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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에서 의료까지 레이저가 다듬는다

레이저나노가공 연구실

레이저는 고출력의 에너지를 한 점에 집중해 물체에 강한 열과 압력을 가한다. 레이저를 쬐는 시간과 강도를 조절하면 금속이나 세라믹 같은 물질을 원하는 대로 가공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하는 기술이 레이저가공이다.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원하는 에너지로 초점을 정확히 맞출 수 있어 복잡하고 세밀한 가공이 가능하다.







광주과학기술원 기전공학부 레이저나노가공 연구실에서는 ‘레이저 어블레이션(laser ablation)’ 현상을 제어해 정밀하고 빠르며 에너지 손실이 적은 레이저가공 기술을 연구한다. 레이저 어블레이션은 고출력 레이저를 맞은 재료가 녹거나 증발하고, 증발한 재료가 이온화돼 플라스마를 만드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순서대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레이저로 미세한 가공을 할 때는 용접, 담금질, 절단, 드릴링 등 원하는 공정에 맞게레이저 어블레이션 현상을 조절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광주과기원 레이저나노가공 연구실에서는 ‘레이저유도 가공기술’도 함께 연구한다. 가공할 재료에 직접 레이저를 쬐는게 아니라 재료와 반응하는 물질에 레이저를 쬐어 2차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수십 나노미(1nm=10억 분의 1m)에서 수백 마이크로미터(1μm=100만 분의 1m)크기의 매우 작고 정교한 마이크로 및나노구조물을 제조·가공·합성할 때 쓴다.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레이저를 쏘는 펨토초(1fs = 1000조 분의 1초)레이저가공도 하고 있다. 펨토초가공은 열에 의한 변형이 일어나지 않아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가공한 면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한의사와 레이저 침 치료기 개발



레이저나노가공 연구실은 레이저가공기술이 필요한 광기술업체와 학내 벤처업체를 적극 돕고 있다. 연구실 정성호 교수는 “실험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레이저가공기술을 생산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LCD기판에 사용하는 레이저국소증착기계의 국산화를 도운 일이다. LCD기판회로에 생긴 미세한 불량을 복구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LCD 세라믹기판에 새겨진 회로 금속선의 폭이 10μm에 불과할 정도로 워낙 촘촘히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로가 있어야 할 곳에 없거나, 없어야 할 곳에 있는 불량이 발생했을 때 레이저유도가공의 한 종류인 레이저국소증착기술로 복구할 수 있다. 먼저 반도체에 불량이 난 부분을 밀폐시키고 이 안에 반도체와 반응하는 기체를 넣는다. 회로를 새길 부분에 레이저를 쏘면 그곳에 있는 기체와 반도체 기판이 반응해 필요한 회로가 그려진다. 지금까지는 외국 업체의 레이저로만 가능했지만, 정 교수는 LG전자, 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의료 현장과 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최근 임상의사와 공동으로 의료현장에 필요한 레이저 시스템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레이저 에너지의 출력과 시간, 파동과 파장의 패턴을 조절해 피부과와 한의과 진료에 적합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는 “산업용 레이저는 많이 만들고 있지만 의료용 레이저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힘들어 상대적으로 개발이 늦은편”이라고 덧붙였다.









동신대 한의과대학과는 레이저침 치료기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정 교수는 “시중에 나온 레이저침이 많지만, 실제 침이라고 말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빛을 이용해 혈자리를 자극하는 것이 레이저침이지만 저출력레이저로는 피부를 3mm이상 뚫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침으로 찌른 후 피부 안에 레이저를 쏘는 방법을 개발했다. 침 속에 광섬유를 넣어 레이저를 쏘아 원하는 혈을 자극하는 원리다.



정 교수는 “앞으로 레이저가 점점 더 많은 영역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저의 출력이 점점 커지고, 레이저를 제어하는 기술도 발전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세밀한 가공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레이저가공이 전통적 가공 방법을 대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레이저가공이 정교한 국소적 작업에만 적합해 아직 생산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레이저를 공부하러 우리 연구실에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 자신도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1992년경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레이저를 처음 접한 후 흥미를 느껴 레이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정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레이저가공 연구실의 문은 레이저를 학부에서 전공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열려 있다. 정 교수는 “각자의 전공을 바탕으로 레이저가공을 연구하기를 원한다”며 “여기에 성실함과 창의성 그리고 자기 연구 분야에 프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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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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