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과 무게중심이 다른 만삭의 임신부는 뛸 때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최근 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임신부 척추의 비밀이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대 리자 사피로 교수팀은 임신부의 배가 무거워지며 무게중심이 낮아져도 넘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성의 척추 구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11월 13일자에 실었다. 연구팀은 20~40세의 임신한 여성 19명을 대상으로 임신 초기부터 출산 후까지 척추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임신부의 척추가 남성의 척추보다 유연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척추 하단부, 특히 배 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서 척추 뼈(추골)가 움직이는 개수와 각도에 따라 척추의 유연성이 결정된다. 사피로 교수는 “남성은 몸을 젖힐 때 오목하게 휜 척추 하단부의 추골이 2개 늘어나지만 여성의 척추 하단부에서는 추골이 3개 늘어난다”며 “여성의 추골이 남성의 추골보다 움직이는 각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척추 유연성이 남성보다 크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체중을 견디기 위해 척추 모양이 S자로 진화했다고 추측한다. 네발로 걷는 침팬지의 척추는 일자 모양이다. 그러나 인류의 척추는 S자 모양으로, 임신부는 균형을 잡기 위해 척추가 더 유연하도록 진화했다.
사피로 교수는 “초기 인류의 여성이 임신한 채로 수렵이나 채집을 하고 포식자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척추가 유연한 S자로 변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피로를 줄여주고 무게중심도 쉽게 잡아주는 척추를 가진 여성이 자연 선택돼 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