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줄거리 ‘빅뱅이론’은 미국 CBS에서 2007년부터 방영해 현재 시즌4가 방송되고 있는 인기 시트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를 배경으로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일하는 4명의 과학자, 공학자와 이웃에 사는 금발미녀의 일상을 그렸다. 과학으로 가득 찬 세계 속에 사는 네 명의 친구들이 과학의 ‘과’자도 모르는 이웃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가 주요 이야깃거리다.


 


 
 


과학동아 평점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직업은 화려하다. 명품을 휘감고 뉴욕을 누비는 칼럼니스트, 고집불통이지만 병 하나는 잘 고치는 의사, 화려한 언변으로 법정과 여자를 사로잡는 변호사, 그리고 진실을 알기 위해 밤낮없이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까지. 이렇게 다양하고 멋진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을 보는 것은 미국 드라마를 보는 재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이 많은 직업 중에 ‘왜 과학도인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은 없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빅뱅이론’을 봤고, 나는 그 안에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즉 과학자•공학자인 쉘든, 레너드, 하워드, 라지를 만났다. 대학시절, 어디선가 만나본 것 같은 공대 학우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를 이 시트콤에 빠져들게 했다.



네 명의 천재, 미녀를 만나다



이 시트콤을 처음 볼 때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바로 주제곡과 오프닝 화면이다. 멋진 포즈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전형적인 화면 대신 빅뱅이론은 오프닝에서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담았다. ‘모든 것의 역사’란 제목의 오프닝 곡은 ‘우리의 우주는 뜨겁고 압축된 상태였죠’라는 빅뱅이론을 설명하는 가사로 시작해 2분 안에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설명한다. 빅뱅이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쉘든이다. 쉘든은 16살에 이미 2개의 박사학위를 받은 IQ187의 천재 이론물리학자다. 요일마다 해야 하는 일을 정해놓고, 소파에 매번 같은 자리에 앉는다. 하우스메이트와 몇 장에 걸친 긴 규칙을 정해놓는 논리적이고, 규칙적이며 독특한 사람이다. 과학과 논리 속에 사는 쉘든은 사회성이 매우 부족하지만 의외로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레너드는 실험물리학자다. 앞집에 이사 온 페니에게 첫눈에 반해 페니와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레너드도 만일 다른 드라마에 나왔다면 특이하다는 평을 받을 만한 캐릭터지만 이곳에서는 워낙 특이한 인물이 많아 가장 평범하고 정상적인 인물로 보인다.

 
 


[왼쪽부터 라지, 레너드, 하워드, 쉘든이다. 쉘든은 늘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하는 자기만의 규칙을 갖고 있다.]

 
 
 
[페니는 배우를 꿈꾸지만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네 명의 주인공을 만나 점차 변한다.]

 
 
하워드와 라지는 두 사람의 집에 매일 놀러오는 친구다. 목티와 딱 달라붙는 바지를 입은 독특한 패션을 자랑하는 유대인 하워드는 항공우주공학자다. 어른이지만 아직까지 엄마와 함께 살고 있고, 여자를 보면 ‘작업’을 걸지만 언제나 실패한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아직 박사학위가 없어 쉘든의 놀림을 받는다. 인도에서 온 라지는 천문학자다. 여자 앞에서는 말을 못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말 그대로 ‘술술’ 말한다. 인도에 있는 라지의 가족은 굉장한 부자지만 가끔 가난한 외국인 유학생인 척 한다.



여주인공 페니는 배우가 되고 싶어 캘리포니아에 왔다. 하지만 계속 오디션에 떨어지고 현재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과학엔 문외한이었던 페니지만 쉘든, 레너드와 만나면서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연애를 말하다



쉘든과 레너드, 하워드, 라지의 일상생활은 과학으로 가득 차 있다. 쉘든과 레너드가 사는 집을 보면 거실 장식품으로 이중나선 모형이 있고, 화장실 샤워커튼은 주기율표가 그려져 있으며, 평소에 입는 티셔츠에도 분자구조가 그려져 있다. 집과 학교 연구실에 있는 칠판에는 언제나 복잡한 식이 적혀있으며, 서로 주고받는 대화는 과학 용어와 이론으로 가득 차 있다. 취미로 즐기는 만화나 게임은 모두 SF이다. 특히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을 좋아하고, 종종 슈퍼히어로 코스프레를 한다.



대중문화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과학’이 난무하는 시트콤이지만, 이 시트콤을 즐기기 위해서 시트콤에 나오는 모든 과학용어와 이론을 알 필요는 없다. 페니도 이들과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페니가 쉘든, 레너드를 만나듯 일반인과 과학자가 만나는 점이 바로 이 시트콤의 재미다. 과학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자신들의 세계에만 살 것 같은 네 명의 친구들은 페니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한다.

 
 






 
 
특히 가장 많이 변하는 사람은 쉘든이다. 자기의 논리와 규칙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고 점차 새로운 인간관계를 배운다. 변하는 것은 페니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페니는 게임을 배우고, SF 드라마 스타트렉의 줄거리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전에 만났던 남자들이 ‘무식’했다는 것도 깨닫는다.

 
 


[하우스메이트인 쉘든과 레너드는 매번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위한다.]





[페니는 이공계 연구자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과학학회에 갔다. 하지만 페니에겐 너무 지루한 시간이었다.]





[‘빅뱅이론ʼ의 무대는 각종 과학 실험과 모험으로 사고가 터지기 일쑤다.]

 
 
페니를 깨닫게 한 쉘든과 레너드의 ‘과학’은 결코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는 자기들끼리만 하더라도, 페니에게 이야기할 때에는 쉽고, 일상생활의 상황에 맞춰 설명해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페니가 레너드와 만나야 할지 고민할때 쉘든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예로 들어 조언하는 에피소드다. 슈뢰 딩거의 고양이는 페니가 계속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양자역학 이론이지만 결국 ‘하기 전에는 모르니 해 봐’라는 이야기다. 과학 이론에 빗대 설명하는 쉘든의 모습은 비록 그의 세계관이 과학으로 가득 차 있어도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공대생을 가장 잘 이해한 시트콤



쉘든과 친구들만 과학 속의 삶을 살진 않을 것이다. 모든 과학도와 공학도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생활에 과학이 깊게 엮여 있다. 쉘든과 같이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젊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2개나 받을 만큼 천재도 아니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상을 보면 언젠가 겪거나 주변에서 본 것만 같다.



쉘든과 친구들이 하는 과학 유머를 사실은 우리도 하고 있다. ‘공대생 유머’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는 공대 생활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들의 유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의’를 뜻하는 영어 단어가 뭐냐고 물으면 ‘justice’가 아니라 ‘definition’이라고 대답한다거나, ‘매트릭스’란 단어를 들으면 영화가 아니라 행렬을 생각한다는 농담은 우리도 쉘든과 레너드와 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의 삶에 공감이 가는 것은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한때 내가 꿈꿨던 과학자, 공학자의 삶을 사는 그들을 보면 공대에서 공부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이 생각난다. 쉘든이 자신보다 똑똑한 젊은 학자를 만났을 때 느낀 질투, 쉘든과 레너드가 학회에 가서 유명한 과학자를 만났을 때 느낀 설렘과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노벨상을 노리던 추억, 그리고 자신의 전공과 연구 분야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믿음 말이다. 이런 면에서 빅뱅이론은 단지 겉모습만 과학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 이공대생을 이해한 시트콤이다.



빅뱅이론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굳이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고, 단지 상황과 캐릭터가 재미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공대생이었던 나는 그들의 삶 속에서 내 모습, 그리고 친구들, 선배들의 모습을 발견해 그때마다 주인공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김종립 | 글 이경선│이미지 출처│위키미디어, Everett Collect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천문학
  • 항공·우주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