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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한쪽 끝에 무표정한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미국연방수사국(FBI) 요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살인을 저지른 용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알리바이가 확실했고 대답이 거짓말 같지 않았다. 하지만 노련한 FBI 요원은 용의자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만약 당신이 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총을 사용했을까요, 칼을 사용했을까요?” “만약 당신이 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얼음 깨는 송곳을 사용했을까요, 망치를 사용했을까요?” 얼굴에 아무런 미동조차 보이지 않던 용의자는 ‘얼음 깨는 송곳’이 언급되는 순간 조용히 눈을 감더니 다음 흉기의 목록이 나오기 전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FBI 요원이 언급한 흉기 가운데 범행에 실제로 사용된 것은 얼음 깨는 송곳이었지만, 그 정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FBI 요원은 그의 행동을 즉시 알아차렸고, 단순 용의자에 불과하던 그 남자는 강력한 용의자로 바뀌었다. 결국 그는 범행을 자백했다.



이 책은 ‘인간 거짓말탐지기’라는 별명을 가졌던 전 FBI 요원인 저자가 상대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속마음을 꿰뚫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려고 하는지, 그들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평생 동안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과학’을 연구했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란 표정과 제스처, 신체 움직임(동작학), 근접거리(공간학), 접촉(촉각학), 자세, 옷차림 등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경험에 의존해 그다지 과학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저자는 25년간 FBI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심리학과 신경생물학, 의학,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인류학 분야에서 최근 밝혀진 연구도 제시하며 이 책에 나오는 정보가 개인의 경험이나 추측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설명하기 위해 특히 뇌의 변연계(원시형태의 뇌)를 주목한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뇌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통제한다.
 

변연계는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 생각 없이 반사적이고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몸의 언어’를 통솔한다. 만약 생존에 위협을 느끼거나 감정에 변화가 생기면 변연계가 행동을 지시하는데, 대개 얼굴이나 손발에 나타난다. 예를 들면 큰소리가 났을 때 깜짝 놀라는 반응을 숨기려고 애써도 드러나는 것처럼 변연계는 생각보다 빠른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저자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손과 발의 자세를 눈여겨보면 심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편안한 상태이거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사람의 팔은 저절로 벌어진다거나, 겉으로는 대화에 동의하는 듯 보이지만 마음속으로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리를 반대편으로 돌리거나 금방이라도 일어날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옆 사람이 불편하거나 스스로 불안한 상태에서는 쿠션을 끌어안거나 재킷의 단추를 끝까지 채워 자기 몸의 앞부분을 방어 자세로 만든다.



저자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면 용의자 가운데 범인을 가려내는 순간뿐 아니라 사업상 만남이나 소개팅, 면접 등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이의 신체언어를 해석해 진실을 깨달음으로써 성공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서해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정 천안함이 최근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월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이 낸 공식보고서의 결론을 부정하는 실험 결과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정기영 교수는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물질의 성분을 분석한 뒤 100℃ 이하의 온도에서 만들어지는 ‘비결정성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 물질이 고온고압의 폭발로 만들어진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이라는 합조단의 주장을 뒤집는 내용이다. 만약 정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수중 폭발은 없었고 침몰의 원인도 어뢰가 아니게 된다.



그런데 똑같은 현상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나오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과학이라면 동일한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셰리 시세일러의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독자에게 유용한 책이다. 저자는 과학자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이를 통해 낡은 지식이 뒤집어지는 ‘혁명’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또 과학 역시 다른 지식과 마찬가지로 이해관계 등 사회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책에는 인간광우병이 예로 등장한다. 광우병 때문에 어느 집단이 손해를 보고 어느 집단이 이익을 보는가. 광우병에 대한 지식도 이들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주도록 돼 있고, 그에 따라 과학 지식도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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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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