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실험에 쓰인 두 박테리아의 게놈은 10% 정도 다르다. 연구팀은 먼저 마이코이즈의 DNA 조각(뉴클레오티드)들의 순서를 완벽하게 밝혀냈다. 그래야 제대로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코이즈의 DNA 염기는 약 100만 쌍에 달한다. 이어 마이코이즈의 게놈과 동일하게 복제하기 위해 퍼즐처럼 DNA 조각들을 맞춰 완성했다. 인공 게놈을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은 얼마만큼 정확한 순서대로 DNA 조각들을 잘 꿰맞추느냐에 달려 있다.
연구팀은 이 게놈을 마이코이즈의 사촌 격이며 살아 있는 카프리콜룸에 이식했다. 그 결과 카프리콜룸은 원래 가지고 있던 게놈이 인공 유전자로 대체됐지만 정상적으로 생명을 유지했다. 또 정상적으로 단백질을 생산하고 번식까지 했다. 지금까지 미생물 공학자들이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일부 조작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하거나, 특정 물질의 생산능력을 배가시킨 적은 많았다. 그러나 이처럼 게놈을 통째로 바꿔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인공 박테리아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물에 집어넣으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화수소로 바꿔주는 정수 박테리아, 백신 생산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주는 면역 박테리아 등을 인공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테러리스트들의 생화학 무기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게놈을 실험실에서 만들어냈기 때문에 생명윤리 논란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