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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6명 참가자 520일간 격리 생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소속 18개국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ESA는 2030년까지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마스500’ 프로젝트는 ESA가 추진 중인 2개 유인 우주개발 사업 가운데 하나다. 시모네타 디 피포 ESA 유인우주비행국장은 “화성이야말로 유인 우주 탐사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적지”라고 말한다. 달 이외에는 지구 밖 천체에 발을 디딘 일이 없는 인류에게 화성이야말로 장거리 우주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줄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ESA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한 시설에서 유럽과 러시아, 중국에서 지원한 6명이 참여한 가운데 화성에 사람이 다녀올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격리실험을 520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거리는 7800만km. 지구와 달의 거리인 38만km보다 200배 정도 먼 거리이다. 우주전문가들은 달에 가는 데 3일 정도 걸렸던 데 비해 화성까지 가는 데 250일, 체류하는 데 30일,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데 240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왕복 520일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유인우주선 가운데 가장 빠른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다녀오는 데 걸린 시간이 10일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6명의 실험참가자들은 격리시설에 머물면서 장기간 우주여행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의사소통 문제와 심혈관계 질환, 스트레스와 면역력의 관계, 수면장애, 소화불량, 미생물의 위협에 관해 연구할 예정이다. 한국도 이번 실험에 볶은김치를 비롯한 10개 메뉴를 우주식품으로 공급하며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장거리 우주여행 위해 온실 꾸며

마스500 실험시설은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쪽에 자리한 IBMP에 약 550m3 규모로 조성됐다. 대형 고층 건물 한 층 규모가 채 안 되는 면적이다. 격리공간은 기능이 서로 다른 5개 모듈로 이뤄진다. 실험 참가자들은 거주 모듈과 기계 모듈, 의료 모듈에 머물며 장시간 격리생활에서 오는 신체변화를 측정하고 각자 맡은 실험 임무를 진행하게 된다. 지름 3.6m, 길이 20m에 긴 원통 모양의 거주 모듈에는 6명이 각자 쉴 개인 거처 6곳과 부엌 겸 식당, 거실, 화장실과 목욕실을 갖추고 있다. 실험참가자들은 대기압 상태에 인공적으로 만든 공기로 숨을 쉰다. 내부는 장기간의 격리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목재로 꾸몄다.

하지만 바깥과 연결된 창은 단 하나도 없다. 거주구역은 화성에 모의 착륙하는 상황을 시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와 화성 표면의 환경을 재현한 모의실험장치와 연결돼 있다. 유인 화성 탐사선이 화성 표면에 도착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훈련 시설이다. 화물칸 한쪽에는 실험용 온실도 설치돼 있어 양파를 비롯해 각종 식물을 재배하게 된다. 장거리 우주여행에서 필요한 음식과 산소를 공급하는 식물을 연구하기 위한 장치다.

바깥과 20분 시간차

장거리 우주여행을 하기 위한 격리 실험이 실시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번 실험에 앞서 2008년 실시된 첫 격리실험에서는 6명이 15일을, 2009년 3~7월 진행된 실험에서는 6명이 105일을 격리된 채 보냈다. 6월 3일부터 시작될 마지막 격리 실험에는 실험참가자 6명이 520일간 좁은 모형 우주선에서 갇힌 채 생활해야 한다. 그야말로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이나 다름없다. 실험기간이 이처럼 긴 까닭은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데만 최소 500일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스500의 실험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장거리 우주여행을 하면서 가장 큰 위험요인은 바로 인간”이라며 “화성까지 여행하는 동안 일어날 여러 가지 문제를 알아내기 위해 최대한 같은 환경에 노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520일간의 격리 생활에는 11명이 참여한다. 먼저 유럽에서 파견된 2명과 러시아 출신 3명, 중국 출신 1명이 격리시설에 들어간다. 나머지 5명은 ‘백업’ 요원으로 먼저 들어간 참가자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된다. 격리시설에서 생활하는 실험참가자들은 화성까지 가는 환경과 똑같은 상황에 맞닥뜨린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우주인들과 거의 똑같은 생활 조건이다. 그나마 외부와의 소통수단인 인터넷조차 20~40분씩 외부와 시간차를 두고 이뤄진다. 지구와 점점 멀어지면서 전파가 전달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급품이 떨어질 것을 가정해 음식은 물론 옷가지, 비누 같은 생활용품도 점점 적게 공급된다.

스트레스 완화 위해 식품 연구

프랑스와 벨기에, 러시아, 중국인으로 이뤄진 실험 참가자들의 조건은 상당하다. 나이는 25~31세. 모두가 고학력자이며 기계, 전자, 컴퓨터, 생명유지, 응급의학에 대한 기초 지식에 해박하다. 또 실험이 러시아에서 이뤄지는 만큼 러시아어와 영어에도 익숙해야 하고 체력 조건도 갖추고 있다.

특히 ISS에 머무는 우주인 이상의 강인한 정신력 또한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다. 최소 500일 이상 걸리는 유인 화성 탐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 ESA와 IBMP 관계자들은 초기 2개월 안에 포기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듈 내부에서는 그야말로 시간이 철저히 정지된다.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먹고 마시고 쓰는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또 성적(性的) 욕구를 해소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화성 여행이 이뤄질 경우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공포심’이다. 전문가들은 지구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야말로 탐사 내내 우주인들을 두렵게 만드는 최대 난적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제한된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먹을거리는 영양 불균형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음식 문제만 해결해도 우주인들의 탐사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볶음김치와 분말고추장, 불고기, 잡채, 비빔밥, 호박죽, 식혜, 녹차, 홍삼차, 카레 등 한식으로 만든 우주식품 10종을 이번 실험에 공급하게 된다. 이들 식품은 귀환 단계에서 약 120일간 이들 실험참가자들의 식사 메뉴에 반영될 예정이다.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우주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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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사진 ESA, I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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