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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1978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책에서 과 학적 주장으로는 지나치게 은유적인 주장을 담아냈다. 러브록에 따르면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 대기와 바다, 흙과 흙 아래의 암석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는 하나의 유기체다. 그는 이 이론을 가리켜 대지의 여신의 이름을 빌려와 ‘가이아 이론’이라 불렀다.

오늘날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정보를 처리하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지구 전체의 시스템을 파악하려는 지구과학계의 시도는 러브록의 주장을 과학적 연구의 과제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구 자기장을 살펴봄으로써 러브록이 말한 살아서 꿈틀대는 지구의 신비한 능력을 파헤쳐보자.



[제시문]아이슬란드는 지진과 화산 분출 같은 지각 변동이 매우 활발한 화산섬이다. 동서로 약 540㎞, 남북으로 약 350㎞ 크기의 아이슬란드는 일부 지역이 지난 2만년 동안 쌓인 용암으로 뒤덮여 있다. 활발한 지각 변동 덕분에 아이슬란드인은 지질학적 특성을 이용해 살아가고 있다. 화산 열을 이용해 난방하고, 온천수로 작물을 재배하고, 화산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며 살아간다.

판구조론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슬란드의 지질학적인 위치는 매우 특수하다. 서쪽은 북아메리카 판, 동쪽은 유라시아 판에 속해 있어 지리적으로는 한 나라이지만 지질학적으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판 위에 놓여있다. 게다가 아이슬란드에서는 판의 경계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지질학적 현상이 나타난다.

과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중심부를 지나는 대서양 중앙 해령의 갈라진 틈이 매년 약 15㎝씩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벌어진 틈으로 해양 지각의 하부에서 고온의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지각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이렇게 생성된 해양 지각은 멀어져가는 판의 일부가 돼 이동한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은 대서양 중앙 해령에서 시작해 서서히 확장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판의 절대 속도를 잴 수 있는 기준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과학자들은 북아메리카 판에 대한 유라시아 판의 시간에 따른 거리 변화를 추정해 판의 이동 속도를 측정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판이 정지해 있다고 가정했을 때의 판의 속도, 즉 상대 속도이다. 과학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판의 절대 속도, 즉 지구의 기준점에 대해서 판이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도 알고자 했다.

판의 절대 속도를 구하려면 판의 운동과는 독립적으로 외부에 고정돼 있는 기준점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지구 내부의 맨틀 깊숙이 위치한 마그마의 근원지인 열점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판의 절대 속도를 구하는 기준점으로 사용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100여 개의 열점을 찾아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슬란드에 있다.

[문제] 위 글을 읽은 학생이 심화 학습을 하기 위해 설정한 주제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판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② 아이슬란드는 어떤 판 위에 위치하고 있을까?
③ 아이슬란드의 지진 발생 빈도와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④ 확장되지 않는 판의 경계에서는 어떤 지질 현상이 일어날까?
⑤ 과학자들은 열점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지구는 거대한 자석?

우리가 지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신비로운 현상 중 하나는 지구가 하나의 자석처럼 자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이 거대한 대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발산하고 있고, 그러한 지구의 자기력 덕분에 우리가 우주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땅의 신’을 섬겼던 고대의 신앙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에 그리스인들은 마그네시아라는 섬에 있는 돌이 철 조각을 끌어당기는 신비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신비한 돌은 오늘날 우리가 자철광이라 부르는 철광석의 일종이다. 자철광의 자기력에 매료된 고대 그리스인은 점을 보거나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자철광을 사용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인 역시 얇고 가늘게 조각낸 자철광을 사발에 띄우면 한 방향으로만 배열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원 전 4세기경에 씌어진 ‘귀곡자’라는 책에는 이때 이미 중국인들이 나침반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정(鄭)나라의 사람들은 옥(玉)을 가지러 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지남기(指南器)를 가지고 간다.” 여기서 지남기란 남쪽을 가리키는 기구를 말하는데 당시 중국의 나침반은 남쪽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저술한 영국의 과학자 조셉 니담은 11세기경 중국에서 매우 정교한 나침반이 사용됐음을 밝히고 있다. 14세기 무렵 중국의 나침반이 아랍을 통해 유럽으로 전해졌고, 이는 원양 항해를 가능케 해 신대륙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나침반의 원리를 지구과학의 차원에서 최초로 연구한 사람은 16세기 영국의 의사였던 월리엄 길버트이다. 그는 ‘자석과 자성체, 거대한 자석 지구에 대해’라는 책에서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라는 기발한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왜 지구가 자성을 띠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지만, 그의 가설은 지구 자기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출발점이 됐다.

자석이 지닌 자기력의 원리

자성을 지닌 금속조각이 왜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사람들은 북극에 거대한 자석이 있거나 북극성이 자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자기력은 왜 발생하며 지구가 자기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가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비밀을 이해하려면 먼저 자석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우주에는 다양한 ‘힘’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힘의 형태는 중력이다. 중력은 ‘질량을 갖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중력 이외에 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힘의 형태로는 전자기력이 있다. 전기와 자기 모두 전자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합쳐 전자기력이라 부른다. 전기력은 전자가 갖고 있는 전기의 성질 때문에 발생하고, 자기력은 원자핵 주위에서 공전과 자전을 하고 있는 전자의 가속운동 때문에 발생한다.

자기력은 전자의 자전운동으로 발생하는데, 전자가 서로 반대반향으로 자전한다면 서로의 힘을 상쇄하기 때문에 자기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전자가 같은 방향으로 자전한다면 이 원자 주변에는 끌어당기는 힘(인력)과 밀어내는 힘(척력)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때 두 가지 힘이 미치는 범위를 가리켜 자기장이라 부른다. 중력은 끌어당기는 한 가지 힘만 갖고 있지만, 전자기력은 두 가지 힘을 갖는다.

따라서 자석은 전자의 자전 방향이 서로 같은 원자들로 이뤄진 물질이다. 우리가 편의상 N극과 S극이라고 이름 붙인 두 극은 자기력이 갖고 있는 두 가지 힘, 즉 인력과 척력이 나오는 방향이다. 막대자석을 종이 위에 놓고 쇳가루를 뿌리면 자석 주위로 둥근 선이 그려진다. 이 모양이 자기력이 미치는 힘의 범위와 방향을 보여준다. 또 길쭉한 막대모양의 자석을 반으로 나누면 N극과 S극으로 다시 나뉜다. 원자 단위에서 전자의 가속운동에 의해 자기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잘게 나눠도 N극과 S극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지구 자기의 비밀

이제 지구가 만들어내는 자기장의 비밀을 살펴볼 차례다. 그런데 지구 자기의 비밀은 완벽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말해둔다. 인류는 이미 달에 도달했고 태양계를 벗어나 드넓은 우주 속으로 탐사선을 보낸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의 내부 구조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지진파의 전달 경로를 통해 지구의 핵이 단단한 고체 상태의 내핵과 액체 상태의 외핵으로 구성돼 있다는 불확실한 가설을 추측할 뿐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지구 내부에 거대한 영구 자석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지구의 핵을 구성하는 주성분이 철이기 때문에 지구가 하나의 자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영구 자석이론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마리 퀴리에 의해 폐기된다. 19세기 후반에 퀴리는 강한 자성을 지닌 금속물질이 일정한 온도(800℃) 이상에 다다르면 자성을 잃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퀴리 온도’라고 부르는데 지구 내부의 핵은 그 온도가 3500℃를 넘는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구 내부의 물질은 결코 자성을 지니지 못한다.

20세기에 들어 지구 내부의 구조를 좀 더 많이 알게 된 과학자들은 지구 자기의 발생 원인으로 액체상태 외핵의 대류운동(가열된 공기나 유체가 움직이면서 열이 전달되는 현상)을 꼽았다. 내핵과 외핵이 서로 작용해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발전기의 원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전기가 통하는 물질인 도체를 서로 직각 방향이 되도록 움직이면 전류와 자기장이 발생한다. 이와 비슷하게 딱딱한 내핵을 감싸고 있는 외핵이 지구의 자전에 의해 적도 부근으로 몰리면 내핵과 외핵은 서로 직각 방향으로 회전한다. 자기장이 남극과 북극의 방향으로 형성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전기의 원리를 이용해 지구 자기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을 ‘다이나모(발전기) 가설’이라고 부른다.



대지를 감싸는 지구의 숨결

1958년 1월,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미국도 서둘러 로켓 발사를 감행한다. 독일에서 망명한 과학자 폰 브라운의 주도로 개발된 로켓 주피터는 미국의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지구 대기권 밖으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단순한 전자 신호만을 송신하던 소련의 인공위성과는 달리 미국의 익스플로러는 여러 가지 과학 실험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지구 대기권 밖에서 우주에 떠다니는 우주선과 미소입자를 측정하는 실험 장비(가이거 계수관)를 탑재했는데, 실험 결과 지구 상공 1000km와 10만km 지점에서 방사선량이 매우 높은 구간이 도넛 모양으로 지구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치 막대자석 주위에 늘어선 쇳가루처럼 지구 자기장에 의해 붙잡힌 태양의 하전 입자들이 동그랗게 지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최초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것은 당시 실험을 설계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핵물리학자인 제임스 앨프리드 밴 앨런의 이름을 따서 ‘밴 앨런 벨트’로 명명됐다. 밴 앨런 벨트는 지구 자기장에 의해 붙잡힌 태양풍의 입자들이 고밀도로 응축돼 있는 영역을 말한다.

맨눈으로 보기만 해도 시력에 손상을 입을 만큼 강력한 빛을 내는 태양은 끝없이 폭발하는 핵폭탄과 같아서 엄청난 양의 방사선을 우주로 방출한다. 태양으로부터 350~700㎞/s의 속도로 날아오는 이 입자들이 생명체에 직접 접촉된다면 지구에는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태양풍 안에 포함된 일부 입자들이 밴 앨런 벨트를 통과해 대기권 가까이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입자들이 대기권 속에 포함된 전자들(이온)과 부딪히면 강한 빛이 발산된다.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와 같은 고위도 지방의 하늘에서 관찰되는 오로라 현상은 마치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려는 태양풍의 입자들과 이를 막아서는 지구 대기권의 입자들이 전투를 벌이며 터뜨리는 화염같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쉼 없이 꿈틀대며 뻗어오르는 지구 자기장은 지구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게 한다. 대지를 감싸안은 그리스의 여신 ‘가이아’의 환영이 너울거리는 오로라 속에 피어오른다. 대지의 품을 감사히 여겼던 원시 인류의 순진함이 지구 자기의 비밀이 밝혀지는 그날에도 여전하기를.

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송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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