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건강 자가진단법
① 거울 앞에 똑바로 서면 양쪽 어깨와 양쪽 손끝의 높이가 다르다.
② 증명사진을 찍을 때 고개가 자꾸 한쪽으로 치우친다.
③ 치마가 한쪽 방향으로만 돌아간다.
④ 바지를 입으면 한쪽은 발끝에 밟히지만, 다른 한쪽은 복사뼈까지 껑충 올라간다.
⑤ 신발은 한쪽 굽만 유난히 빨리 닳는다.
⑥ 걷거나 뛸 때 오리처럼 뒤뚱댄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위의 여섯 항목 중 세 가지 이상 체크한 사람은 척추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즉시 허리를 앞으로 90° 굽힌 채 등 한가운데 30cm 자를 척추와 수직 방향으로 올려놓자. 만약 자가 균형을 못 잡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당신의 척추는 휜 상태다.
중·고등학생과 사무직 회사원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책상에 앉아서 보낸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앉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등 잘못된 자세를 반복하면 요통이 생기고 디스크가 망가질 수 있다. 이것이 요통과 방사통(통증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마치 빛줄기처럼 온몸으로 퍼지는 현상)의 주된 원인이고 심하면 척추수술을 받아야 한다.
척추수술로 유명한 우리들병원은 2006년 한 해 동안 척추관련 수술만 6100번 이상 시행했다.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서승우 교수는 “2007년 서울소재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척추가 휘는 질병인 척추측만증을 조사한 결과 1년 사이 청소년 환자가 5%나 증가했다”며 “척추가 많이 휘어 보조기를 차거나 수술을 받아야 할 학생이 고등학교 한 학급(40명 기준)당 최소한 한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현대인의 척추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더 늦기 전에 척추와 허리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척추 건강과 관련된 질문을 해결하며 척추를 바로 세워보자.
1. 척추측만증,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많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인대와 근육 유연하게 만들어
척추가 S자나 C자로 휘는 질병인 척추측만증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더 흔하다. 서 교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학생이 척추측만증일 확률은 남학생의 5배에 이른다. 사춘기 여학생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이 인대와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어 척추뼈가 쉽게 휜다. 특히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초경 전·후 1~2년 동안 척추가 가장 많이 휜다.
척추측만증에 걸리면 척추 성장판 5개가 모두 닫힐 때까지 척추가 휘는 증상이 진행된다. 성장판이 모두 닫히면 더 이상 휘지는 않지만 그 상태로 평생을 살아야한다. 서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평소에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2. 척추측만증도 치료가 가능한가?
40° 이하인 경우 근육운동과 보호구 착용으로 상태 호전돼
인제대 상계 백병원 척추센터에 다니는 여고생 박 양은 척추가 60° 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겉으로 봐도 그의 등은 구부정하고 일반인에 비해 상체가 짧다. 그는 “팔다리 쭉 펴고 천장을 바라보며 잠 자는 것이 소원이었다”며 “그 동안 숨이 차서 10분도 눕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양은 6개월 전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은 뒤 드디어 바로 누울 수 있었다. 박 양처럼 척추가 40° 이상 휘었다면 수술을 받아 척추를 곧게 펴줘야 한다. 휜 척추가 폐와 내장을 눌러 숨이 차고 소화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 사이의 디스크가 눌려 퇴행성 관절질환이 올 수도 있다.
척추의 휜 정도가 10~20° 사이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척추가 20~40° 정도 휜 환자는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상체에 꼭 들어맞는 플라스틱 보조기를 하루 12시간 이상 착용해야 한다. 보조기는 척추를 곧게 세워 척추가 휘는 속도를 늦춰준다. 인제대 상계 백병원 석세일 교수는 “남녀 모두 20대 초반에 성장판이 모두 닫힌다”며 “척추측만증 환자는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호구를 찰 때는 등 근육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보호구를 차기 시작하면 몸을 세우는 데 필요한 허리근육이 퇴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 교수는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근육 운동만 하면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척추 바로 세우는 허리 근육 운동
척추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은 근육에서 나온다. 생선도 살아있을 땐 등뼈가 곧은 모양이지만 살을 다 발라내고 나면 등뼈가 흐물흐물해지듯이 인간의 척추도 근육이 없으면 흐물흐물해진다. 이는 곧 근육이 강할수록 척추의 지지기능도 향상된다는 뜻이다. 하루에 15번씩 허리근육 운동을 꾸준히 따라하면 척추건강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1. 차렷 자세에서 다리를 약간 벌리고 양손을 허리에 얹는다. 손으로 양쪽 골반을 밀면서 상체를 5초 동안 위로 끌어올린 뒤 숨을 내쉬면서 상체를 내린다.
2. 차렷 자세에서 가슴에 양손을 대고 숨을 마시면서 5초 동안 누른 뒤 뗀다.
3. 편안히 누워 허리를 바닥에 꾹 누른 뒤 5초간 정지한다.
4. 무릎을 세우고 양손을 머리 뒤에 대고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
5. 편안히 누워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하체를 상체 뒤로 넘긴다. 무릎을 펴고 발 끝이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을 구부린다.
6. 엎드려 누워서 손으로 양 발목을 잡은 뒤 활 자세를 취한다.
7. 엎드려 누워서 팔을 직각으로 구부린다. 무릎을 붙인 채로 배를 중심으로 가슴과 하체를 천천히 든다.
3. 척추에 좋은 자세, 나쁜 자세 따로 있나?
곧바로 눕거나 선 자세는 좋으나 무거운 물건 들기는 피해야
자세에 따라 허리가 받는 부담감은 천차만별이다. 똑바로 섰을 때 허리가 받는 부담이 100%라면 상체를 앞으로 30° 숙였을 때는 부담이 200%로 증가한다. 의자에 반듯이 앉아있을 때도 상체를 숙이면 디스크가 받는 압력이 약 50% 증가한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뒤 물건을 들면 바로 섰을 때보다 부담이 4배 이상 증가한다. 척추는 앉든 서든 반듯한 자세보다는 구부린 자세가 ‘독’인 셈이다.
평소 바르게 서고 바르게 앉는 습관을 들여야 척추를 보호할 수 있다. 공부하려고 머리를 수그린 채 오랜 시간 앉는 사람은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넣고 허리를 꼿꼿이 세워야 한다. 귀, 어깨, 몸통, 골반 중심이 일직선을 이뤄야 허리에 부담이 적다.
또한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비스듬히 서는 습관이 있다면 귀의 중심, 어깨 옆선, 고관절선, 복사뼈 안쪽이 일직선이 되도록 허리를 세우고 양쪽 발에 체중을 똑같이 분산시켜 바로 서야 한다. 신발도 허리건강에 영향을 준다. 특히 하이힐을 신으면 상체가 곧아지는 느낌이 들지만 하이힐을 오랫동안 신으면 척추후관절에 하중이 무겁게 걸려 허리에 ‘독’이 된다. 또한 높고 딱딱한 구두는 걸을 때 뒷꿈치 충격을 그대로 척추에 전달해 척추건강에 나쁘다.
4. 허리에 좋은 의자 따로 있나?
밑판과 등받이는 120°, 허리 받쳐줘야
버스 좌석, 교실 안 의자, 학원 의자, 거실 소파, 카페 의자. 일반적으로 하루에 앉을만한 의자의 종류다. 현대인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의자에 앉아 생활한다. 의자에 앉으면 서 있을 때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20% 줄어 효율적이다. 디스크를 누르는 압력도 절반으로 준다. 그러나 의자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 골반과 척추 역학을 연구하고 있는 KAIST 기계공학과 윤용산 교수는 “의자를 잘못 사용해 디스크 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며 “의자만 잘 써도 허리건강은 이상 무”라고 설명했다.
어떤 의자가 허리건강에 좋을까. 미국 코넬대 알란 헤지 교수는 2007년 좋은 의자의 요건을 제시했다. 의자는 밑판과 등받이가 120°를 이루고 허리를 받쳐주는 지지대가 있어야 한다. 120°는 반듯이 섰을 때 골반과 척추의 각도인데 앉았을 때도 이 각도를 유지해주면 척추 부담이 적다. 너무 푹신한 의자는 허리건강에 좋지 않다. 푹신한 의자에 앉으면 상체의 무게가 엉덩이가 아니라 허벅지에 실린다. 자연스레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므로 디스크가 받는 부담이 커진다.
5. 살이 찌면 척추가 받는 부담도 커지나요?
‘똥배’가 척추를 휘게 만든다
뱃살이 늘면 허리가 아파온다. ‘인덕’이라며 복어처럼 배가 부른 중년의 아저씨들과 소아비만으로 배가 나온 어린이들은 배의 무게 때문에 상체가 자꾸 앞쪽으로 굽는다. 이는 허리를 앞으로 숙인 것과 같은 효과다. 즉 배가 나올수록 허리에 만곡현상이 심해지고, 무게중심이 허리로 쏠린다. 그 결과 디스크와 관절에 무리를 줘 허리도 아프고 척추 변형도 쉽다.
그렇다면 뱃속 태아 때문에 배가 나온 임산부의 척추도 위험할까. 신기하게도 임산부는 척추 하단(요추 부분)이 유연해 배가 나와도 허리가 곧게 선다. 이 연구결과는 2007년 11월 13일 ‘네이처’에 실렸다. 연구를 이끈 리자 사피로 교수는 “남성은 몸을 젖힐 때 오목하게 휜 척추 하단부의 요추골이 2개 늘어나지만 여성의 척추 하단부에서는 요추골이 3개 늘어난다”며 “여성의 요추골이 남성의 요추골보다 움직이는 각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종족의 번영을 위해 임신부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적응 메커니즘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