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박수 세 번!” ‘짝짝짝’.
4월 초순의 이른 아침, 경북 문경시 점촌북초등학교에서는 색다른 과학수업이 시작됐다. 전교생 22명에 선생님은 무려 14명. 게다가 선생님들은 모두 서울에서 온 대학생 언니, 형들이다. 외부 사람들의 갑작스런 방문에 학생들은 신이 났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주교사 오광현(한양대 04학번) 씨가 제법 능숙하게 박수로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수업을 맡은 선생님들은 연합동아리 ‘차세대 리더를 꿈꾸는 대한민국 공학도들의 모임’(YEHS, 이하 예스) 회원들이다. 예스는 Young Engineers Honor Society를 줄여 붙인 이름이다. 예스는 평소 과학실험을 자주 하지 못하는 농·어촌의 분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과학실험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하는 ‘주니어 공학기술교실’의 일환이다. 이날 진행된 실험은 구리와 아연의 산화 환원 반응을 이용해 시계를 움직이는 ‘시계야 소금물이 필요하니?’와 바람의 작용 반작용 원리로 보트가 땅에 떠서 가는 ‘날아라 호버크래프트’였다.
“시계는 건전지가 있어야 움직이죠? 지금부터 구리와 아연을 소금물에 넣어서 건전지 대신 쓸 수 있는 새로운 전지를 만들어 볼 거예요~.” 또 다른 주교사 심도희(서강대 06학번) 씨가 ‘시계야 소금물이 필요하니?’ 실험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자 아연이 뭔지, 왜 소금물에 구리와 아연을 넣는지 학생들의 질문이 빗발친다. 심도희 씨가 실험의 원리를 이야기 하지만 어느새 학생들의 관심은 눈앞에 놓인 실험도구에 가 있다. 이럴 땐 보조교사들이 나서야 한다. 보조교사들은 학생들의 소소한 질문에 답을 해주면서 칼질이나 전선연결 같은 학생들이 하기 힘든 작업을 도와준다. 하지만 그 밖의 모든 작업은 학생들이 직접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남에게 맡기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피복전선과 씨름하던 아라는 결국 유민영 보조교사와 함께 소금물에서 작동하는 시계를 완성해냈다. 유민영 씨는 “시계에 숫자 불이 들어오는 순간 아라가 미소 짓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이야기했다.
주니어 공학기술교실은 초등학생들에게 첨단 기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지식경제부와 여러 기업체가 힘을 합쳐 2004년부터 시작한 교육봉사활동이다. 예스가 여기에 참여한 것은 2006년 2월 부터다. 주니어 공학기술교실의 교육봉사활동은 회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번이 두 번째 참가라는 김자영(서강대 06학번) 씨는 “이런 활동은 공대생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스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기계공학부터 식품공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공학도들이 모인 만큼 두 달에 한 번 씩 각자의 전공지식을 교류하는 세미나를 연다. 또 매년 두 차례씩 전국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이공계 전공에 대한 진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기업의 CEO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차세대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답게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차세대 리더. 얼핏 들으면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뛰노는 예스 회원들을 보면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지금까지는 교육을 받기만 했지만 이제 주변에 나눠 줄 수 있어서 기쁘다”며 입을 모으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차세대 리더의 모습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