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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전국 일일생활권’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곤 했다. 당시는 88올림픽이 개최될 무렵이라 우리나라가 중요한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도로의 정비와 다양한 교통수단의 개발 및 개선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다. 이 덕분에 전국 어디라도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수시로 우주를 드나드는 세계에 살고 있다. 이제는 자국 내에서 이동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 세계를 하루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우주 진입을 위한 기본 기술이 탑재물을 우주에 옮기는 발사체라면, 세계 일일생활권을 위한 필수 사항은 먼 거리를 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추진기관(엔진)이다. 그러나 우주 발사체에 해당하는 현재의 로켓 엔진은 추진제와 산화제를 비행체 내부에 장착하기 때문에 무게와 부피 면에서 효율이 낮고, 항속 거리에도 한계를 갖는다. 이런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램제트 또는 스크램제트 엔진이다.

램제트 엔진과 스크램제트 엔진은 초고속으로 날아드는 공기가 저절로 압축되는 현상을 이용해 연료를 연소시키고 이때 발생한 힘을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첨단 엔진이다. 이 둘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지만 램제트가 마하 3정도의 초음속으로 비행하고, 스크램제트는 이보다 더 빠른 마하 6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비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램제트 엔진과 스크램제트 엔진은 초음속 이상의 속도로 날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공기 덕에 굳이 압축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구조가 간단하다.

그러나 이들 엔진이 실용화되기에는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아직 남아있다. 우선 유입되는 공기는 엔진 내부를 고속으로 통과하기 때문에 그 속으로 연료를 투사해 연소시키기가 쉽지 않다. 공기가 너무 빨리 흐르면 미처 연소가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기가 뒤로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또 점화 후 연소되는 모든 과정이 완벽히 이뤄지려면 개별 부품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야 하는데 이를 조율하기가 매우 어렵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항공우주추진연소연구실에서는 이런 문제에 도전해 오랜 기간 다양한 연구 활동을 수행해왔다. 초음속 또는 극초음속의 고속유동 시험 설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고속추진기관 개발을 위한 실험 연구에 활용해 실용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또 대형 병렬 클러스터를 이용한 전산해석을 통한 고속 추진기관의 유동 및 연소 해석 결과는 실험적 연구 결과와 더불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스크램제트 엔진 개발을 위한 하이샷(HyShot)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스크램제트 엔진의 비행 시험 성공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관련 기술은 국내외 연구소 및 대학들에게 공유되어 또 다른 연구 성과의 기초가 되고 있다.

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형진·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박사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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