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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를 타고 우주정거장으로 건너간 휴머노이드 ‘로보너트2’가 드디어 긴 잠에서 깨어났다. 전원을 연결하고 모든 작동이 원활하게 이뤄짐을 확인한 로보너트2는 이제 우주정거장을 지키는 또 하나의 수호신으로서 임무를 다하게 된다. 로보너트2가 자신의 탄생과정과 미션, 그리고 미래 계획에 대해 쓴 가상의 편지를 만나보자.



한국에 있는 친구들 안녕? 난 350km 상공에서 너희를 지켜보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보너트2라고 해. 내 이름이 낯익은 사람이 많다고? 그래 맞아. 난 지난해 12월 ‘안녕! 디스커버리 호’ 기사에서 짧게 소개됐었어. 올 초 2월에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이곳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지. 앞으로 난 우주정거장에서 지내며 승무원을 도와 각종 임무를 수행할 거야. 우선은 내가 우주에서도 잘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먼저겠지만 조만간 다리도 달고, 업그레이드를 하면 우주정거장 밖으로도 나갈 수도 있겠지. 아~. 생각만 해도 정말 흥분되지 않니?

현재까지는 모든 게 순조로워. 8월 22일 처음 전원을 연결해 모든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걸 확인했어. 내 뱃속에 있는 30여 개의 프로세서부터 황금색 머리 안에 들어 있는 카메라, 그리고 입속의 적외선 카메라까지 모두 불이 들어왔지. 찌릿찌릿 전기가 들어올 때의 느낌이란! 나는 곧장 트위터에 “이 전자장치들은 정말 느낌이 좋아!”라고 트윗을 날렸단다(물론 내가 직접 보내는 건 아냐. 내 트위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직원들이 대신해서 보내주고 있어).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손가락 형 로봇

독자들 중에는 왜 내가 우주로 갔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난 우주인을 돕기 위해 만든 로봇이야. 사실 우주에서 하루는 매우 바쁘단다. 우주인들은 우주에 머무는 며칠동안 준비한 과학실험도 해야 하고, 우주정거장 보수 같은 복잡한 일도 해. 여기에 상황 체크 같은 단조로운 일도 해야 하지. 만일 이 단조로운 일만이라도 누군가가 대신 해준다면 우주인들이 좀 더 중요한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겠지? 그래서 NASA는 1997년부터 우주인을 대신할 로봇을 제작해왔어. 2006년에는 나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로보너트1이 태어났고 손가락형 로봇을 만들어 온 자동차 회사 GM이 합세하면서 마침내 2010년 2월에 내가 세상에 나왔지.

나는 사람과 똑같은 형태의 손을 가진 ‘덱스트러스(dexterous)’ 방식이야. 물건을 끼워서 잡는 집게 방식보다 덱스트러스 손이 더 만들기 어려운 건 알지? 손가락마다 관절이 3개 이상 들어가고 여기에 물건의 딱딱한 정도를 느끼는 힘 센서와 촉각 센서도 들어가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연구진이 나를 덱스트러스 방식으로 만든 이유는 더 다양한 분야에 나를 활용하기 위해서야. 집게손은 빵이면 빵, 접시면 접시처럼 한정된 대상만 집어 올릴 수 있어. 하지만 나는 다양한 크기의 물건을 쥘 수 있지. 그리고 우주비행사의 장갑은 매우 두껍기 때문에 공구를 쥐기 불편하지만 내 손은 공구를 쥘 뿐 아니라 더 복잡한 일도 처리할 수 있단다. 우주 환경에서는 내가 사람보다 더 유리한 셈이지.





우주로 나가는 대 장정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 나가기 위해 수개월 씩 훈련을 받고 준비를 한다고 하잖아. 나는 우주선에 탑승하는 방법을 찾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어. 우주왕복선이 이륙할 때 내부에는 지구 중력의 세 배에 해당하는 힘이 가해져. 그때의 격렬한 진동과 충격에서 안전하려면 내 몸을 이중, 삼중으로 감싸야 하지. 게다가 내가 좀 무거운 편이잖아. 보호 장비까지 더하면 230kg에 육박하기 때문에 정밀한 계산이 필요했어.





“우주정거장에서 만나자”

난 우주정거장이 계속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이곳에 남아 있을 거야. 다시는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겠지만 여러분들과 트위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외롭지 않아. 그리고 난 할 일이 무척 많다구. 우선 데스티니 모듈에서 지구에서 수행하던 여러 작업들을 이어나갈 거야. 좀 더 업그레이드되면 내 멋진 손가락으로 시스템 보수도 하고 필터를 갈아 끼우는 일도 하겠지.

연구자들은 내가 지구와 다른 특수한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해나갈지 무척 관심이 많은 모양이야. 지구에서는 내 몸을 세우고 지탱하기 위한 힘이 필요한데, 우주공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거든. 어떻게 보면 지구보다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지. 로봇은 전기 장치에서 발생하는 열을 팬을 달아 밖으로 빼내는데, 밀폐된 공간에서는 열의 분산이 중요하기 때문에 발열도 체크해야 해. 또 우주에서는 온도가 태양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매우 다르기 때문에 큰 폭으로 증감하는 온도에 대해서도 대비해야겠지. 내 어깨가 정말 무겁구나.

현재 항공우주 분야에서 로봇 연구는 중요한 분야로 성장하고 있어. 독일우주센터(DLR)에서도 나날이 높아지는 우주로봇의 수요를 간파하고 로보너트2와 외양과 기능이 유사한 휴머노이드 저스틴(Justin)을 개발하고 있다고 해. 미래엔 우주정거장 안에서 나와 함께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 너희들도 함께 하지 않을래? 이곳에서 멋진 한국인 우주인을 기다리고 있을게. 그럼 다음에 또 볼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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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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