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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V 번개에 감동, 입체지구와 만나다

세계적 수준의 국립과천과학관 개관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장내 아나운서의 경고방송이 나오자마자, 어른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커다란 도넛형 금속물체에서 ‘빠지직’하며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들린다. 동시에 보랏빛으로 빛나는 번개가 발생하더니 사방으로 번쩍이며 퍼져 나간다. 물론 주변에는 안전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어 번개는 모두 바닥으로 사라졌다. 관악산과 서울대공원 사이에 멋지게 내려앉은 미래 비행체 형상을 한 국립과천과학관. 비행체 앞부분에 해당하는 정문으로 들어가면 1층 오른편에 자리한 기초과학관에서 인공 번개를 만드는 ‘테슬라 코일’을 만날 수 있다.

테슬라 코일은 세르비아계 미국인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19세기 말에 발명한 특수 변압기의 일종이다. 국립과천과학관에 들어선 테슬라 코일은 전시용으로 설치된 것 가운데 세계 최대라는 게 과학관 측 설명이다.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센터 김선빈 소장은 “400만V 고전압을 걸어 강력한 전기스파크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시설”이라며 “번개 생성 원리뿐 아니라 무선 전송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물로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총 4203점에 이르는 흥미진진한 전시물로 가득한 국립과천과학관은 대지면적 24만 3970m2에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면적도 본관 전시시설만 1만 9127m2로 미국 익스플로러토리움(6512m2)이나 일본 국립과학미래관(7750m2)보다 2배 이상 넓다. 11월 말 이후에 개관하는 세계적 수준의 명품 과학관인 국립과천과학관을 미리 만나보자.

한 마디로 국립과천과학관의 특징은 과학기술 하면 떠오르는 모든 것을 총망라했다는 점이다. 즉 기초과학관은 물론 첨단기술관, 자연사관, 전통기술관, 어린이탐구체험관에서 천체관 및 천체관측소, 곤충관, 생태체험학습장, 과학캠프장까지 갖추고 있는 종합과학관이다.

김 소장은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과학을 놀면서 배울 수 있도록 전시물의 50% 이상을 작동·체험형으로 만들었다”며 “전시물과 소통하다 보면 지적 호기심을 채우며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도 반한 전시물 SOS
자연사관에서 공룡과 매머드의 화석을 찬찬히 둘러보다 어두운 방안에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보물이 하나 등장한다. 지름이 약 2m인 공이 허공에 붕 떠있는 듯하다. SOS? 우주공간에서 지구 환경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Science On a Sphere)이다.

과거 100년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변화, 1870년부터 2200년까지 지구의 기온변화, 2004년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생긴 지진 해일이 아프리카까지 전파되는 장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할 때 전 세계 구름이 이동하는 모습 등이 3D 애니메이션으로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김 소장은 “지구환경이 현재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SOS는 한편으로 위기에 빠진 지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시스템은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는 국립과천과학관에 처음 설치돼 운영된다는 게 과학관 측의 설명이다. 지난 9월 26일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SOS 시스템을 관람해 화제가 됐다.

우주복 입고 외계인도 만난다?
국립과천과학관에 숨어 있는 테마 중 하나는 우주다. 먼저 옥외전시장에는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KSLV-1이 무궁화위성을 싣고 올라간 델타로켓과 함께 우뚝 서 있다. 첨단기술관의 스페이스 캠프에서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처럼 우주복을 직접 입어보고 우주평형감각 훈련장비인 자이로스코프도 탑승해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은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의 방문자센터에 버금가는 체험시설과 체계적인 전시내용을 갖췄다는 게 과학관 측의 설명이다. 또 현재 고도 680여 km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아리랑 위성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도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천체관(좌석수 273석)에서도 우주선을 타고 광활한 우주를 여행하듯 체험할 수 있다. 지름 25m의 돔 스크린에는 빛조차 빨아들이는 블랙홀뿐 아니라 깎아지른 협곡과 높이 솟은 산이 어울린 화성, 거대한 태풍이 있는 목성,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토성을 포함한 태양계, 바람개비를 닮은 우리은하를 비롯한 수많은 은하까지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또 천체관측소에는 지름 1m의 광학망원경을 포함한 10대의 광학망원경으로 태양 표면의 흑점, 달의 분화구, 토성 고리, 오리온성운, 안드로메다은하 등을 실제 관측할 수 있으며, 지름 7.2m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운영하는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 프로그램도 살펴볼 수 있다. 정말 운이 좋다면 과학관에서 ‘외계인’도 만날 수 있다는 뜻.

티라노사우루스 이빨자국 찾아라

지진체험실도 놓칠 수 없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입체안경을 쓰고 지진규모에 따라 흔들리는 정도와 피해현상을 직접 느끼며 지진발생원인과 방재대책을 이해할 수 있다. 첨단과학관에 가면 남극의 혹한에서 지내는 세종과학기지 연구원들과 실제 화상통화도 할 수 있다. 전통과학관에서는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을 100인치 스크린에서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내부를 살펴볼 뿐 아니라 화포 발사를 가상 체험할 수 있다.

중생대 공룡 화석 중에는 진품 비율이 90%가 넘는 초식공룡 에드몬토사우루스를 주목할 만하다. 길이가 12m에 이르는 이 공룡은 척추 뼈에 티라노사우루스한테 물린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보존돼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에는 넓은 장소에 전시물이 많은 만큼 관람하기 전에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과학관 홈페이지(www. scientorium.go.kr)에서 관람코스를 잡아보자. 순회해설, 작동·체험, 영상물 관람 등 특별코너는 인터넷 예약이 필요하다. 과학관에 온 다음엔 전문 해설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모바일 관람안내 시스템을 활용한다.

김 소장은 “과학관을 한 번에 다 보려는 생각은 욕심”이라며 “시간 있을 때마다 찾아와 체험하고 토론해야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은 과학공부에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성인은 과학을 이해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충전하면 좋겠다”며 “국립과천과학관은 과학문화테마파크”라고 덧붙였다. 물론 과학관에 갈 때 챙겨야 할 ‘필수품’은 과학적 호기심.



국립과천과학관 개관 기념 특별전 다윈
탄생 200주년 맞아 ‘진화’랑 놀자


“환희는 난생 처음 브라질 밀림을 헤매고 다닌 박물학자의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약한 단어다. 수풀의 우아함, 기생식물의 새로움, 꽃들의 아름다움, 윤기 흐르는 이파리들의 푸르름. 하지만 무엇보다도 초목들의 풍요로움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남긴 글 가운데 하나다. 내년은 다윈이 태어난 지 200년이 되는 동시에 그의 대표작인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15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다윈은 1831년 비글호에 올랐고 5년간 남아메리카, 호주, 갈라파고스 제도를 비롯한 여러 섬을 탐험하며 동식물을 조사했다. 1859년에는 ‘모든 생명체는 자연에 적응하며 변해간다’는 진화론을 담은 저서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 특히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핀치새 13종의 다양한 부리 모양을 관찰해 진화론을 만드는 데 결정적 실마리를 잡았다.
11월 말 이후 국립과천과학관이 개관하면서 이를 축하하는 특별전시회로 다윈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다윈전’이 열린다.

다윈의 방 엿보기, 비글호 항해 따라잡기
먼저 이번 특별전에는 다윈의 고국인 영국에서 온 과학전시 ‘다윈 나우’(Darwin Now)가 전시 속의 전시로 선보인다. 다윈 나우는 영국문화원이 전 세계 25개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세계적 전시로 현대 연구성과를 통해 다윈을 조망한다. ‘다윈은 누구인가’ ‘진화하는 인류’ ‘새로운 종은 어떻게 출현하나’ ‘진화는 종교에 대한 도전인가’ ‘음악이 어떻게 진화하나’ 등과 같은 질문에 현대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대답이 준비돼 있다.
19세기 다윈의 방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국 켄트 주 다운에 있던 그의 방을 실제로 재구성했다. 그의 대표작 ‘종의 기원’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윈 관련 도서 30여 종, 다양한 유물도 한자리에 모았다. 이 가운데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원인 장순근 박사가 공개한 유물로 다윈이 수집했다는 타조 알껍데기가 눈에 띈다.

또 다윈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이자 멸종 위기종인 갈라파고스 거북을 박제로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갈라파고스 거북 박제!
다윈의 비글호 여행도 체험할 수 있다. 자원탐사 전문가인 권영인 박사가 다윈의 비글호 항해를 그대로 따라가고자 지난 10월 9일 장보고호를 타고 출항했는데, 특별전에서는 장보고호의 항해 근황을 볼 수 있다. 권 박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창구도 있다.
체험프로그램으로는 다윈의 어린 시절을 맛볼 수 있는 ‘다윈의 놀이터’, 소형 비글호에 올라 다윈의 항로를 따라가는 ‘비글호 승선 체험’, 6종의 핀치새 부리가 다른 이유를 찾아보는 ‘핀치새 부리 체험’ 등이 마련돼 있다. 또 ‘나방의 보호색 게임’ ‘만져 보는 흔적기관’‘네 발로 걸으며 향기 맡기’처럼 진화의 개념을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게임도 준비돼 있다.

국립과천과학관, 동아사이언스가 주최하고 교육과학기술부, 영국문화원, 동아일보, EBS가 후원하고 삼성전자, 엔씨소프트, 웨지우드 코리아가 협찬하는 이번 특별전은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에서 다윈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내년 5월 10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요금은 성인 9000원, 초·중·고생 8000원, 유아 7000원. 30명 이상의 단체는 1000원 할인(단체 문의 02-475-0636).
예매는 티켓링크(문의 1588-7890).

※자세한 내용은 다윈전 홈페이지 (www.darwin200.c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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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과천=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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