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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비소 오염 우리가 책임집니다”

비소는 아주 적은 양만 흡수해도 인체에 위험하다. 비소는 고대부터 독약으로 사용됐으며 임금이 내렸던 사약의 성분이기도 하다. 급성 및 만성 중독에 의해 간, 신장, 피부에 암을 일으킨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공학부 토양환경연구실의 김경웅 교수는 토양 및 지하수의 비소 오염을 조사하고 환경을 복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비소 오염은 주로 폐광산 주변에서 많이 일어난다. 폐광에서 유출된 비소는 지하수와 토양에 스며들어 물과 농작물을 오염시킨다. 우리나라에는 1000여 개의 폐광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방치돼 있어 비소가 주민에게 그대로 노출돼 있다.



토양환경연구실에서는 비소 오염을 조사하고 오염을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토양분석과 식물 내 비소 농도 측정, 마시는 지하수 내 비소 농도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 강원도 폐광지역 주변에서 사는 기형 도롱뇽을 관찰해 도롱뇽이 비소 오염의 지표인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토양을 복원할 때도 화학, 생물학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김경웅 교수는 “나노 철산화물 입자를 채운 벽을 광산 주변에 세워 농지로 비소가 유출되는 것을 막거나 비소를 잘 흡수하는 고사리를 이용한다”며 “광산 침전물을 재활용해 오염된 토양을 안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폐광지역 뿐만 아니라 장항 제련소 지역 및 군부대 사격장 등에 실제로 적용됐다.



비소 오염 처리 기술을 세계와 나누다



김 교수와 연구원들은 국내 연구 결과와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해외 폐광지역 조사에 자주 초청됐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비소 오염 지역을 조사하고 복원하고 있습니다. 코소보의 납 오염지역 조사,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마뭇트광산 복원에도 참여했습니다.”



김경웅 교수는 2005년 유엔 국제환경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면서 방글라데시와 메콩강 주변 나라인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지하수 비소 오염을 조사했다. 이들 지역은 ‘비소 대재앙’이 일어났다고 할 만큼 심각한 비소 오염 지역이다. 비소는 물에 10ppb(물 1t 중 10mg가 들어 있는 농도)만 함유돼 있어도 위험하다. 방글라데시는 인구 1억 2000만 명 중 3500만 명이 50ppb 이상 비소가 함유된 지하수를 사용한다. 이곳에선 250만 명 이상이 피부흑색종, 피부암 등 심각한 비소 중독증상을 보이고 있다.



토양환경연구실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김경웅 교수는 베트남 안장 지역, 캄보디아 칸달 지역에 환경공학부의 조재원 교수와 함께 개발한 ‘나노막여과기술’을 이용한 정수장비 제작기술을 이전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잠비아, 몽골, 필리핀 등에도 계속 정수장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단순히 정수 장치를 기증하는 것만으로는 주민들의 먹는 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정수 장치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해 나누고 있습니다.”







토양환경연구실에는 비소 오염 처리 기술을 배우기 위해 유학 온 학생들이 많다. 특히 국제환경연구소의 협력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에서 많은 학생들이 찾는다.



이 학생들은 자기의 나라의 비소 오염을 조사하고 복원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오염을 확인하고 해결할 때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지역의 비소 오염 정도와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토양 자체에 비소가 많기 때문에 특정 지역만 집중 관리할 수 없다. 되도록 그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광물, 식물, 미생물을 활용해 비소를 처리하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의 미생물을 그곳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적용한다면 2차 환경 오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된 연구실, 자유로운 분위기 속 높은 성과



유학생이 많다보니 토양환경연구실은 국제화 분위기가 넘쳐난다. 김 교수는 “기본적인 대화도 영어로 하고 세미나도 물론 영어로 합니다.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장점이 있죠. 다양한 국적의 학생이 어울리다 보니 연구실 분위기도 자유롭습니다.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연구실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토양환경연구실은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를 복원하는 다수의 국내 특허를 등록했다. 특히 국제 SCI급 학술지에 12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다. 김경웅 교수는 6개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비소 연구를 시작한 것도 광산 주변 중금속 오염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에는 비소를 전공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미세한 양의 비소를 토양에서 검출하는 기술도 없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금속 폐광이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된 것을 보고 비소 오염 처리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구가 한국만이 아닌 세계 곳곳에 있는 비소 위험 지역의 사람들을 돕고 있다.



김경웅 교수는 “열린 자세를 가진 학생들이 연구실에 왔으면 좋겠다”라며 “외국 사례를 연구하다보면 내가 아는 지식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라고 말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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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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