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평점★★★★★ 굶주림에 관한 의학적 고찰
김용수(차인표 분)는 한때 함경남도 출신의 축구선수로 북한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현재는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로 하루하루 가족의 끼니를 걱정하며 살고 있다.
그의 아들 김준이(신명철 분)는 아빠처럼 장래에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인 11살 소년이다.
한편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단란하게 살던 준이네 집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준이의 동생을 임신한 엄마는 극심한 영양실조를 견디지 못해 폐결핵에 걸리고,
용수는 결핵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탈북 하는데….
영화 ‘크로싱’은 탈북자를 소재로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되짚게 만드는 가족영화다. 북한은 폐쇄적인 공산주의 사회로 국가가 모든 생산품의 수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부족한 생필품이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된다. 하지만 준이 엄마를 치료할 결핵약은 암시장에서도 구할 수 없는 진귀한 약품이다. 결국 용수는 결핵약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하는데, 우연치 않게 남한(대한민국)으로 귀순하는 행렬에 동참한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빌미가 돼 탈북자를 가두는 수용소에 갇힌다. 남과 북으로 갈려 서로를 그리워하는 부자는 상봉(크로싱)할 수 있을까?
울 때 흘리는 콧물은 눈물?
‘크로싱’처럼 가족의 생이별을 다룬 영화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 유태인의 이야기를 다룬 ‘소피의 선택’(1982년)이나 ‘인생은 아름다워’(1997년)가 유명하다. 이런 영화들의 특징은 눈물 없인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눈물은 창을 빛내는 광택제다. 그런데 눈물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눈물의 원래 기능은 망원경으로 따지면 맨 바깥렌즈에 해당하는 각막이 손상되지 않도록 촉촉하게 습기를 유지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최소 10초에 한번은 눈꺼풀이 깜박이며 각막 위에 눈물을 골고루 입힌다.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보는 직장인은 눈꺼풀의 깜박임 수가 적어 안구건조증이 생기기 쉽다. 심하면 시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사람의 눈물샘은 양쪽 눈 바깥에서 45° 위로 약 1cm 정도 위치에 있다. 눈물샘은 단단한 뼈 속에 있기 때문에 손으로는 만져지지 않는다. 심하게 우는 사람을 가리켜 ‘눈물 콧물 다 흘린다’고 말하는데, 사실 여기서 ‘콧물’은 눈물관에서 배출되는 눈물이다. 눈물샘이 수돗물의 상수도에 해당한다면 눈물관은 하수도에 해당한다. 눈물관은 양쪽 눈 안쪽의 아래 부분에 있는데, 관이 콧속으로 열려 있어 눈물을 코로 내보낸다. 눈물샘은 7번 뇌신경인 얼굴신경에서 유래하는 부교감신경섬유의 지배를 받는데, 이 신경은 침샘과도 연결돼 있어 아주 심하게 우는 경우 침을 흘리기도 한다.
굶으면 결핵에 걸리기 쉬운 이유
영화 초반, 용수의 아내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기침을 하면서 누런 가래를 뱉어낸다. 가래에는 간간히 피가 섞여 있는데, 이는 폐결핵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결핵은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걸리는 병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굶주림이다. 이 때문에 결핵은 후진국형 질병에 속한다. 결핵균과 싸우는 면역세포들이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결핵에 걸리면 환자의 체중이 급격히 준다. 그래서 후진국에서는 결핵에 걸리면 사망 확률이 높은 게 현실이다.
매년 전 세계 인구의 1%가 결핵에 감염되며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약 20억 명이 현재 결핵에 감염돼 있다. 한국의 경우 경제가 발전하면서 결핵 환자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결핵 유행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을 ‘결핵보유국’으로 판정함에 따라 영국에 입국하는 장기체류 한국인은 X선 사진을 가져가야 공항에서 X선 검사를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한 달 안에 결핵예방접종(BCG)을 맞도록 한다. 대개 이 시기 한번 예방접종을 하면 평생 면역력을 얻는다. 하지만 6세 미만의 소아가 객담을 배출하는 결핵환자와 접촉한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이 또래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추가 접종이나 결핵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영화에서 남한에 귀순한 용수는 작은 공장에 취직해 아내와 아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첫 월급을 타던 날, 용수는 아내의 결핵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가지만 처방전이 없으면 약을 살 수 없다는 약사의 말에 힘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용수의 처량한 뒷모습에 안타까웠던 약사는 보건소에 가면 공짜로 결핵약을 탈 수 있다고 알려준다. 암시장에서도 구할 수 없는 약이 공짜라는 말에 그의 얼굴은 속고만 살아왔던 지난날에 대한 분노로 일그러진다.
사실 20세기 중반까지는 결핵이 치료가 힘들고 재발하기 쉬운 고질병이었다. 1952년 INH라는 약이 등장했지만 결핵을 치료하는데 1년 이상 걸렸다. 그러다가 1965년 RFP라는 약이 개발되면서 치료 기간이 9개월로 줄었고, 현재는 4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6개월 단기처방이 표준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6개월 단기 처방 치료법의 경우 하루에 먹어야 하는 약의 개수가 많고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6개월 동안 거르지 않고 매일 약을 먹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환자가 임의로 결핵약 복용을 중단하면 결핵균이 약에 내성이 생겨 나중에는 결핵균을 치료할 약이 없어질 수도 있다. 이때는 균에 감염된 폐 부위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처음부터 꾸준히 약을 먹는 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탄수화물 1g당 4kcal
영화 중반, 폐결핵을 앓던 준이 엄마가 죽자 준이는 아빠를 찾아 멀고 먼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준이는 국경 마을에서 꽃제비(거지)로 전락한 미선이를 만난다. 미선이 아빠가 불법 무역혐의로 체포되면서 미선이네 집이 하루아침에 몰락한 것이다. 준이는 옛 우정을 생각해 미선이에게 국밥을 사준다.
오랫동안 밥을 굶으면 우리 몸은 가장 먼저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라는 형태의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보통 성인의 간에는 글리코겐이 400g 정도 저장돼 있고, 탄수화물 1g당 4kcal의 에너지를 생산하므로 간에는 약 1600kcal 가량의 에너지가 저장된 셈이다. 대개 가벼운 활동을 하는 성인이 하루 동안 필요한 에너지는 남자가 2200kcal, 여자가 1800kcal다. 따라서 만약 하루 동안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으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거의 소진된다.
한편 우리 몸은 하루에 40g 이하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근육 단백질을 분해시켜 포도당으로 만들어 에너지로 사용한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에도 탄수화물을 최소 40g은 섭취해야 근육 단백질이 손실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영화 후반, 준이는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중국 국경을 지나 몽고로 간다. 그러나 중국 국경수비대를 만나 계획은 틀어지고 준이는 홀로 고비 사막을 횡단해야 한다. 어린 소년이 낮에는 찌는 무더위, 밤에는 싸늘한 찬 공기에 휩싸이는 사막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보통 심장에서 나오는 피는 동맥을 통해 말단 조직까지 동맥혈을 전달한다. 더울 때 손이나 발을 찬물에 넣으면 시원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표면적이 넓은 손과 발이 몸의 열을 발산하는 라디에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손과 발의 동맥을 확장시키는 셈이다. 반대로 추울 때 손끝이나 발끝이 동상에 걸리기 쉬운 이유는 몸의 열손실을 막기 위해 손과 발의 동맥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추울 때 턱관절이나 몸 근육이 오들오들 떨리는 현상도 우리 몸이 근육을 수축시켜 체온을 올리려는 정상적인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