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가 정상적인 S라인을 벗어나 양 측면으로 휘거나 회전하듯 틀어져 있다면 척추측만증으로 의심해야 한다. 척추가 변형되면 정면에서 바라볼 때 S자나 C자 모양을 띤다. 쉽게 말해 몸이 한쪽으로 비틀어져 있는 상태다.
척추측만증을 진단하는 쉬운 방법은 양쪽 다리 길이를 비교하는 방법이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자주 입는 바지가 한쪽 밑단만 닳거나 운동화가 한쪽 밑창만 닳았거나 치마가 자꾸 돌아간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보고 인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척추가 휘었다고 해서 무조건 척추측만증은 아니다. 한쪽 어깨로 무거운 가방을 메거나 책상에 앉는 자세가 나쁠 때도 척추가 약간 휠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측만증은 척추를 정면으로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X선으로 촬영했을 때 일직선이 아니라 10°도 이상 휘었을 때다.
척추가 휜 정도가 약할 때는 수영복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었을 때 근육이나 갈비뼈의 한쪽이 튀어나와 있는 것 외에는 딱히 증상이 없다. 하지만 척추가 50~60° 이상 휘면 통증이 느껴진다. 또 척추가 80~90° 이상 휠 경우 폐나 심장을 눌러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이때는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체 고정용 나사나 막대로 척추의 각을 교정시켜 고정한 뒤, 그 부분을 모두 굳힌다.
을지병원 정형외과 배상욱 교수는 “수술은 대개 성장이 끝날 무렵 척추의 휜 각도가 45° 이상일 때 필요하다”며 “환자가 성장기 청소년이라면 3개월에 1번씩 X선 촬영으로 만곡이 커지는지 살피고, 만곡이 20~40°일 때는 보조기를 1~2년 동안 착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만이 해결책은 아니란 얘기다.
수술보다는 근육 단련
정형외과뿐 아니라 한방에서도 척추측만증을 치료한다. 한의학에서는 수술이 없기 때문에 외과에서처럼 심하게 틀어진 척추를 단기간에 바로잡을 수는 없다. 침구치료와 추나요법(척추를 마사지로 치료하는 방법)으로 자세를 바르게 교정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는 척추측만증을 조기에 예방한다.
한의학에서는 척추측만증 같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 몸에 정기가 부족할 때 생기는 어혈이 혈액순환을 막아 생기는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경안한의원에서는 예로부터 척추측만증을 비롯한 근골격계 질환을 완화시키는 ‘풍한습비환’을 만들었다. 녹용과 우슬(소 무릎), 오가피, 인삼, 황기, 진교(용담 뿌리) 등 40가지 한약재를 넣은 약이다. 과거에는 부피가 큰 환 형태로 약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양방에서처럼 태블릿(알약) 형태로도 만든다.
새로운 농축 방법을 개발한 덕분이다. 풍한습비환에 들어가는 약재들은 물에서 직접 추출하기가 어려워 알코올에서 90℃로 끓였다. 그 뒤 몇 가지 약재는 분해하고, 몇 가지는 일반 약재처럼 물에서 추출하고 나머지는 60~70℃에도 물을 끓이는 단압장치로 추출했다.
이렇게 얻은 약재를 합쳐서 가루로 빻으면 약이 완성된다. 풍한습비환은 고통을 순식간에 없애는 진통제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절 주변에 있는 근육의 생리 기능을 회복시켜 통증을 서서히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진통제는 순식간에 고통을 없애기는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져 다시 복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경안한의원 변정윤 원장은 약물보다 더 훌륭한 치료 방법이 있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 즉 약해진 근육을 강화시키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일이다. 근육은 약해진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이 필요하다. 침으로 치료하거나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다.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 약해진 경우에는 운동으로 단련하고, 많이 움직여 피로가 쌓인 경우에는 쉬어야 한다. 심리적으로 긴장했거나 스트레스가 쌓인 탓이라면 마음속에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변 원장은 “척추측만증으로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며 “학업도 중요하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의자에 앉아 공부할 때는 엉덩이를 깊숙이 밀어 넣고, 딱딱한 의자에 장기간 앉을 때는 쿠션을 사용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