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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과학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현재 파인만 논술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메가스터디에서 수리과학 통합논술을 강의하고 있다. 공동 저서로는 ‘동아일보 이지논술 수리·과학논술편’ ‘올플 600제 시리즈(수학·과학)’ 등이 있다.

2009학년도 서울대 자연계논술은 특정 값에 관한 풀이 과정보다 설명이나 추론을 요구하는 사고력 중심의 논제 비중이 높아졌다. 문항 형식은 지난해와 동일했지만 과목ㆍ영역 간 통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지난 1월 12일, 추운 날씨 속에 2009학년도 서울대 정시논술이 치러졌다. 2008학년도와 비교해 출제 유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문계 논술은 지난해처럼 통합교과형으로 출제됐으며 자연계 수리논술은 까다로웠다는 반응이다. 이번 논술시험을 통해 2010학년도 대비전략을 세워보자.

줄어든 소문항 수
2008학년도와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소문항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이다. 대문항 수는 4개로 똑같았지만 소문항 수는 작년 21개와 비교해 15개로 줄어들었다. 소문항이 세분화된 점까지 고려하면 27개에서 17개로 감소했다. 시험시간은 300분(5시간)으로 유지됐기 때문에 소문항 당 배정시간이 14분에서 20분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소문항 하나에 14분이 주어진 작년의 경우 제시문을 읽고 이해하는 시간에 2~3분, 답안지 작성에 3~4분 정도를 할애하면 소문항을 해결하는데 남는 시간이 7~9분이다. 이는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되는 다른 상위권 대학 논술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소문항당 5~10분 정도 짧다. 하지만 올해는 소문항의 난이도가 작년과 비교해 특별히 높아지지 않으면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다소 감소했다.

높아진 교과서 지문 활용도
2008학년도 자연계논술 제시문은 출처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적지 않은 제시문이 교과서 수준으로 나왔다. 올해 논술시험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돼 대문항 4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대문항의 제시문 대부분이 교과서에서 출제됐다.

시험지 분량이 18장에서 20장으로, 총 제시문 길이가 9장에서 13.5장으로 늘어났지만 제시문의 출처 대부분이 교과서이기 때문에 실제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교과서에서 출제된 제시문은 대체로 과학Ⅱ에서 나왔다.

개념·추론 설명형 증가, 계산형 논제 감소
기본적으로 계산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수리논술(대문항 4번)을 제외하고도 작년엔 많은 소문항이 계산을 목적으로 하거나 계산을 바탕으로 과학적 해석을 요구했다. 올해는 계산형 문제가 줄어든 대신 개념을 이해하고 결과를 추정하거나 추론해 설명하는 유형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논술 난이도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과학을 수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문항의 비중을 재조정하면서 더 다양한 유형을 출제하고자 한 서울대의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논제 1. 제시문에 설명된 물의 성질로부터 물에는 표면장력이 존재함을 논술하고, 표면장력 σ의 크기를 추정하시오. (표면장력은 단위 면적당 에너지로 주어진다)

논제 2. 물방울의 반경과 생성에너지가 <그림 1>이 나타내는 관계를 가지는 이유를 추론하고, 이러한 형태의 에너지 함수가 물방울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시오.

논제 3. 대기 중 해염 입자가 구름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그림 2>에서와 같이 구름이 생성되는 이유를 추론하시오.
논제 4. 제시문 (나), (다)의 내용을 참고해 인간 활동이 강수현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지 논술하시오. (단 구름을 만드는 수증기 양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 2009학년도 서울대 자연계논술 대문항 1번

논제 1. 제시문 (가)를 참고해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1-1. 에너지 평형식 (1-A)=σTE4 에서 지구 복사에너지와 평형을 이루는 태양 복사에너지로 S 대신 가 사용된 이유를 설명하시오.

1-2. 제시문 (가)의 반사도 A∼0.30을 활용해 S/4에 해당하는 태양 복사에너지를 구하고, 이와 열에너지 평형을 이루는 지구 복사에너지를 W/m2 단위로 추정하시오(유효숫자 2자리).

논제 2. 온실효과로 따뜻해진 지구가 내는 복사에너지와 대기가 만들어낸 온실효과를 논제 1에서 구한 의 백분율로 구하시오. 그리고 이들 값을 W/m2 단위로 환산하시오(유효숫자 2자리).

논제 3. 어떤 분자가 온실효과를 나타내는지 여부는 구성 원자의 종류, 쌍극자모멘트와 관계가 있다. 쌍극자모멘트는 하나의 결합이나 분자 내에서 음전하를 띠는 부분과 양전하를 띠는 부분이 분리된 경우에 나타난다. 분자에서 결합 길이나 결합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분자의 진동(vibration)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진동에는 결합각이 변하는 굽힘(bending)과 결합 길이가 변하는 늘어남(stretching)이 있다.

3-1.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메탄(CH4), 수증기(H2O), 이산화탄소(CO2)의 3차원 구조를 그리고 비공유전자쌍을 나타내시오(<그림 4> 암모니아의 예 참조). 그리고 이 구조를 고려해 각각의 분자가 진동하지 않을 경우 쌍극자모멘트를 가지는지 여부를 설명하시오.

3-2. 분자의 진동과 쌍극자모멘트를 고려해 메탄, 수증기,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나타내는데 질소와 산소는 온실효과를 나타내지 않는 이유를 추론하시오.

논제 4. 사람의 활동이 만들어내는 온실기체 때문에 대기에 3W/m2가 추가돼 지표면 온도가 288K(15℃)보다 상승한다. 이렇게 지표면과 대기가 새롭게 열에너지 평형상태를 이룰 때 지표면 온도가 얼마나 상승할지 추정하시오(유효숫자 1자리).
[참고 : 근사식 (1+x)1/4 ∼ 1+x(|x|가 1보다 아주 작을 때)를 이용할 수 있음]

논제 5. 지구의 인구는 60억 명이고 지구의 반경은 6000km라고 할 때 인간이 1인당 3kW에 달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난 10년간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대기가 지구 표면에 추가적으로 복사하는 에너지를 인구 1인당으로 구해보시오(유효숫자 1자리). 그리고 이 값에 비춰 지구 온난화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하시오.
- 2008학년도 서울대 자연계논술 대문항 1번

통합형 문항 출제 증가
서울대는 2008학년도 입시 전 여러 차례 모의논술을 통해 통합형 수리논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2008학년도 논술이 단독 수리논술로 출제된 까닭에 올해도 단독 수리논술 유형으로 출제될 것이 예상됐다. 예측의 일부는 맞았지만 주제의 성격 때문에 단독 수리논술이라고 부르기에는 힘든 문항이 있었다.

대문항 4번은 미분방정식과 고정점 원리를 이용해 미분방정식을 수열로 해결하는 문제다. 마지막 소문항은 카오스적 자연현상에서 결정론적 세계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최신 과학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뛰어넘는 수리적 분석 능력과 통찰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로 제시문과 문항 난이도로 봤을 때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서 출제된 내용은 과학동아 「도전! 1% 클래스」에서 다뤘던 주제이므로 2008년도 9월호, 10월호, 12월호의 ‘통합교과를 잡아라’를 참고한다.

미리 본 2010학년도 서울대 입시 방향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큰 틀은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 수시전형과 수능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정시전형으로 나뉜다. 투자되는 학습시간과 성적의 안정적 기댓값까지 고려하면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대학이 서울대다. 수시 지역균형선발 전형에는 높은 내신등급과 구술면접을 요구하며 수시 특기자전형은 수학과 과학 교과의 높은 문제 해결능력을 요구한다. 정시에서도 높은 난이도의 수리과학 통합논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수능 만점을 받아도 합격을 100% 장담할 수 없는 학교가 서울대인 셈이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50%, 논술 30%, 심층면접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수능은 합격정원의 2배수를 선발하는 1단계 전형 요소로 활용됐으나 2010학년도에는 심층면접 20%가 수능 20%로 대체된다. 그러나 서울대를 지원하는 학생의 수능점수가 대동소이한 점을 고려하면 논술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 같진 않다.

서울대 입시의 요지는 기본적인 ‘수능’ 실력을 요구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강약점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내신이 특히 중요한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제외하면 수시 특기자전형과 정시 일반전형은 심층면접과 논술에서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능력을 요구하므로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대입 준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1월 20일에 실시된 인하대 정시 논술을 마지막으로 2009학년도의 모든 논술시험이 막을 내렸다. 현재 고2가 응시하는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논술 반영비율이 늘어난다. 수시 논술 실시 대학은 서울대, 이화여대, 인하대 등 36곳으로 2009학년도보다 11개교가 늘어난다. 이들 대학은 논술을 20% 이상 반영한다. 정시모집에서는 논술을 폐지한 대학이 많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입시에서도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에게 온다. 정확한 정보와 체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대비해야 한다.

▶지원 대학의 기출문항을 분석하라: 많은 대학의 논술이 유사해지고 있지만 각 대학마다 출제 경향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좀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원 대학의 출제 유형, 답안 작성 특징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의외로 논술 보는 당일까지도 지원 대학의 모의논술과 중요 기출문항을 점검하지 않은 채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많다. 같은 지식과 동일한 능력을 가졌다 해도 학교에서 치르는 논술의 특징을 모르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논술교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조차 자신만의 분석을 병행해 공부해야 한다.

▶유형에 초점을 맞춰라: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과에 충실해야 하지만 이런 말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능 전후로 치러지는 수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짧은 시간 동안 논술과 관련된 모든 교과를 충실하게 복습하는 일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유형별 대비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원 대학에서 자주 출제되는 유형을 파악하는 방식은 짧은 시간에 논술을 대비할 때 공부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부 유형의 경우 접근법을 훈련함으로써 답안 작성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의 약점을 교과 수준에서 보완하고 빈출주제를 중심으로 교과 내용을 정리한다.

▶수리+과학 통합논술에 초점을 맞춰라: 수험생을 가장 위축시키는 유형은 수리+과학 통합 주제다. 수리적 상황 위주의 수리 문제와 과학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탐구 문제에 익숙해져 있으면 과학적 소재에 대한 심층적인 수리분석을 다루는 문제가 출제됐을 때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통합 주제로 출제되는 문제를 살펴보면 충실하게 교과과정을 이수한 학생 입장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가 많다. 학생들이 수리+과학 통합 유형 앞에서 작아지는 이유는 이런 문제를 접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러 과목의 생소한 조합과 분석 자체에 당황해 문제에서 요구하는 중심사항을 놓치기 쉽다. 수리+과학 통합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많은 문제를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대학의 출제문항이 예상문제다: 지원 대학의 출제 유형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교의 모의논술과 기출 문항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예상주제에 대해 공부하려면 다른 대학의 모의논술 기출문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학교에 따라 유형은 다르게 출제될 수 있지만 예상 주제라는 관점에서 내용을 분석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근래 자연계논술은 많은 학교의 유형이 큰 틀에서 유사하기 때문에 이런 학습법이 더욱 빛을 발한다.

▶독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축적하라: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 자연계논술은 수학과 과학의 모든 과목에서 골고루 출제된다. 게다가 과학Ⅱ 내용도 포함해 출제되기 때문에 단순히 수능 준비만으로는 기본기를 닦는 데 한계가 있다. 모든 문항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려면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이는 교과서 학습과 독서를 통해 가능하며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만큼 체계적인 계획과 실천이 중요하다.

수능만으로 충분히 힘겨운 수험생에게 자연계논술까지 완벽히 대비하는 일은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과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능적 마인드보다 논술적 마인드가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성과물은 결국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입시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게 될 것이다.

서울대 정시 자연계 논술 문항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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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두 파인만 논술연구소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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