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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넘어 세계로 가는 홍콩과기대

아시아의 MIT를 목표로!

이렇다 할 산업단지 하나 없는 홍콩. 하지만 홍콩은 홍콩과학기술대(HKUST)를 세계 최고의 이공계 중점대학으로 키워냈다. 홍콩과기대는 최근 QS 대학평가에서 아시아 대학 1위를 차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개교 20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일궈낸 그들의 저력은 과연 무엇일까.

7월 29일 낮 1시 반 홍콩과기대 토니 챈 총장의 사무실. 발코니 아래로 드넓은 홍콩 칭수이(淸水) 만의 바다가 펼쳐졌다.

“북쪽에는 중국, 남쪽에는 호주, 북서쪽으로 쭉 가면 한국이 나옵니다. 우리는 세계 어느 곳을 향해서도 열려 있습니다. 그게 바로 홍콩, 우리 대학의 장점이죠.”

발코니 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던 챈 총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홍콩과기대는 2011년 QS 대학평가에서 아시아 최고 대학으로 뽑혔다. 지난해 홍콩대에 이어 2위였다가 올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세계 대학 랭킹으로 보면 40위, 과학기술대 랭킹은 26위다(2010년 기준).

“20년 전만해도 홍콩에 MIT 같은 연구 중심 대학을 세우겠다고 했을 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당시로서는 너무 앞서나간 생각이었던 거죠.”

홍콩은 제조업과 산업의 성장으로 발전한 나라가 아니다. 영토도 작고 천연 자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홍콩에 이공계 중점대학이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뒤 펼쳐질 국제 정세와 아시아의 발전을 내다봤다.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저임금과 낮은 기술력만으로 그 성장을 이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만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어야죠. 이를 위해 기초 과학과 응용과학을 연구할 이공계 중점대학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습니다.”

홍콩과기대는 우수 연구진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고 아파트는 물론 자녀 학자금까지 대준다. 교수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비는 아낌없이 지원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김성훈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연구비가 충분히 나오기 때문에 기업 프로젝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도 없고 수업은 1학기에 1과목만 맡아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각종 제안서와 보고서 작성에 허덕이는 국내외 환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홍콩과기대]

국제도시의 이점을 잘 살린 캠퍼스

홍콩과기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국제 감각이다. 홍콩은 150년 간 영어를 모국어로 써온 덕분에 외국과의 교류가 용이하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김 교수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지만 이곳 학생들이 모두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수업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홍콩과기대의 문을 두드리는 유학생도 계속 늘고 있다. 2005년 홍콩 외 지역(중국도 포함)에서 온 학생은 1299명으로 전교생의 14.7%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677명까지 늘어 전교생의 27.1%를 차지했다. 중국 최고의 수재들도 홍콩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이 홍콩을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 선진국 수준의 교육 환경을 갖춘데다 영어로 수업해 해외유학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 학생에게는 매달 2만 홍콩달러(약 279만 원)와 기숙사도 제공한다. 공부하고 생활하는 데 경제적인 어려움은 거의 없는 셈이다.
홍콩과기대는 공대만큼이나 경영대의 수준도 매우 높다. 홍콩 내부에서는 홍콩대와 홍콩과기대를 종종 라이벌로 비교하는데, 경영대는 홍콩과기대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경영과 이공학을 분리하지 않고 ‘사이언스 앤 비즈니스’라고 통칭한다. 모든 산업 안에는 이 둘이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 둘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아시아의 MIT를 꿈꾸는 만큼 홍콩과기대 학생들은 미국 최고 대학 못지않게 치열하게 공부한다. 중간, 기말고사는 물론이고 거의 매 수업시간에 퀴즈까지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홍콩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대학’을 ‘홍콩 스트레스(Stress)와 긴장(Tension) 대학’이라고 바꿔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생으로서 캠퍼스 낭만을 전혀 꿈꾸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방문하기 이틀 전 교내에서는 홍콩과기대 학생들이 직접 연출하고 공연한 ‘아이다’가 펼쳐졌다.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젊은이의 열정을 신나게 표출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동안 홍콩과기대의 광풍은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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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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