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시대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기후학자에게 빙하시대는 지구가 한랭기후를 보이는 시기를 말한다. 지리학자에게는 지표면의 많은 부분이 빙하로 뒤덮인 시기를, 천문학자에게는 지구의 타원형 궤도가 길어지는 시기를 말한다. 18세기만 해도 지구에 빙하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19세기 들어 지리학과 기후학, 천문학이 발달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빙하시대의 비밀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구의 빙하에서 과거와 미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세계를 살펴보자.
[제시문] 남극의 빙하에는 과거 지구의 대기 성분과 기온 변화에 관한 기초 자료가 생생하게 보존돼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기 위해 빙하를 조사하고 있다.
남극 표층의 눈은 계속 쌓이는 눈 때문에 밀도가 점점 증가한다. 일정한 깊이가 되면 눈의 압력으로 인해 하부의 눈이 얼음으로 변한다. 얼음이 두꺼워질수록 하층에 가하는 압력이 증가하면서 클라트레이트 수화물*이 형성된다. 이 때 눈 입자들 사이에 있는 공기가 얼음 속에 갇혀 기포상태가 되는데 이 기포에는 당시 대기의 기체 성분이 그대로 담겨 있다. 따라서 시추한 얼음을 녹여서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같은 정밀 기기로 분석하면 얼음 속에 있던 기체 성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6/8oZULjoG84P2TFdo3ztV_30420090723.jpg)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농도 변화도 기온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기체들의 농도가 증가하면 기온이 올라가고 반대로 농도가 감소하면 기온이 내려간다는 것. 과거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 변화 폭을 오늘날의 변화 폭과 비교하면 오늘날의 변화는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클라트레이트 수화물: 고압과 저온의 조건에서 물 분자가 결합할 때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 등 분자량이 작은 기체가 물 분자들 사이에 만들어진 빈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결정체.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6/zyhORDMwcVLqTBgxMShy_08220090723.jpg)
혹독한 겨울의 시대
아, 그때의 추위와 아픔을 어떻게 표현하랴. 온 몸을 파고드는 칼날, 맵고 쓰라린 바람이 쉴 새 없이 내 살을 물어뜯고 내 온 몸은 젖 떨어진 강아지가 낯선 집에 팔려 왔을 때처럼 오들오들 떨렸다. 바람이 몰아닥칠 때마다 허이연 눈가루가 내 작은 몸뚱이를 덮치곤 했다. -이외수, ‘훈장’
작가 이외수는 이 독기어린 문장을 쓰기 위해 한 겨울의 서릿발을 알몸으로 버티며 글을 적어내려 갔다고 한다. 찢어지고 터지는 살로부터 탄생한 단어와 문장은 얼어 죽어가는 자의 입김처럼 차갑다. 겨울은 인간이 대항하기 힘든 자연의 힘이다.
그런데 우리는 혹독한 겨울이 끝도 없이 이어진 상태를 견딜 수 있을까. 겨울이 계속되면 대륙 전체는 빙하로 뒤덮인다. 빙하는 대륙을 깎고 해안선을 변형시킨다. 바위보다 단단한 얼음산은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한 후에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토해낸다. 빙하는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가장 거대한 힘이다.
18세기만 해도 한때 지구상의 거의 모든 대륙이 빙하로 덮여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위스의 젊은 지질학자였던 장 루이 아가시가 1847년 ‘빙하의 체계’를 출간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공상과학소설에나 어울릴 엉터리로 취급했다.
아가시는 현재의 빙하가 한때 대륙을 덮었던 빙하시대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빙하시대가 왜 일어났고 얼마나 지속됐는가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밝히지 못했다.
빙하시대에 대한 수수께끼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차차 밝혀지기 시작했다. 기후학과 지질학의 발달은 지구의 과거 기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냈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 역시 빙하시대에 속한다는 것이다. 수만 년 혹은 수십만 년의 간격을 두고 확장과 축소를 반복하는 빙하시대에서 현재의 빙하시대는 대략 4000만 년 전에 시작된 것이다.
빙하시대는 극저온 상태에서 대륙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빙하기와 그보다는 조금 덜 추운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교차한다. 학자들은 250만 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한 후 지금까지 적어도 17차례의 극심한 빙하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약 1만 년 전에 시작된 간빙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빙하시대는 왜 찾아올까?
현대의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기후 사이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들고 있다. 이 주장은 처음 제기됐던 19세기 말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유는 대학에서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어느 대학 수위의 주경야독에서 비롯됐기 때문. 제임스 크롤은 대학에서 청소부 겸 수위로 일하면서 1875년에 ‘기후와 시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지구의 공전궤도가 바뀌면 지표면에 도달하는 열 균형에 변화가 생겨 빙하시대가 도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크롤의 주장에는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었다. 이를 정확히 계산해 다시 세상에 등장시킨 사람이 세르비아의 과학자 밀란코비치다. 그는 오랫동안 궤도의 변화를 분석해 1930년에 이론을 내 놓았다. 오늘날 하루나 이틀 정도 컴퓨터로 계산하면 족한 데이터 분석을 밀란코비치는 무려 20년 동안 혼자서 수행했다.
지구 공전궤도의 변화
밀라코비치는 태양을 도는 지구 궤도의 주기적인 변동이 기후를 변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지구의 공전궤도는 정확한 원이 아닌 타원 형태를 그린다. 때문에 타원의 극이 멀어지는 시기가 약 10만년에 한 번씩 반복한다.
한편 지구 자전축의 변화도 지표면의 복사열에 영향을 미친다. 기울기가 커질수록 계절 간 기온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변화하는 주기는 4만년 정도. 이 기간을 두고 지구의 자전축은 21.5~24.5°를 넘나든다. 밀란코비치는 이러한 주기들이 겹쳐지는 시점에 빙하기가 출현한다고 주장하며 ‘밀란코비치 주기’라고 명했다.
빙하 속에서 찾아낸 빙하시대
남극 빙하 수천 미터 아래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축적된 빙하로부터 과거의 시간을 캐내고 있다.
빙하와 대륙의 빙산은 눈 결정체로 이뤄졌다. 눈이 쌓이면 그 무게에 눌려 눈이 얼음덩어리로 되는데, 이때 눈 결정체 사이의 층에 공기막이 형성된다. 과학자들은 이 공기에서 화학성분을 뽑아내 과거의 기후를 추론해 낸다.
초기 지구의 기온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점차 낮아지면서 35억년이 지난 후에는 온난기후가 전 지구적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남극대륙도 숲이 울창한 밀림지역이었다. 탐험가들이 빙하에서 발견한 식물 화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 10억 년 전부터는 슈퍼빙하기라 부르는 극저온의 빙하기가 4~5번 나타났다. 한번의 빙하기는 약 10만 년가량 지속됐다. 약 7억 년 전에는 현재의 북미지역과 호주, 아프리카가 빙하로 덮여 있었다. 약 2억 9000년 전에는 아프리카와 남미, 인도, 남극, 호주 그리고 아라비아 반도가 또 다른 빙하시대를 맞이했다. 약 4000만 년 전에 시작된 빙하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뒤덮은 빙하가 안데스 산맥까지 확장되고 아시아 고원지대까지 이르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2만 5000년 전에 시작된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이면서 빙하가 생성됐다. 빙하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 후 5000년 동안 빙하기는 절정을 맞았다. 그리고 1만 년 전부터는 다시 간빙기가 시작됐다. 긴 지구 기후의 흐름으로 볼 때 간빙기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기간이다. 언젠가는 다시 기나긴 겨울의 시대가 찾아온다.
빙하시대의 삶
빙하기의 흔적은 최근의 인류의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급격히 떨어진 시기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소빙기’라고 부른다.
소빙기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매우 낮으므로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페스트나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발생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전체의 재난기록건수 중 80% 이상이 1500년경부터 1750년경까지 250년의 기간에 집중돼 있다. 기후 악화는 장기적인 자연재난의 시대를 가져왔다.
하지만 인류는 소빙기를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땅, 새로운 문화를 일구기 시작했다. 비어 있는 땅을 찾아 경작을 하고 다양한 형태의 농법을 개발했다. 새로운 대륙을 찾으러 배를 타고 머나먼 항해를 떠났다. 튼튼한 배를 만들기 위해 건조기술이 발달했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하를 피하면서 항해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소빙기 전까지 인류는 전 세계 육지의 10분의 1위에만 터를 잡고 살아왔으나, 소빙기 이후에는 생활터전이 전 대륙으로 확대됐고 인구는 두 배로 성장했다. 비록 소빙기 동안에 대규모의 자연재해와 전염병이 발생했지만 인류는 새로운 토지 개척, 이주, 황무지 개간, 토지 개선, 기술 발달, 도시화를 이룩했다.
지금까지 인류는 여러 번의 빙하시대를 거치며 생존해 왔다.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동안 죽음의 계절이 이어졌지만 인류는 생존을 포기하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빙하의 계곡과 칼날처럼 솟아오른 거친 산맥을 넘으며 말이다. 또다시 찾아오는 빙하시대에도 인류는 당당히 추위에 맞서 싸우며 문명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구의 빙하에서 과거와 미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세계를 살펴보자.
[제시문] 남극의 빙하에는 과거 지구의 대기 성분과 기온 변화에 관한 기초 자료가 생생하게 보존돼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기 위해 빙하를 조사하고 있다.
남극 표층의 눈은 계속 쌓이는 눈 때문에 밀도가 점점 증가한다. 일정한 깊이가 되면 눈의 압력으로 인해 하부의 눈이 얼음으로 변한다. 얼음이 두꺼워질수록 하층에 가하는 압력이 증가하면서 클라트레이트 수화물*이 형성된다. 이 때 눈 입자들 사이에 있는 공기가 얼음 속에 갇혀 기포상태가 되는데 이 기포에는 당시 대기의 기체 성분이 그대로 담겨 있다. 따라서 시추한 얼음을 녹여서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같은 정밀 기기로 분석하면 얼음 속에 있던 기체 성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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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농도 변화도 기온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기체들의 농도가 증가하면 기온이 올라가고 반대로 농도가 감소하면 기온이 내려간다는 것. 과거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 변화 폭을 오늘날의 변화 폭과 비교하면 오늘날의 변화는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클라트레이트 수화물: 고압과 저온의 조건에서 물 분자가 결합할 때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 등 분자량이 작은 기체가 물 분자들 사이에 만들어진 빈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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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의 시대
아, 그때의 추위와 아픔을 어떻게 표현하랴. 온 몸을 파고드는 칼날, 맵고 쓰라린 바람이 쉴 새 없이 내 살을 물어뜯고 내 온 몸은 젖 떨어진 강아지가 낯선 집에 팔려 왔을 때처럼 오들오들 떨렸다. 바람이 몰아닥칠 때마다 허이연 눈가루가 내 작은 몸뚱이를 덮치곤 했다. -이외수, ‘훈장’
작가 이외수는 이 독기어린 문장을 쓰기 위해 한 겨울의 서릿발을 알몸으로 버티며 글을 적어내려 갔다고 한다. 찢어지고 터지는 살로부터 탄생한 단어와 문장은 얼어 죽어가는 자의 입김처럼 차갑다. 겨울은 인간이 대항하기 힘든 자연의 힘이다.
그런데 우리는 혹독한 겨울이 끝도 없이 이어진 상태를 견딜 수 있을까. 겨울이 계속되면 대륙 전체는 빙하로 뒤덮인다. 빙하는 대륙을 깎고 해안선을 변형시킨다. 바위보다 단단한 얼음산은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한 후에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토해낸다. 빙하는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가장 거대한 힘이다.
18세기만 해도 한때 지구상의 거의 모든 대륙이 빙하로 덮여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위스의 젊은 지질학자였던 장 루이 아가시가 1847년 ‘빙하의 체계’를 출간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공상과학소설에나 어울릴 엉터리로 취급했다.
아가시는 현재의 빙하가 한때 대륙을 덮었던 빙하시대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빙하시대가 왜 일어났고 얼마나 지속됐는가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밝히지 못했다.
빙하시대에 대한 수수께끼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차차 밝혀지기 시작했다. 기후학과 지질학의 발달은 지구의 과거 기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냈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 역시 빙하시대에 속한다는 것이다. 수만 년 혹은 수십만 년의 간격을 두고 확장과 축소를 반복하는 빙하시대에서 현재의 빙하시대는 대략 4000만 년 전에 시작된 것이다.
빙하시대는 극저온 상태에서 대륙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빙하기와 그보다는 조금 덜 추운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교차한다. 학자들은 250만 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한 후 지금까지 적어도 17차례의 극심한 빙하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약 1만 년 전에 시작된 간빙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빙하시대는 왜 찾아올까?
현대의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기후 사이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들고 있다. 이 주장은 처음 제기됐던 19세기 말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유는 대학에서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어느 대학 수위의 주경야독에서 비롯됐기 때문. 제임스 크롤은 대학에서 청소부 겸 수위로 일하면서 1875년에 ‘기후와 시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지구의 공전궤도가 바뀌면 지표면에 도달하는 열 균형에 변화가 생겨 빙하시대가 도래한다고 주장했다.
지구 공전궤도의 변화
밀라코비치는 태양을 도는 지구 궤도의 주기적인 변동이 기후를 변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지구의 공전궤도는 정확한 원이 아닌 타원 형태를 그린다. 때문에 타원의 극이 멀어지는 시기가 약 10만년에 한 번씩 반복한다.
한편 지구 자전축의 변화도 지표면의 복사열에 영향을 미친다. 기울기가 커질수록 계절 간 기온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변화하는 주기는 4만년 정도. 이 기간을 두고 지구의 자전축은 21.5~24.5°를 넘나든다. 밀란코비치는 이러한 주기들이 겹쳐지는 시점에 빙하기가 출현한다고 주장하며 ‘밀란코비치 주기’라고 명했다.
빙하 속에서 찾아낸 빙하시대
남극 빙하 수천 미터 아래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축적된 빙하로부터 과거의 시간을 캐내고 있다.
빙하와 대륙의 빙산은 눈 결정체로 이뤄졌다. 눈이 쌓이면 그 무게에 눌려 눈이 얼음덩어리로 되는데, 이때 눈 결정체 사이의 층에 공기막이 형성된다. 과학자들은 이 공기에서 화학성분을 뽑아내 과거의 기후를 추론해 낸다.
초기 지구의 기온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점차 낮아지면서 35억년이 지난 후에는 온난기후가 전 지구적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남극대륙도 숲이 울창한 밀림지역이었다. 탐험가들이 빙하에서 발견한 식물 화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 10억 년 전부터는 슈퍼빙하기라 부르는 극저온의 빙하기가 4~5번 나타났다. 한번의 빙하기는 약 10만 년가량 지속됐다. 약 7억 년 전에는 현재의 북미지역과 호주, 아프리카가 빙하로 덮여 있었다. 약 2억 9000년 전에는 아프리카와 남미, 인도, 남극, 호주 그리고 아라비아 반도가 또 다른 빙하시대를 맞이했다. 약 4000만 년 전에 시작된 빙하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뒤덮은 빙하가 안데스 산맥까지 확장되고 아시아 고원지대까지 이르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2만 5000년 전에 시작된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이면서 빙하가 생성됐다. 빙하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 후 5000년 동안 빙하기는 절정을 맞았다. 그리고 1만 년 전부터는 다시 간빙기가 시작됐다. 긴 지구 기후의 흐름으로 볼 때 간빙기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기간이다. 언젠가는 다시 기나긴 겨울의 시대가 찾아온다.
빙하시대의 삶
빙하기의 흔적은 최근의 인류의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급격히 떨어진 시기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소빙기’라고 부른다.
소빙기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매우 낮으므로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페스트나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발생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전체의 재난기록건수 중 80% 이상이 1500년경부터 1750년경까지 250년의 기간에 집중돼 있다. 기후 악화는 장기적인 자연재난의 시대를 가져왔다.
하지만 인류는 소빙기를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땅, 새로운 문화를 일구기 시작했다. 비어 있는 땅을 찾아 경작을 하고 다양한 형태의 농법을 개발했다. 새로운 대륙을 찾으러 배를 타고 머나먼 항해를 떠났다. 튼튼한 배를 만들기 위해 건조기술이 발달했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하를 피하면서 항해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소빙기 전까지 인류는 전 세계 육지의 10분의 1위에만 터를 잡고 살아왔으나, 소빙기 이후에는 생활터전이 전 대륙으로 확대됐고 인구는 두 배로 성장했다. 비록 소빙기 동안에 대규모의 자연재해와 전염병이 발생했지만 인류는 새로운 토지 개척, 이주, 황무지 개간, 토지 개선, 기술 발달, 도시화를 이룩했다.
지금까지 인류는 여러 번의 빙하시대를 거치며 생존해 왔다.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동안 죽음의 계절이 이어졌지만 인류는 생존을 포기하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빙하의 계곡과 칼날처럼 솟아오른 거친 산맥을 넘으며 말이다. 또다시 찾아오는 빙하시대에도 인류는 당당히 추위에 맞서 싸우며 문명을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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