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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탤크 얼마나 위험한가?

Q1 탤크에 왜 석면이 들어 있나?
탤크와 다이아몬드. 이 둘은 광물의 한 특성에서 서로 정반대의 값을 보인다. 광물의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모스경도가 그것으로, 탤크는 모스경도가 1로 손톱에도 긁히는 무른 광물이다. 가장 단단한 광물인 다이아몬드는 모스경도가 10으로 가장 크다. 탤크는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이런 특성을 띨까.

탤크(talc)는 변성광물로 활석(滑石)이라고도 부른다. 변성광물이란 원래 있던 암석, 즉 모암(母巖)이 외부 작용을 받아 조성이 바뀌면서 만들어진 광물이다. 탤크의 경우 모암은 백운암이나 감람암이다. 백운암은 탄산칼슘(CaCO3)과 탄산마그네슘(MgCO3)이 1 : 1로 이뤄진 암석이다. 감람암은 화학성분이 (Mg, Fe)2SiO4인 감람석이 주성분이다.

지각활동으로 땅속에 고온, 고압의 물과 수증기인 열수유체가 축적되면 결국 지표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 암석에 변성이 생기면서 탤크를 비롯해 사문석, 각섬석 같은 여러 가지 새로운 광물이 만들어진다. 탤크는 마그네슘을 포함한 규산염 광물로 화학식은 Mg3Si4O10(OH)2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생선 비늘 같은 얇은 판 모양의 결정이 모여 있는데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떨어져 나간다. 탤크가 무른 암석인 이유다. 한편 석면은 사문석이나 각섬석 가운데 섬유 같은 침상(針狀) 결정이 모여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탤크에 석면이 왜 섞여 있을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고상모 박사는 “백운암이나 감람암이 변성과정을 거칠 때 국소적인 환경, 즉 화학조성이나 온도, 압력에 따라 만들어지는 결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광물이 섞여 있다”며 “탤크 광산에서 채취한 암석은 탤크가 주성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채광한 탤크는 용도에 따라 적절히 가공,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 박사는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원료 같은 고순도가 필요할 경우 석면같이 유해한 광물은 최대한 걸러내야 한다”며 “탤크 원석을 갈아서 물에 풀면 탤크는 물에 분산되고 석면은 밑에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석면이 섞여 있는 탤크 (석면탤크)는 중국에서 수입됐다. 사실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동양최대 탤크광산이 우리나라에 있어 양질의 탤크를 생산했다. 충북 충주 인근의 동양광산이 그곳으로 현재도 소량 채광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탤크 수요량은 약 14만 t인데 불과 1만 t 정도만 국내에서 공급하고 있다.

Q2 석면, 그렇게 위험한 물질인가?
‘石綿’이라는 한자어에서 볼 수 있듯이 석면은 섬유형태의 암석이다. 석면은 조성에 따라 6가지로 세분하는데 사문석에서 만들어진 것이 1종류, 각섬석에서 비롯된 것이 5종류가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고상모 박사는 “사문석이나 각섬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결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불완전한 침상(針狀)으로 자라면 석면이 된다”고 설명했다.

석면(asbestos)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불에 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공포의 대상이 됐지만 당시 그리스인들은 석면을 ‘기적의 광물’이라고 불렀다. 식물이나 동물 섬유처럼 부드럽고 유연한데다 불에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들어 전기가 쓰이고 화학 산업이 발전하자 절연재이자 불연재인 석면이 폭넓게 쓰였다.

사실 석면의 유해성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알려졌다. 당시 석면으로 천을 짜는 일을 하던 노예들이 폐병에 시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석면의 유해성이 공식적으로 언급된 시기는 1900년대 초로 석면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어린이를 부검한 영국의 의사 몬태규 머레이가 폐조직에서 석면을 확인하고 석면 흡입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추측했다.

그 뒤 석면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가 축적됐는데 ‘고농도의 석면 섬유를 오랜 기간 흡입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이 다수다. 따라서 석면 채광을 하는 사람들이나 석면자재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근로자들이 위험집단이다. 1973년 국제암연구소는 석면을 ‘발암물질’로 규정했고 그 뒤 선진국을 시작으로 석면사용을 금지하는 나라가 하나둘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석면사용을 완전히 금지했다.

석면은 폐암 또는 흉막이나 복막에 생기는 악성중피종, 폐를 굳게 하는 석면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된 사람들의 폐암발생률은 일반인의 2~7배다. 한편 흡연자의 경우 폐암발생률이 비흡연자의 7~20배다. 따라서 폐암의 경우는 석면흡입보다 흡연이 더 위험한 셈이다. 다만 본인이 정보를 알고도 감수하는 행위(흡연의 능동성)와는 달리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상황(석면흡입의 수동성)이기 때문에 석면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편 흡연자가 석면에 노출될 경우는 상승작용을 일으켜 폐암위험성이 100배까지 올라간다.

Q3 석면 없는 탤크도 위험하다?
석면탤크 파동이 장기화되면서 탤크 자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설사 석면이 들어 있지 않더라도 탤크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93년 미국 국립독성학프로그램(NTP)은 실험동물(쥐)에 매일 6시간, 일주일에 5일씩 113주 이상을 탤크에 노출시킬 경우 종양이 생긴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너무 극단적이라서 탤크가 아닌 어떤 물질이라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는 반론이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탤크가 석면을 함유하지 않을 경우 화장품 원료로 안전하다고 분류하고 있다.

다만 여성 난소암과 탤크의 관계는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70년대 이뤄진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난소암 조직을 조사한 결과 75%에서 탤크가 검출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1992년 ‘산과학 & 부인과’지에 난소암에 걸린 여성들은 건강한 여성에 비해 평소 생식기 주변에 파우더를 더 자주 바르는 경향이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지난 2006년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탤크의 유해성 심사를 할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호서대 융합기술연구소 유일재 교수는 “당시 과학자 16명이 모여 관련 논문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여성의 생식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탤크가 난소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따라서 여성은 사타구니 쪽에 되도록 탤크가 들어간 제품은 안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의 내부 생식기와 직접 접촉하는 콘돔의 경우 고무가 들러붙지 않게 하기 위해 예전에는 표면에 탤크를 발랐지만 수년 전부터 옥수수 녹말가루로 대체했다.

한편 얼굴에 바르거나 그 과정에서 흡입된 탤크는 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IARC는 탤크를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다고 분류되지 않는 물질’(3그룹)에서 ‘회음부에 쓸 경우 발암 의심물질’(2B그룹)로 변경해 지정했다. 참고로 석면이나 석면이 들어 있는 탤크는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1그룹)로 지정돼 있다. 유 교수는 “유엔 산하 기관인 IARC는 탤크의 유해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 강제력은 없다”며 “따라서 각국은 자국 내 탤크 사용 실태를 조사해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Q4 탤크 없이 베이비파우더 못 만드나?

탤크가 수많은 제품에 널리 쓰이는 이유는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번 석면탤크 파동의 진원지인 베이비파우더의 경우 탤크가 전체 구성비의 70~90% 가량을 차지한다. 베이비파우더를 바르는 가장 큰 이유는 소변으로 사타구니 주변이 짓무르거나 고온다습한 여름 땀이 차 아기가 불편해하는 걸 덜어주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향장대학원 김주덕 교수는 “탤크는 흡수력이 뛰어나고 표면이 매끄러워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해준다”며 “또 가격이 매우 싼 원료라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탤크 없이 베이비파우더를 만들 수는 없을까. 실제로 석면탤크 파동이 나면서 탤크가 들어 있지 않다는 고가의 외국 베이비파우더 제품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 탤크 대신 옥수수 전분을 쓴 것을 비롯해 유기농 천연재료만 썼다는 한 제품은 100g에 3만 5000원이나 함에도 재고가 다 떨어져 예약주문을 받고 있다. 탤크를 쓴 대기업의 한 제품이 400g에 5100원인 것에 비하면 같은 양일 때 가격이 20배가 넘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기업들도 옥수수 전분을 쓴 제품을 만들어 가격을 낮추면 되지 않을까.
김 교수는 “옥수수 전분으로 탤크를 완전히 대치할 경우 아무래도 사용감이 떨어진다”며 “또 광물인 탤크와는 달리 옥수수 전분은 미생물의 먹이이기 때문에 방부제를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부제를 쓰지 않은 외국 유기농제품의 경우 내용물이 오염되는 걸 막기 위한 폐쇄형 용기 디자인에 용량도 작아 사용기간이 짧다.

여성용 색조화장품에도 탤크가 많이 쓰인다. 컴팩트나 페이스파우더 같은 제품의 경우 함량의 60~70%가 탤크다. 김 교수는 “탤크는 피부에 화사함과 매끄러움을 줄 뿐 아니라 안료나 향료 같은 다른 원료들이 골고루 섞이게 해준다”며 “탤크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쉽게 뭉쳐지기 때문에 가루를 압축한 컴팩트 파우더를 만들 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향료가 탤크 결정 표면에 묻어 서서히 방출되기 때문에 제품이 은은한 향을 오래 내게 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국내 한 화장품 회사의 연구원은 “화장품에 쓰는 탤크 입자는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 정도여서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없다”며 “화장품에 탤크를 쓰는 건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Q5 석면탤크, 먹어도 되나?
베이비파우더에 쓰인 석면탤크가 제약업체로도 흘러들어가 1000여종의 약품이 판매금지조치를 당하자 혼란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는 새 제품이 나오려면 수 주를 기다려야 하는 종류도 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대책 없이 약 공급을 끊어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석면탤크가 포함된 약품은 얼마나 위험할까.

석면이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호흡기를 통해서 폐에 축적돼 일어나는 질병 때문이다. 사실 공기 중에도 미세한 석면 가루가 떠다니는데 보통 사람들도 매일 수많은 석면을 흡입하고 있다. 호서대 유일재 교수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석면이 쓰였기 때문에 누구나 석면에 어느 정도 노출돼 있다”며 “우리나라 성인 남성은 폐 1g당 26만 개, 여성은 16만 개 가량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엄청난 숫자로 보이지만 사실 석면을 오랫동안 써왔던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유 교수는 “특히 석면을 많이 쓴 일본의 경우 200만 개 수준으로 우리나라 10배에 이른다”며 “산업화가 늦은 우리나라는 막 석면 수요가 올라갈 때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사용량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한편 호흡기가 아니라 소화기로 석면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석면은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실리콘, 철 같은 인체에도 흔한 원소로 이뤄진 광물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다. 다만 공기 중에 떠다니던 미세한 섬유성 결정이 폐에 박혀 분해되지 않고 축적됐을 때 문제가 되는 것. 유 교수는 “석면이나 석면이 포함된 탤크를 먹었을 경우 강산인 위액으로 석면이 분해되고 배변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며 “따라서 흡입보다 오히려 덜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환경기준을 봐도 공기는 1ml 당 0.01개 이하이지만 물은 1ml 당 7000개 이하로 규정돼 있다.

한편 탤크는 식품첨가물로 지정돼 있는 먹어도 되는 물질이다. 다만 사용기준을 보면 “탤크는 식품의 제조 또는 가공상 껌, 여과보조제 및 정제(錠劑)류 표면처리제 목적 이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식품에서 잔존량은 0.5% 이하이고 껌의 경우는 5%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약품에도 탤크가 널리 쓰이고 있다. 약품에 탤크를 넣은 이유는 원료들이 잘 분산되게 도와주고 알약을 만들 때 알약이 틀에 들러붙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보통 약 제재를 만들 때 탤크가 1~5% 정도 들어간다. 따라서 최근 문제가 되는 석면탤크가 들어간 약물의 경우 알약 하나에 들어 있는 석면의 양은 미미하다. 물론 그렇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런 약물을 복용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석면탤크가 들어간 약품 1122개 품목을 판매금지했지만 대체약물을 구하기 어려운 22개 약품은 유예조치를 내렸다. 당장 대체가 불가능한 약물까지 금지할 경우 치료를 못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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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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