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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고 자기만 해도 눈이 좋아진다?

드림렌즈에 대한 궁금증 4


콘택트렌즈 착용자들에겐 바람 부는 날이 괴롭다. 바람에 실려온 먼지나 중금속이 렌즈 표면에 붙으면 눈이 충혈되고 심하면 염증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안경을 권유하지만, 불편하다거나 스타일을 망친다는 이유로 렌즈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밤에 착용하고 자기만 하면 다음날 아침 렌즈를 빼도 하루 종일 눈앞이 선명하게 보인다는 ‘각막굴절교정술 렌즈(orthokeratologic lens)’, 일명 ‘드림렌즈’는 이름처럼 꿈의 렌즈다. 특수 콘택트렌즈로 각막의 모양을 변형시키는 이 방식은 수술을 하지 않고 시력을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환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하지만 렌즈를 착용하고 자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콘택트렌즈학회 회장인 인제대 백병원 김태진 안과 전문의를 만나 각막굴절교정술 렌즈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봤다.

Q1. 어떻게 렌즈를 꼈다가 빼면 시력이 좋아지나

근시가 진행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각막에서 망막까지의 거리(축장)가 길어지거나, 각막의 모양이 뾰족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시가 있는 안구는 가로로 긴 럭비공 모양과 유사하다. 이런 경우 물체의 초점이 망막보다 앞에 맺히기 때문에 대상이 흐리게 보인다. 난시 역시 안구의 모양이 길게 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단 불균형하게 변한다는 점이 근시와 다르다. 난시가 있으면 물체의 초점 자체가 잘 맞지 않는다.

이때 라식이나 라섹 같은 수술은 레이저로 각막을 깎아서 물체의 초점이 망막 위에 맺히도록 한다. 각막의 모양을 변형해 각막의 굴절률을 조절하는 셈이다. 한 번 시술하면 각막의 모양이 영구적으로 바뀐다는 게 수술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반면 각막굴절교정술은 특수한 콘택트렌즈로 각막의 중심부를 눌러서 초점이 맺히는 위치를 조절한다.


그러기 위해서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조금 복잡한 구조를 이룬다. 일반 콘택트렌즈가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뉘는 것과 달리,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네 부분으로 나뉜다. 각각의 부분은 렌즈의 절단면을 보면 좀 더 구분하기 쉽다.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렌즈의 한가운데가 평평해서 얼핏 모자처럼 생겼다. 렌즈의 한가운데, 즉 모자라면 머리가 들어가는 부분이 ‘기본(base) 커브’다. 기본 커브는 각막을 눌러 각막의 굴절률이 작아지게 만든다.

기본 커브 주변에는 렌즈를 각막에 밀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맞춤(fitting) 커브’가 있다. 이 부분에 눈물이 고여 각막에 산소를 전달하고 착용감을 높인다. 맞춤 커브는 다시 ‘지지(alignment) 커브’가 감싸고 있다. 지지 커브는 렌즈가 중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단단하게 잡아줘 시력 교정 효과를 높인다. 가장 바깥쪽 테두리 부분에는 ‘주변(peripheral) 커브’가 있는데, 눈물이 잘 드나들 수 있는 구조다.

각막의 기본 구조는 같지만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각 부분의 모양이 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네 부분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시력 교정이 잘된다.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렌즈를 뺀 뒤 하루만 지나면 각막의 모양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착용하고 제거하는 방법은 일반 콘택트렌즈와 동일하지만, 자는 동안 렌즈가 각막에 강하게 밀착돼 있기 때문에 렌즈를 제거할 때는 습윤제 를 넣고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빼야 한다. 렌즈는 평균 6~8시간 착용한다.


Q2. 누구에게 적합한 렌즈인가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각막의 탄력성이 좋고 시력교정수술을 받을 수 없는 만 18세 이하의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은 만 6세부터 50세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가 사용할 수 있는 렌즈다. 특히 콘택트렌즈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나 각막의 모양과 두께가 시력교정수술을 받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또는 수술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각막굴절교정술 렌즈가 좋은 해결책이다.

물론 누구나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근시는 -6디옵터, 난시는 -2디옵터까지만 교정할 수 있다. 따라서 -8디옵터 이상의 초고도 근시 환자나, 난시가 너무 심한 사람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양옆이 너무 심하게 튀어나온 럭비공을 축구공으로 만들 수 없듯이 렌즈로 각막을 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각막은 누를수록 얇아지는데, 너무 얇아지면 물질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또 기본적으로 눈에 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시술을 받을 수 없다. 시술 전에 각막의 모양과 굴절률, 눈물 분비량 같은 눈 상태를 철저하게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원칙적으로 원시도 교정할 수 있지만 보편화된 시술은 아니다. 원시는 각막과 망막 사이의 거리(안구의 길이)가 짧아서 상이 망막 뒤에 맺히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각막의 주변부를 눌러서 중심부가 앞쪽으로 튀어나오게 만든다.

근시 환자의 볼록한 안구를 평평해지도록 누르는 것과 반대 원리다. 즉 안구의 길이를 늘리면서 초점이 맺히는 위치를 앞쪽으로 당겨 망막 위에 맺힐 수 있도록 조절한다. 라식이나 라섹 수술이 각막의 주변부를 깎아 원시를 교정하는 것과 원리가 같다.


Q3. 부작용은 없을까

자는 동안 착용하는 렌즈다 보니,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렌즈가 눈 속에서 움직이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각막에 밀착되면서 동시에 각막의 중심에 고정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잠든 사이에 눈동자가 움직여도 렌즈가 움직이거나 돌아갈 염려는 없다.

하지만 각막의 모양을 바꾸고, 또 유사시에 돌아가지 않도록 렌즈로 세게 누르다 보니 각막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에 개발되는 렌즈들이 산소투과율이 좋긴 하지만, 렌즈를 너무 오랜 시간 착용하거나 렌즈가 눈에 너무 단단하게 붙으면 각막에 산소가 부족해져 부종 이 생길 수 있다.

렌즈 보존액이나 생리식염수, 세척액 같은 화학물질 때문에 결막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모두 렌즈 사용을 중단하고 안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3~5일 정도 치료를 받으면 다시 렌즈를 착용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보통 3~6개월마다 시력과 각막의 변화를 확인하고, 각막의 건강 상태를 검사한다. 렌즈 표면에 흠집이 생기지 않았는지, 모양이 변하지 않았는지도 꼭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렌즈의 수명은 2년 내외다.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각막굴절교정술 렌즈가 장기적으로 난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즈가 중심에서 살짝 빗겨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하면 렌즈가 조금씩 옆으로 이동하면서 안구의 모양을 찌그러뜨리기도 한다. 교정 전보다 시력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시력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각막의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렌즈가 각막의 모양에 적합한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만 원하는 시력을 얻을 수 있다.

Q4. 교정시력은 얼마나 유지될까

라식이나 라섹 같은 수술과 달리 각막굴절교정술 렌즈의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이 렌즈를 빼면 즉시 시야가 흐려지는 것처럼,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를 착용하던 사람도 1~2일 정도 착용을 중단하면 평평해진 각막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시력이 다시 떨어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근시가 심하지 않은 사람은 효과가 2~3일 지속되기도 하지만, 근시가 심한 사람은 각막이 조금만 원래대로 돌아가도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민감하게 느낀다.

그 대신 각막굴절교정술 렌즈는 근시나 난시가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렌즈가 각막을 평평하게 눌러 각막의 모양이 가팔라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막의 모양이 거의 완성되는 시점인 8~9세 이전에 렌즈를 착용하면 효과가 좋다. 시력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청소년기에도 렌즈를 끼면 근시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단, 청소년기의 근시는 대부분 안구의 길이가 급격히 길어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착용효과에 한계가 있다.

과거에 각막굴절교정술을 받았던 사람은 현재는 렌즈를 끼지 않더라도 시술을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근시나 난시가 더디게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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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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