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베어 물면 차가운 덩어리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시원하다. 달콤하다. 부드럽다. “맛있다!” 아이스크림 맛에는 단맛, 신맛 같은 미각세포가 느끼는 진짜 맛 외에, 혀가 느끼는 여러 가지 촉감이 포함돼 있다. 아이스크림의 심오한 맛의 비결을 찾아 7월 12일 아이스크림 공장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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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순간 달콤한 바닐라 향이 훅 풍겼다. 깊이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양철 탱크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크림색 액체가 담겨 있었다. 잠시 뒤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펌프가 액체를 빨아 올려 ‘윙윙’ 소리를 내는 냉동장치에 넣었다. 장치와 연결된 30개의 노즐에서 동시에 걸쭉한 아이스크림이 흘러나왔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곳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빙그레 아이스크림 공장이다. 흔히 아이스크림은 원료가 되는 용액을 얼리기만 하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이라도 소프
트 아이스크림과 샤베트, 빙과류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이유가 뭘까. 백견이 불여일식(百見不如一食). 빙그레 식품연구소 아이스크림 개발실 김성택 실장이 건넨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떠 먹으며 취재를 시작했다.
풍미를 결정하는 유지방
“음~.” 아이스크림 특유의 부드러운 크림 맛이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스크림에 들어있는 유지방 맛이다. 아이스크림은 원유와 당분, 물과 공기를 약 1 : 1 : 3.5 : 4.5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유지방은 원유의 지방성분으로, 원유에서 단백질 성분인 무지유고형분을 뺀 나머지다. 아이스크림 전체로 따지면 비중이 적지만 아이스크림의 맛과 종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유지방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은 원액에 들어 있는 유지방 함량이 12%가 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다. 하겐다즈나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이런 아이스크림은 우유 맛이 진해서 풍미가 좋은 대신 뒷맛이 텁텁하고 칼로리가 높다. 투게더나 베스트원처럼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유지방 함량이 10~12%인 ‘레귤러’ 아이스크림이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보단 덜하지만 풍미가 살아 있다.
유지방 함량이 5~7% 정도면 ‘젤라또’로 분류한다. 이탈리아식 전통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는 우유 맛이 약한 대신 칼로리가 낮다. 그밖에 유지방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빙과류’와 칼로리가 높은 유지방 대신 무지유고형분을 2% 이상 넣은 ‘샤베트’도 있다.
유지방은 풍미뿐 아니라 미끌미끌한 조직감에도 영향을 준다. 아이스크림 원료를 배합할 때 유화제를 넣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과 친한 친수성 아미노산과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아미노산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유화제가물과 유지방을 한 덩어리로 결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냉동과정에서 이런 결합을 일부러 깨트리기도 한다. 김 실장은 “유지방끼리 엉겨 붙어야 베어 물었을 때 미끄덩하고 끈적끈적한 조직감이 느껴진다”며 “물과 유지방의 결합을 어느 정도 깨트리는지가 맛의 노하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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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쭉한 아이스크림을 틀에 담고 막대기를 꽂으면 빙과류 아이스크림이 완성된다. 아이스크림 원액을 냉동시키는 것부터 완성품을 포장하는 단계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화 돼 있다.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레귤러’ 아이스크림이다. 레귤러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10~12% 내외로 높은 편이다. 우유의 부드러운 풍미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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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단면을 현미경으로 본 사진. 지름이 5~15μm인 공기( A ) 표면에 지름이 0.2~1μm인 유지방( B )이 붙어있다. 공기와 공기 사이는 얼음( C )과 아이스크림 원액( D )이 채우고 있다.]
부드러운 맛 vs 쫄깃한 맛
혀에 닿았을 때 가볍고 부드러운 맛은 어떻게 만들까. 김 실장은 보여줄 게 있다며 ‘윙윙’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원통형 기계로 이끌었다. 그는 “공장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가정에서는 따라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 ‘프리저(freezer)’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리저라는 냉동장비는 냉각장치와 칼날로 구성돼 있다. 냉각장치는 프리저의 내부 표면 온도를 영하 40℃로 낮춘다. 아이스크림 원액이 내벽에 닿는 즉시 얼어붙게 한 것이다. 칼날은 중앙에서 드릴처럼 회전하며 벽에 붙은 아이스크림을 긁어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스크림 속에 공기가 얼마나 섞이는가다. 김 실장은 “부드러운 식감은 아이스크림 속에 들어있는 공기의 양이 결정한다”며 “프리저는 아이스크림 원액과 공기를 함께 분사해 이것들이 섞이면서 부피가 팽창했을 때 급속 냉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즉 아이스크림은 일종의 거품이다. 실제로 아이스크림 단면을 현미경으로 보면 지름이 10~100μm(마이크로미터, 1μm=100만 분의 1m)인 공기 덩어리와 지름이 0.2~2μm인 유지방 덩어리들이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체는 액체나 고체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거품은 늘 불안정하고 쉽게 꺼진다.
프리저는 아이스크림의 거품이 꺼지기 전에 급속 냉동시킨다. 공장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에는 전체 부피에서 공기가 적게는 10%, 많게는 60%까지 들어있다. 김 실장은 “가정에서는 온도가 영하 15~18℃인 일반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얼리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거품이 어는 동안 공기가 다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물론 공기가 많이 들어가 식감이 부드럽다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공기 부피가 20%가 채 안 된다. 가볍고 부드러운 맛보다 무겁고 쫄깃한 맛을 특징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젤라또는 공기의 식감을 이용해 칼로리는 낮추면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맛을 냈다. 젤라또는 유지방 함량이 5~7%로 낮아 풍미가 약하지만 공기를 적게 주입해 아이스크림의 밀도를 높였기 때문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유사한 무거운 맛이 난다.
[빙과류 아이스크림은 얼음 입자가 커 딱딱하고 시원하다. 아이스크림이 유통과정에서 녹지 않게 하기 위해 냉동 창고에 보관하며 동결률을 높인다.]
빙과류가 더 시원한 이유
혀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맛도 좋지만 덥고 목마를 땐 시원한 빙과류 아이스크림을 찾게 된다. 빙과류가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시원한 이유는 간단하다. 얼음이 씹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나 레귤러 아이스크림의 얼음 알갱이 크기가 35~55μm인데 빙과류 아이스크림은 얼음이 55~70μm 크기다. 얼음 알갱이 크기가 55μm 이상이면 혀에서 얼음이 느껴진다.
샤베트도 빙과류처럼 얼음 알갱이가 크다. 이런 아이스크림은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중요한 아이스크림은 프리저로 급속 동결해 내부 얼음 결정을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 한다. 얼음 결정에 주변 물 분자가 붙어 얼음 알갱이로 자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샤베트나 빙과류처럼 시원한 얼음이 특징인 아이스크림은 서서히 얼려서 얼음 결정이 커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 실장은 “얼음 입자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얼음의 비중도 맛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프리저에서 갓 빠져나온 아이스크림은 우리가 흔히 먹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유사한 상태다. 온도가 영하 4~6℃이고 아이스크림에 들어 있는 수분 중에서 55%만 얼어 있다. 시원한 맛보다는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하지만 일반 아이스크림은 프리저에서 1차로 얼린 아이스크림을 영하 35℃의 냉동창고에서 2차로 얼려 동결률을 90%까지 높인다. 유통 과정에서 녹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데, 딱딱하고 시원하다.
그렇다면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는 전문 연구자는 어떤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할까. 기자의 질문에 김 실장은 “아이스크림만큼 선호도가 수시로 바뀌는 간식도 드물 것”이라며 “겨울에는 빙과류보다 부드러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식사 뒤 후식으로는 시원하고 가벼운 샤베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24년 동안 아이스크림을 연구했지만 아이스크림 맛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정말 어렵다”면서 “풍미와 조직감, 먹는 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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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순간 달콤한 바닐라 향이 훅 풍겼다. 깊이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양철 탱크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크림색 액체가 담겨 있었다. 잠시 뒤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펌프가 액체를 빨아 올려 ‘윙윙’ 소리를 내는 냉동장치에 넣었다. 장치와 연결된 30개의 노즐에서 동시에 걸쭉한 아이스크림이 흘러나왔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곳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빙그레 아이스크림 공장이다. 흔히 아이스크림은 원료가 되는 용액을 얼리기만 하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이라도 소프
트 아이스크림과 샤베트, 빙과류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이유가 뭘까. 백견이 불여일식(百見不如一食). 빙그레 식품연구소 아이스크림 개발실 김성택 실장이 건넨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떠 먹으며 취재를 시작했다.
풍미를 결정하는 유지방
“음~.” 아이스크림 특유의 부드러운 크림 맛이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스크림에 들어있는 유지방 맛이다. 아이스크림은 원유와 당분, 물과 공기를 약 1 : 1 : 3.5 : 4.5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유지방은 원유의 지방성분으로, 원유에서 단백질 성분인 무지유고형분을 뺀 나머지다. 아이스크림 전체로 따지면 비중이 적지만 아이스크림의 맛과 종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유지방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은 원액에 들어 있는 유지방 함량이 12%가 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다. 하겐다즈나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이런 아이스크림은 우유 맛이 진해서 풍미가 좋은 대신 뒷맛이 텁텁하고 칼로리가 높다. 투게더나 베스트원처럼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유지방 함량이 10~12%인 ‘레귤러’ 아이스크림이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보단 덜하지만 풍미가 살아 있다.
유지방 함량이 5~7% 정도면 ‘젤라또’로 분류한다. 이탈리아식 전통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는 우유 맛이 약한 대신 칼로리가 낮다. 그밖에 유지방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빙과류’와 칼로리가 높은 유지방 대신 무지유고형분을 2% 이상 넣은 ‘샤베트’도 있다.
유지방은 풍미뿐 아니라 미끌미끌한 조직감에도 영향을 준다. 아이스크림 원료를 배합할 때 유화제를 넣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과 친한 친수성 아미노산과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아미노산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유화제가물과 유지방을 한 덩어리로 결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냉동과정에서 이런 결합을 일부러 깨트리기도 한다. 김 실장은 “유지방끼리 엉겨 붙어야 베어 물었을 때 미끄덩하고 끈적끈적한 조직감이 느껴진다”며 “물과 유지방의 결합을 어느 정도 깨트리는지가 맛의 노하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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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쭉한 아이스크림을 틀에 담고 막대기를 꽂으면 빙과류 아이스크림이 완성된다. 아이스크림 원액을 냉동시키는 것부터 완성품을 포장하는 단계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화 돼 있다.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레귤러’ 아이스크림이다. 레귤러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10~12% 내외로 높은 편이다. 우유의 부드러운 풍미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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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맛 vs 쫄깃한 맛
혀에 닿았을 때 가볍고 부드러운 맛은 어떻게 만들까. 김 실장은 보여줄 게 있다며 ‘윙윙’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원통형 기계로 이끌었다. 그는 “공장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가정에서는 따라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 ‘프리저(freezer)’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리저라는 냉동장비는 냉각장치와 칼날로 구성돼 있다. 냉각장치는 프리저의 내부 표면 온도를 영하 40℃로 낮춘다. 아이스크림 원액이 내벽에 닿는 즉시 얼어붙게 한 것이다. 칼날은 중앙에서 드릴처럼 회전하며 벽에 붙은 아이스크림을 긁어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스크림 속에 공기가 얼마나 섞이는가다. 김 실장은 “부드러운 식감은 아이스크림 속에 들어있는 공기의 양이 결정한다”며 “프리저는 아이스크림 원액과 공기를 함께 분사해 이것들이 섞이면서 부피가 팽창했을 때 급속 냉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즉 아이스크림은 일종의 거품이다. 실제로 아이스크림 단면을 현미경으로 보면 지름이 10~100μm(마이크로미터, 1μm=100만 분의 1m)인 공기 덩어리와 지름이 0.2~2μm인 유지방 덩어리들이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체는 액체나 고체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거품은 늘 불안정하고 쉽게 꺼진다.
프리저는 아이스크림의 거품이 꺼지기 전에 급속 냉동시킨다. 공장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에는 전체 부피에서 공기가 적게는 10%, 많게는 60%까지 들어있다. 김 실장은 “가정에서는 온도가 영하 15~18℃인 일반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얼리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거품이 어는 동안 공기가 다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물론 공기가 많이 들어가 식감이 부드럽다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공기 부피가 20%가 채 안 된다. 가볍고 부드러운 맛보다 무겁고 쫄깃한 맛을 특징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젤라또는 공기의 식감을 이용해 칼로리는 낮추면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맛을 냈다. 젤라또는 유지방 함량이 5~7%로 낮아 풍미가 약하지만 공기를 적게 주입해 아이스크림의 밀도를 높였기 때문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유사한 무거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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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류가 더 시원한 이유
혀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맛도 좋지만 덥고 목마를 땐 시원한 빙과류 아이스크림을 찾게 된다. 빙과류가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시원한 이유는 간단하다. 얼음이 씹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나 레귤러 아이스크림의 얼음 알갱이 크기가 35~55μm인데 빙과류 아이스크림은 얼음이 55~70μm 크기다. 얼음 알갱이 크기가 55μm 이상이면 혀에서 얼음이 느껴진다.
샤베트도 빙과류처럼 얼음 알갱이가 크다. 이런 아이스크림은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중요한 아이스크림은 프리저로 급속 동결해 내부 얼음 결정을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 한다. 얼음 결정에 주변 물 분자가 붙어 얼음 알갱이로 자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샤베트나 빙과류처럼 시원한 얼음이 특징인 아이스크림은 서서히 얼려서 얼음 결정이 커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 실장은 “얼음 입자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얼음의 비중도 맛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프리저에서 갓 빠져나온 아이스크림은 우리가 흔히 먹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유사한 상태다. 온도가 영하 4~6℃이고 아이스크림에 들어 있는 수분 중에서 55%만 얼어 있다. 시원한 맛보다는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하지만 일반 아이스크림은 프리저에서 1차로 얼린 아이스크림을 영하 35℃의 냉동창고에서 2차로 얼려 동결률을 90%까지 높인다. 유통 과정에서 녹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데, 딱딱하고 시원하다.
그렇다면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는 전문 연구자는 어떤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할까. 기자의 질문에 김 실장은 “아이스크림만큼 선호도가 수시로 바뀌는 간식도 드물 것”이라며 “겨울에는 빙과류보다 부드러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식사 뒤 후식으로는 시원하고 가벼운 샤베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24년 동안 아이스크림을 연구했지만 아이스크림 맛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정말 어렵다”면서 “풍미와 조직감, 먹는 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