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영상 기능이 탑재된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가 등장하면서 DSLR의 표준이 바뀌고 있다. 올해 출시된 웬만한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동영상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스틸 사진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는 이제‘구식’이 된 셈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세포를 찍은 현미경 사진이면 실험 데이터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세포에서 일어나는 일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데이터로 제시해야 사람들의 눈을 끌 수 있다. 세포 안에
광주과학기술원 바이오광학영상센터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 그만큼 생생하고 연구결과에 더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광주과학기술원 바이오광학영상센터(이하 영상센터)는 이런 생명과학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영상으로 파트너 단백질 찾아
“뇌 속의 신경세포, 즉 뉴런은 외부 신호에 따라 수상돌기를 뻗쳐 새로운 시냅스를 만듭니다. 이 동영상은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영상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생명과학과 송우근 교수가 가리키는 화면을 보니 아메바처럼 꿈틀거리는 뉴런이 노란빛을 내고 있다. 뉴런은 신호를 내보내는 축색돌기와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가 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는 세포다.
보통 세포 안에는 액틴이나 튜블린 같은 단백질이 있어 세포 형태를 유지하고 때로는 뉴런처럼 돌기를 뻗치기도 한다. 이 단백질들은 세포에서 실처럼 생긴 필라멘트 구조를 만들어 건축물의 철골 역할을 한다.
송 교수팀은 2001년 심장근육에서 액틴과 관련된 ‘스핀(SPIN)90’이란 단백질을 발견했다. 그 뒤 연구를 계속해 2006년에는 스핀90 단백질이 뇌 속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가시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생명과학분야 학술지인 ‘엠보 저널’에 발표했다.
영상센터에서는 스핀90 단백질에 붉은색을 내는 형광단백질을 붙이고 액틴 단백질에 녹색형광단백질을 붙인 뒤 세포 안에서 두 단백질의 움직임을 촬영해 이를 좀 더 분명히 보여줬다. 세포 안에서 노란빛을 내는 영역이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붉은빛과 초록빛이 겹쳐지면 노란빛이 나온다.
송 교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포 내 단백질 분포를 동165적으로 살펴보면 두 단백질이 서로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만일 두 단백질이 서로 연관돼 있지 않다면 동영상에서 붉은빛을 내는 부분과 초록빛을 내는 부분이 많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BT, IT, NT가 융합된 기술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가능성이 풍부한 바이오광학영상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많은 과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송 교수는 오랜 준비 끝에 지난해 바이오광학영상센터 문을 열었다.
그는 영상센터의 로드맵을 3단계로 제시했는데, 1단계(2008~2010년)는 기반 구축, 2단계(2011~2013년)는 핵심 기술 개발, 3단계(2014~2016년)는 활용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2년차인 현재는 기초를 다지는 시기로, 측정기술과 분석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영상장비를 갖추는 단계다.
영상센터의 기기실에는 대당 가격이 수억 원대인 영상설비들이 들어차 있다. 스핀90 단백질의 움직임 연구에 쓰인 ‘실시간 세포 촬영 장치’는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세포배양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형광단백질을 파장별로 인식할 수 있게 광학장치가 부착돼 있다. ‘공초점현미경’도 최근 생명과학 연구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설비다. 점들을 연속적으로 측정해 2차원,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같은 소기관이 세포 안에서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영상센터에서는 기초과학 연구뿐 아니라 실제 의료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단층촬영(CT)장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장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서 좀 더 좋은 영상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진단시약을 나노기술로 개발하고 있다. 또 여기서 얻은 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바이오영상처리 및 전송기술’ 분야는 광주과기원 정보기전공학부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광학영상 기술을 이용하면 세포나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분석할 수 있어 질병의 원인이나 약물의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물리학, 생물학, 의학 등 여러 학문의 융합을 통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송 교수는 바이오광학영상센터의 성공 여부도 학제간 협동연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