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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신비에 다가가는 초대형망원경

지름 25m 거대마젤란망원경 건설에 참여하자

거울의 지름이 큰 천체망원경일수록 더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현재 거울의 지름이 8m 이상인 천체망원경 15대가 세계 각지에 설치돼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와이에 설치된 케크망원경은 10m 망원경 두 대를 마치 쌍안경처럼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의 끝을 보려는 인류의 원초적 호기심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세계 천문학자들은 이제 지름이 20m가 넘는 초대형망원경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초대형망원경 GMT의 상상도. 지름 8.4m인 반사경 7개를 조합해 지름 25m인 주경을 만든다.


구경 25m, 30m, 그리고 42m까지

초대형망원경(ELT, Extremely Large Telescope) 건설은 예산 규모나 운영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한 나라가 감당할 수 없어 국제적 협력이 필수다. 망원경 건설을 단독으로 추진하다가 지체돼 후발주자가 되면 먼저 건설된 망원경에 주요한 연구 성과를 빼앗겨 투자한 돈에 비해 얻는 성과가 형편없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ELT로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 Giant Magellan Telescope), 30m망원경(TMT, Thirty Meter Telescope), 유럽초대형망원경(EELT, European ELT)이 있다.

현재 미국이 주도해 가장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ELT가 바로 GMT다. GMT는 작년에 개념설계를 끝냈고 2018년에 완공 예정이다. 지름 8.4m짜리 반사경 7장을 조합해 지름 25m 주경을 만들고, 거대한 주경에는 중력과 바람의 영향을 받아 반사경 표면이 휘어지는 현상을 시시각각으로 조정하는 능동광학을 적용한다. 부경에는 레이저를 관측 지점에 발사해 인공별을 만든 뒤 깜빡거림을 관찰하면서 대기층의 요동을 보정하는 적응광학을 동원한다.

GMT는 칠레 북부 안데스산맥에 있는 라스 캄파나스 천체관측단지에 세워질 예정이다. 이곳은 천체관측 가능 일수가 1년 중 80% 이상이고 그 중 완벽한 날씨조건을 갖춘 날도 65%에 이른다. 미국 카네기와 스미소니언 같은 세계 굴지의 과학재단과 하버드, MIT 같은 명문대가 주축이 돼 추진 중이고, 오스트레일리아가 10%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TMT는 올해까지 예비설계를 마칠 예정이다. 지름 1.4m짜리 육각거울 492장을 벌집처럼 조합해 지름 30m 주반사경을 만들 계획이지만 설치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참여기관은 무어 재단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캐나다의 대학들이다. TMT 건설사업은 2001년 미국의 국가연구평의회(NRC)에서 ‘새 천년의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이란 보고서를 제출해 시작됐다.

유럽이 주도하는 망원경인 EELT는 아직 설치 장소가 미정이고 지름 42m로 추진되고 있다. 처음에는 야심차게 지름 100m 조합거울로 추진됐으나 타당성 연구 결과 230억 달러(약 23조 원)라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자 42m로 축소했다.
 

유럽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망원경 EELT 상상도. 지름이 42m에 이른다.


제주도 크기라면 종이 두께보다 작은 오차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은 왜 이런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초대형망원경을 만들려고 할까.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데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똑같은 행성을 찾는 일, 우리 태양보다 수백억 배나 무거운 블랙홀을 발견하는 일, 수수께끼 같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규명하는 일, 우주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일 등이 초대형망원경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보현산천문대의 구경 1.8m 망원경은 이미 세계 50등 밖으로 밀려났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동부는 계절풍 지대로 천문학 입장에서는 최악의 기후지대에 속하기 때문에 더 이상 큰 망원경을 세우기는 어렵다. 사막이나 고원 지역이야말로 천체관측에는 최적지다. 일본도 본토에는 1.8m 망원경까지만 배치했고 하와이에 8.2m 망원경을 건설해 천문대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 천문학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호주처럼 GMT에 10% 지분으로 참여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경우 앞으로 약 10년간 총 1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단순히 재정적으로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부경 제작, 적응광학 기술개발, 적외선 관측장비 제작 등에 참여할 계획도 포함돼 있어 우리로서는 최첨단 초정밀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은 예를 들어 LCD 패널의 기초재료인 평면유리 틀을 제작하는 데도 이용된다. 왜냐하면 주경이 제주도 크기라고 가정할 경우 표면의 정밀도 오차는 종이 한 장의 두께보다 작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보이지 않는 남반구의 하늘을 연구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우리 은하의 중심부분이 천구의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천문학 연구에서는 천구의 남반구가 북반구보다 비중이 더 크다.

우리나라가 GMT에 참여하면 기대효과는 매우 크다. 최첨단 초정밀 기술을 습득해 광기계산업과 관련 국방산업에 파급효과가 클 것이고, 부경 제작에 참여하면 1m급 망원경 자체 제작 기술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응광학은 인공위성의 모습을 촬영하는 국방기술에는 물론 빠르게 움직이는 눈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게 보정해주는 의료기술에도 쓰이고 있다. 기술 이전이 불가능한 국방기술도 천문학 연구를 매개로 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습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인류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고취되고 국가의 위상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아울러 이공계 기피현상을 바로잡고 해외 우수과학자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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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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