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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옷 갈아입는 아바타 쇼핑

패션은 과학을 입는다

의류 브랜드와 의상 수는 점점 많아지고 쇼핑할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나만의 개성을 살리기에 현대인은 너무 바쁘다. 나 대신 옷을 입어보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내 몸에 딱 맞는지 확인해주는 쌍둥이는 없을까. 의류학자들은 컴퓨터상에 3차원 아바타를 구현해 집에서도 원하는 옷을 ‘간접적으로’ 입어볼 수 있는 세상을 창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복 생산과 판매 과정은 먼저 생산하고 후에 판매하는 대량생산 방식이었다. 즉 의류회사에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결정하면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 제품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디자인이나 사이즈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소비자들은 백화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른다. 하지만 흰색이면 좋겠는데 회색이라서 고민하다가 구입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사이즈도 허리는 맞는데 엉덩이가 작다면 한 사이즈 큰 옷을 사서 허리를 줄이거나 바짓단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선해서 입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문을 한 뒤에 생산을 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소비자 스스로가 디자인을 결정하고 본인의 몸에 꼭 맞는 의복을 주문해 입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사진만 대충 보고 ‘색상은 붉은 색으로, 소매는 없이, 치마는 주름 잡아서’ 식으로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이 디자인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몸에는 잘 맞는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하고 몸에 맞춰 주문한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품하면 생산자는 그 옷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방법도 없다.



3차원 쌍둥이 옷 갈아입히기

만약 나와 똑같이 생긴 가상의 쌍둥이가 옷을 직접 입어보면 어떨까.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내 몸에 꼭 들어맞는지 미리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의류학자들은 컴퓨터에 나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 아바타를 만들어 옷을 입혀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몸을 컴퓨터로 옮기는 기술은 3차원 바디스캐너라는 기계를 이용한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스캐너로 훑으면 컴퓨터에 똑같은 그림이 생기듯이 사람의 몸도 3차원 스캐너로 촬영하면 컴퓨터 모니터에 3차원 아바타가 생긴다. 3차원 아바타는 키와 가슴 둘레, 허리둘레 등 치수를 재거나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다.



옷을 사러 갔을 때 여러 번 갈아 입고 피팅룸 밖으로 나와 거울을 보느라 번거로웠던 경험이 있을것이다. 또 함께 쇼핑 간 친구에게 예쁜지 물어봐야 하고 스스로도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가끔 이런 과정이 귀찮아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골라 주문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한 옷은 직접 입어보고 고른 옷과는 달리 느낌이 전혀 다를 때가 있다. 이런 문제점도 3차원 아바타로 해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모니터에 자기와 닮은 아바타를 띄워 놓고 ‘간접적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쇼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좌) 건국대 아이패션 의류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아이패션몰 홈페이지의 모습.(우)]

 
 
 
[➊ 나이키팀 홈페이지(www.niketeam.com)에서는 소비자가 디자인과 색상, 원단을 선택해 유니폼을 주문할 수 있다.

➋ 세컨드라이프의 가상세계에서는 의류뿐 아니라 메이크업도 자유자재로 고를 수 있다.]



 
 


[➌ 세컨드라이프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상 구두들.]

 
 
건국대 아이패션(i-Fashion) 의류기술센터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인의 치수와 같은 아바타를 만들어 옷을 입혀보고 잘 어울리는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쇼핑몰에서는 티셔츠를 마음에 드는 스타일, 프린트대로 골라서 디자인해 주문할 수도 있다.



미국 의류회사 디젤(Diesel)은 매장에 360° 마술거울을 설치했다. 이 거울은 말 그대로 앞과 뒤, 옆을 동시에모두 볼 수 있는 거울이다. 비디오카메라 여러대가 설치된 피팅룸에서 소비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뒤태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가상 망토



컴퓨터 안의 가상커뮤니티나 게임에서는 현실과 다르지만 비슷한 또 하나의 내가 있다. 이러한 가상현실에는 세컨드라이프를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누리엔, 더 심즈, 오디션, 스타돌 같은 게임이 있다. 가상세계에는 아바타가 있기 때문에 옷이 필요하고 가상의복은 컴퓨터 세계 속에서 중요한 상품이 된다.



세컨드라이프(secondlife.com)는 이용자들이 3차원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정해 집을 짓고, 가정과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제2의 인생’을 그려준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백화점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른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독일의 스포츠용품 제조회사 아디다스는 세컨드라이프에 가상 매장을 오픈해 가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바타의 발에 완벽하게 맞도록 디자인돼 탄성과 유연성을 갖고 걸을 수 있는 신발 ‘에이큐브 마이크로라이드(A3 Microride)’는 50린덴달러(Linden Dollar, 세컨드라이프에서 제공하는 사이버머니의 단위)에 판매하고 있다.

 
 
 
[➊ 세컨드라이프 속 아바타가 물방울 무늬 원피스를 입고 여러 각도로 뽐내 보이고 있다.

➋ 미국의 인기 비디오게임 ‘더 심즈2’에서 제공하는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





[세컨드라이프가 크리스찬 라크르와의 드레스 작품을 이용해 가상으로 제작한 아바타 드레스.]



 
가상세계에서 패션 디자이너들은 실제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아바타 패션을 디자인 하기도 한다. 실제로 패션 하우스 페이퍼쿠튀르(Paper Couture)는 세컨드라이프에서 크리스찬 라크루와의 의류를 이용해 아바타를 위한 드레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은 인기 비디오 게임 ‘더 심즈’의 제조사로 유명한 미국의 일렉트로닉 아츠와 제휴해 젊은 여성을 타깃 삼아 인터넷게임 같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사이버 패션 콘테스트와 가상 패션쇼를 열었다. 게다가 ‘더 심즈 2’는 사용자들이 각자 가상 H&M 매장을 만들 수 있으며, H&M이 제공하는 의류 상품들을 이용해 가상 패션쇼도 구상할 수 있다.



가상의복 기술은 영화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 드림웍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슈렉’에 등장하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망토는 가상의복 기술을 활용해 실제처럼 그려졌다. 국내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는 대결 중 무사들의 도포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표현하는 데 이 기술이 사용됐다.



이외에도 가상현실을 의복에 적용해 소비자들이 더욱 편하고 즐겁게 쇼핑하고 마음에 꼭 들면서 몸에도 잘 맞는 옷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나온 것처럼 홀로그램 아바타가 개발돼 언제 어디서든 옷을 대신 입어주고 주문해 주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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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남윤자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 | 이미지 출처│Niketeam, Secon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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