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8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위치한 크라카토아 화산이 대폭발을 했다. 몇 달 전부터 자잘하게 입김을 내뿜어왔던 화산은 그동안 참아왔던 성미를 한 방에 마구 쏟아내는 듯했다. 당시 폭발은 수마트라 섬의 절반을 지도에서 날려버릴 만큼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바다 건너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까지도 강력한 흔들림이 전달되며 온 지구가 크라카토아 화산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885년 여름, 북극지방의 사람들은 해가 진 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석양을 만났다. 지평선을 따라 붉게 타오르는 보통의 석양과 함께 하늘 높은 곳에서 마치 요정들이 마법의 가루라도 뿌려 놓은 듯한 은청색을 띤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이 구름에‘야광운’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미 해가 지평선 아래로 넘어간 밤에 빛났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크라카토아 화산폭발로 야광운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산폭발로 인해 지구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북극으로 날아가 이런 신비로운 구름을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야광운이 처음으로 인간의 눈에 띈 지 100년도 훌쩍 넘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야광운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아직 자세히 밝혀지진 않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야광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전용 위성을 발사했고 대기관측 로켓도 쏘았다. 지금까지 일부 드러난 ‘미스터리 구름’ 야광운의 비밀을 만나보자.
지상에서 가장 높은 구름
과학자들의 관측에 따르면 최근 50년 동안 야광운은 예전보다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07년 NASA가 야광운을 조사하기 위해 발사한 과학위성, AIM(Aeronomy of Ice in the Mesosphere)은 이 점을 여실히 보여 줬다. AIM 위성은 야광운이 언제, 얼마나 자주, 어디에서 나타나는지를 최초로 전 지구적으로 촬영했다.
북반구의 경우 야광운은 5월 말경 처음 나타나 8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출현했다. 첫 등장 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자주 나타나고 발생 지역도 극지방에서 위도 40°까지 아래로 확장됐다. 북한 사람들도 야광운을 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야광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 수는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니 과학자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혹시 이것도 인류가 만들어낸 자연의 변화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야광운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야광운이 해가 진 뒤에 보이는 이유는 하늘에 떠 있는 그 어떤 구름보다 높이 떠있기 때문이다. 무려 지상으로부터 최대 80km 고도에 떠 있는 구름이다. 이 정도면 얼마나 높은 걸까.
과학자들은 하늘에 보이지 않는 층을 여러 개 냈다. 지상에서 우주 방향으로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나눈 것이다. 보통 구름은 지상에서 10km 이내에 있는 대류권에서 만들어진다. 비행기를 타면 구름이 발아래에 있는 이유가 바로 비행기가 대류권 위를 날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광운은 고도 50km 이상에 해당하는 중간권의 하늘에서 형성
된다. 그래서 지표면은 이미 땅거미가 져 어두운데도 야광운은 지평선 아래에 있는 태양빛을 받아 한참 동안 밝게 빛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서 구름이 형성되는 걸까. 과학자들은 야광운도 낮은 곳에서 생기는 여느 구름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짐작하고 있다. 즉 기온이 낮은 곳에서 구름씨 역할을 하는 먼지입자에 수증기가 모여 야광운이 생긴다는 얘기다.
온실가스 때문일까
미스터리는 먼지와 수증기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는 것이다. 먼지는 크라카토아 화산재처럼 지상에서 올라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화산 그 자체가 야광운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처음 발견됐을 당시의 생각은 틀린 셈이다. 현재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먼지의 출처는 지상보다 우주 쪽에 더 기울어져 있다. 즉 혜성이나 운석과 같은 우주 천체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일 것이라는 얘기다.
흥미로운 건 먼지를 제외한 2가지 조건, 즉 낮은 기온과 수증기가 인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가축을 기를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가 이 2가지 조건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특히 인간은 가축을 기르고 각종 작물을 기르며 메탄을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그 결과 대기 중의 메탄은 지난 100년 동안 2배로 늘어났다. 메탄은 제2의 온실가스로 불릴 만큼 지구온난화의 주요 요인인데, 야광운 형성과정에서는 수증기 공급원일 가능성이 있다. 메탄은 대기 중의 산소와 반응을 잘하는데, 이 과정에서 물 분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중간권에 수증기가 조금 더 유입됐다고 해보자. 하지만 이곳은 수증기가 매우 희박하다. 사하라 사막 공기의 고작 1억 분의 1 정도만큼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희박한 수증기가 먼지 입자에 붙어 구름이 형성되려면 온도가 아주 낮아야 한다. 무려 영하 120℃ 아래로 떨어져야만 한다.
야광운이 대류권 위의 성층권이 아니라 중간권에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층권은 고도가 올라갈수록 온도가 높아지는 반면, 중간권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다. 즉 중간권은대기 중에서 가장 차가운 층이다.
AIM 연구의 총책임자였던 미국 햄프턴대의 제임스러셀 교수는“중간권에서 기온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이 야광운이 예전보다 늘어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지표면에서 수십km 높이에 있는 대기의 기온을 떨어뜨릴 수 있을까.
잘 알려져 있듯이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점점 데우고 있다. 이런 온실가스가 중간권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온도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상층대기에 떠 있는 이산화탄소는 지표면에서 나온 열을 흡수하는 대신에 금방 다시 우주와 지표면으로 토해낸다. 이 때문에 지표면은 더 더워지는 것이다. 반면에 상층대기는 오히려 열을 더 빼앗기고 만다. 이산화탄소는 중간권에서‘냉실가스’인 셈이다.
그런데 야광운은 왜 따뜻한 여름철에 생겨나는 걸까. 지표면이 더 더워지는 여름에 중간권은 가장 추운 겨울을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아직까지 온전히 확인이 안 된 가설일 뿐이다. NASA는 야광운 형성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지난 9월 19일, 먼지인 산화알루미늄 100kg 이상을 실은 대기관측 로켓을 쏴 올렸다.
이 로켓은 고도 280km에 올라간 뒤 싣고 간 먼지를 방출해 인공적으로 구름을 만들었다. 이 인공구름은 몇 분간 눈에 보일 정도로 환했다. NASA의 과학자들은 이 인공구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 짧은 시간 동안 매우 바빴다.
인공 구름, 레이더로 추적하는 이유
야광운을 이루는 구름입자는 우리가 수신하는 라디오파를 잘 반사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야광운을 연구하는 데 레이더가 유용하다. 하늘에 뭔가 떠 있으면 레이더는 라디오파를 쏴 되돌아오는 것을 분석해 하늘에 떠 있는 물체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을 야광운에 적용해 보면 야광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
문제는 야광운으로부터 반사되는 레이더파를 분석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점이다. 야광운에서 들려오는‘라디오 소리’가 도통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NASA의 과학자들은 라디오파로 파악할 수 있는 인공구름을 하늘에 만들었다. 인공구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야광운을 알아보려는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인공구름에 대한 레이더 자료와 실제 야광운에 대한 레이더 자료를 비교해 야광운 형성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NASA는 몇 달간 레이더로 인공구름을 이룬 먼지를 추적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야광운의 신비가 어느 정도 풀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