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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서 잠자는 기술, 돈버는 기술로 깨운다



적은 전력으로 더욱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반도체 소자 발광다이오드(LED). LCD TV화면의 광원으로 각광받으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건축물에는 어김없이 LED 조명시스템이 활용된다.

LED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제조 장비 개발도 중요해졌다. LED 제조 공정에서 꼭 필요한 것은 ‘웨이퍼’다. 반도체 재료로 만든 얇은 원판인 웨이퍼를 크게 만들면 생산성이 좋아지지만 LED 성능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약 4년 전 GIST 연구진은 LED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측하며 사파이어 소재의 웨이퍼 기판을 크게 하는 동시에 LED 성능을 해치지 않는 플라스마 발생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기술을 LED 제조 공정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제조 공정 전체를 바꿔야 해서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기술이 실제 제조 공정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실제 기업이 사용하기에 장벽이 있는 것이다.

GIST의 과학기술응용연구소(이하 GTI, 소장 박성주)는 이 장벽을 없앴다. LED를 제조할 때 필요한 플라스마 발생기술을 ‘이플러스텍’이라는 기업에 이전시켜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GTI의 기술을 이전받은 이플러스텍은 3억5000만 원을 들인 약 2년 간의 공동개발 기간을 거쳐 플라스마 발생 장치 양산에 성공했다. 이플러스텍은 2009년 56억원, 2010년 120억원, 지난해 약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상아탑에서 만든 잠자는 과학기술을 기업이 양산 및 실용화할 수 있도록 돕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 바로 GIST의 3대 연구소 중 하나인 GTI의 역할이다.




‘데쓰밸리(Death Valley)’를 없애라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없애는 게 우리의 사명입니다.” 광주 GIST에서 만난 박성주 GTI 소장이 대뜸 건넨 첫마디다. 죽음의 계곡이 뭐냐는 질문에 장황한 답변이 돌아왔다. “기술 개발에 내재하는 위험이나 불확실성으로 인해 초기 사업화 단계의 응용연구에 자금이 투입되지 않아 겪게 되는 어려움입니다.”

쉽게 풀이하면 이렇다. 대학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을 실제 기업이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려면 별도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실용화가 불가능한 기술도 있어 기업이 감수해야 할 위험 요소가 많다.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한데,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기업이 제품을 양산하기 직전 단계까지 지원하는 게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없애는 일이다.
박 소장은 “GTI는 단순하게 학교가 보유한 원천기술을 기업에 파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바로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를 심화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1월 설립된 GTI는 우리나라의 연구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투자한 연구비 대비 회수율을 나타내는 연구생산성을 살펴보면 미국이 평균 4.8%다. 컬럼비아대, 뉴욕대, 워싱턴대 등 주요 대학 연구생산성은 무려 10%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평균 0.8%에 불과한데 GIST는 GTI 설립을 통해 2010년 3.4%까지 높였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화 역사가 짧기 때문에 원천기술이 산업화로 연결되는 노하우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GTI를 반드시 성공모델로 만들어 우리나라 전 대학에 확산시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매년 10~20개의 실용화 사업 발굴

GTI는 매년 10~20개 가량의 실용화 과제를 수행한다. 이들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원천기술을 가져가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연구한다. 실용화 과제에 매년 2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발굴해 사용하고 있다.

실용화 과제는 최근 융합화 추세에 따라 다양한 융합 기술을 적용한 제품 개발이 많아지고 있다. GIST 의료시스템공학과와 기전공학과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관절 통증 분석기가 대표적이다. 미세전자제어기술(MEMS)을 이용해 사람의 관절 내부를 들여다보고 실제로 관절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어서 통증을 느끼는지 찾아내는 기술이다.

박 소장은 “임상실험을 하는 의료시스템공학과와 MEMS를 연구하는 기전공학과가 의기 투합해 실용화 사업을 직접 발굴한 것”이라며 “실제 의료기기 제조 기업과 제품 양산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능성 유산균과 세포 분석기 등 바이오 분야를 비롯해 신개념 풍력발전용 장비 등 동력 분야에서 실용화 사업이 가능한 기술을 연구중이다.

실용화 과제 발굴과 동시에 과학기술에 목마른 기업이 필요한 특허 기술을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G텍몰’도 올해 초 선보였다. 바이오, 기계, 나노 등 일반적인 키워드가 아닌 유산균, 웨이퍼 등 실제 기업이 찾기 쉬운 키워드로 분류한 게 특징이다.

박 소장은 “논문만으로 교수나 연구기관의 성과를 검증하다 보니 산업화, 기술 이전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특허 기술을 지닌 교수들과 협업해 과학기술과 실제 산업 현장의 간극을 좁히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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