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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서 탄소나노튜브 실험한다

다중물리시스템연구실

강철보다 100배 이상 강도가 뛰어나고 구리보다 1000배나 전기를 잘 흐르게 해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 1991년 일본의 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우연히 지름 수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의 대롱형태 튜브를 발견한 뒤 탄소나노튜브는 현재 분야를 넘나들며 나노기술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임세영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와 다중물리시스템연구실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결함 부위에선 양자역학적 효과 고려해

그런데 탄소나노튜브가 이런 ‘팔방미인’이 되기까지 과학자들은 꽤나 골머리를 앓았다. 크기가 너무 작아 탄소나노튜브로 직접 실험하기 어렵기 때문. 가령 탄소나노튜브에 다른 재료를 섞어 강도가 뛰어난 복합소재를 만들고 싶은데, 이를 위해서는 탄소나노튜브가 힘을 받을 때 어떻게 변형되는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임세영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탄소나노튜브의 물성을 예측하면 된다”고 말한다.

항공기 개발 업체인 미국의 보잉은 비행기를 개발할 때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뒤 실제 제작에 들어간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충돌실험의 대부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신한 지 오래다. 덕분에 충돌실험에 쓸 더미와 자동차 수십 대를 제작할 시간을 절약하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탄소나노튜브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데 탄소나노튜브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탄소나노튜브 같은 나노크기 소재의 경우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원자 움직임을 일일이 계산하기에는 원자 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1996년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은 대표적인 원자 몇 개의 운동을 계산해 나노소재 전체 움직임을 예측하는 준연속체(Quasicontinuum, QC) 방법을 개발했다.

하지만 탄소나노튜브에 준연속체 방법을 적용하는 데도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탄소나노튜브가 원통 모양이라 표면이 평평하지 않다는 것. 게다가 이론적으로는 탄소 6개가 벌집처럼 정육면체로 연결돼 있지만 실제로는 정육면체의 연결고리가 하나 떨어지거나(오면체) 하나 더 붙어(칠면체) 결함이 있는 탄소나노튜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약 이런 ‘불량’ 탄소나노튜브를 다른 재료와 섞어 복합소재를 만든다면 이론적으로 예측한 값보다 강도가 약하거나 전기전도도가 떨어지는 불량품이 나올 수 있다.

임 교수가 이끄는 다중물리시스템연구실은 2006년 이런 탄소나노튜브의 물성을 예측하는 계산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결함이 있는 부위에서는 원자 수준까지 탄소나노튜브의 움직임이 사실적으로 시뮬레이션된다.

지난해에는 한국화학연구원 장현주 박사팀과 함께 양자역학적인 효과를 고려한 다중스케일 계산법을 개발했다. 결함이 없거나 무시할 수 있는 부위에서는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탄소나노튜브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결함이 있는 부위에서는 양자역학적인 효과를 고려해 계산한다는 것. 임 교수는 “결함이 있는 부위에서는 변형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계산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실 이름에 ‘다중’(멀티)이란 단어가 들어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임 교수도 ‘멀티’플레이어형 학자다. 그의 전공은 고체역학이지만 통계역학과 분자동역학을 독학해 6년 전 나노연구에 뛰어들었다. 자동차나 조선, 비행기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계공학과에서 다소 낯선 분야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초 연구가 궁극적으로는 현장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탄소나노튜브를 실리콘 반도체를 대신할 전자소재로, LCD용 백라이트 소재로, 자동차와 항공기용 외장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임 교수의 목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과 계산법을 업그레이드해 이렇게 사용되는 탄소나노튜브 같은 다양한 나노소재를 미리 ‘디자인’한다는 것. 도전을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완벽한 탄소나노튜브’를 만날 날이 머지않았음이 느껴진다.
 

임 교수팀이 개발한 계산법(준연속체 방법)을 이용해 탄소나노튜브의 비틀림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이루는 원자 개수는 약 67만 개, 지름과 길이는 각각 11nm, 63n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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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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