을 바꾸는 것. 거북이에 부착했던 장치는 크고 무거워도 빠른 방향전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물고기에게 같은 장치를 달려면 크기와 무게를 줄여야 한다. 연구팀은 작은 안경 형태로 장치를 설계할 계획이다. 또 원격유도 장치를 방수가 되게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원격유도장치의 자가 충전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
이필승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물고기 실험을 완료하는 대로 이르면 올해 여름 이후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동물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조종할 수 있다는, 동물 조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고기를 조종해 수중을 탐사하고 강력한 군사용 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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