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더럼대 인류학부 제레미 켄달 박사팀은 한국과 일본의 하천에 많이 사는 잔가시고기(Pungitius pungitius)가 사람처럼‘사회적 습득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동물 중 유일하게 사람만 다른 이의 행동을 보고 배워 따라한다고 생각했다.
켄달 박사팀은 잔가시고기 270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수조를 준비하고 가운데에 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는 칸막이를 쳤다. 한쪽 칸에 다른 칸보다 먹이를 더 많이 넣고
첫 번째 물고기 그룹을 수조에 넣었다. 물고기들은 두 칸을 오가며 먹이를 먹다가 점점
먹이가 더 많이 들어 있는 칸으로 몰렸다.
연구팀은 물고기들을 꺼내 칸막이와 먹이가 없는 옆 수조로 옮겼다. 그리고 칸막이를 친 수조에 이번에는 먹이의 양을 반대로 넣고 두 번째 물고기 그룹을 넣었다. 첫 번째 그룹은 옆 수조에서 두 번째 그룹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두 번째 그룹도 첫 번째 그룹과 마찬가지로 두 칸을 오가다가 먹이가 더 많은 쪽으로 몰렸다.
연구팀은 두 번째 그룹을 꺼낸 뒤 다시 첫 번째 그룹을 칸막이가 있는 수조에 넣었다.
그중 약 75%는 두 번째 그룹이 몰려 있었던 칸으로 바로 이동했다. 첫 번째 경험 때
먹이가 많았던 칸 대신 다른 물고기들이 찾아갔던 칸을 기억해 따라간 것이다. 켄달 박사는 “잔가시고기는 크기가 매우 작아 커다란 천적에게 쉽게 잡혀 먹힌다”며 “다른
잔가시고기들이 어떻게 먹이를 찾아다니는지 보고 따라가는 습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잔가시고기가 천적의 눈을 피해 안전한 장소로 다니려고 다른 개체의 행동을 따라하도록 진화했다는 뜻이다.
그는 “앞으로 잔가시고기 외에도 사회적 습득 능력을 가진 동물이 더 있는지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행동 생태학’ 4월호에 소개됐으며,
‘사이언스 데일리’가 6월 17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