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더걸스한테 문자 받았어!”
한 남학생이 휴대전화 메시지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연예인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받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바로 양방향메시징서비스(Mobile Originated, MO) 덕분이다.
디지털콘텐츠 서비스업체인 다날은 지난 6월 ‘유에프오타운’(www.ufotown.com)을 오픈하고 MO 기술을 활용한 팬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원더걸스의 MO 번호인 #7000-1234로 문자를 보내면 원더걸스 멤버들은 무선통신이 가능한 휴대용 컴퓨터(UMPC)로 언제 어디서나 팬들의 문자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낼 수 있다.
SMS, MMS가 MO를 만났다
휴대전화 문자로 한글 40음절까지 전송할 수 있는 SMS(Short Message Service)는 이미 대중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1000자 이상의 문자와 사진, 동영상, 음악까지 보낼 수 있는 MMS(Multimedia Messaging Service)의 이용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SMS와 MMS는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메시징서비스 전문업체를 통하면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 상의 모든 웹사이트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징서비스 전문업체로는 인포뱅크, 아레오네트웍스, SK네트웍스, 삼성네트웍스 등이 있다. SMS, MMS 기술에서 휴대전화 사용자가 수신하는 메시지를 MT(Mobile Terminated)라고 부르고 반대로 휴대전화에서 발송하는 메시지를 MO라고 한다.
SMS MT의 경우 카드결제가 승인됐거나 모바일 결제가 이뤄졌음을 통보하는 서비스와 기업의 마케팅, 고객관리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SMS MO는 개인이 휴대전화로 보낸 메시지를 웹사이트나 이메일로 전달해주는 서비스를 뜻하며 인포뱅크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다.
SMS MO의 원리를 개인 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과 비교해보자. 개인끼리의 문자메시지는 휴대전화 번호를 주소로 하는 무선망을 통해 전달된다. 인터넷 상에서 컴퓨터는 고유의 IP(Internet Protocol)주소를 이용해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는다. 휴대전화 번호를 주소로 하는 무선망과 IP주소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 사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일단 IP주소를 가상의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야 한다. 또 이 번호를 휴대전화의 무선망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상의 휴대전화 번호를 MO 번호라고 하며 전화번호와 비슷한 013-XXX-XXXX, 2000-XXX, #1234 형식의 번호를 주로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MO가 활발히 적용되는 분야는 방송이다. 전화를 주로 사용하던 ARS(automatic response system)는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방송에 참여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또한 시청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중 휴대전화 의존도가 높은 젊은 세대인 ‘엄지족’이 등장하며 문자메시지가 대중화됐고, MO는 시청자가 가장 간편하게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4월 세계적 경영컨설팅사인 맥킨지는 “방송 MO는 시청자의 참여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시청률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청률은 방송국의 주된 수입인 광고수익과 직결되므로 각 방송국은 MO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문자’ 투표로 스타 발굴한다
방송 MO는 2001년 유럽에서 급속히 성장했고 빠르게 전세계로 확산됐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 MO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국내에도 방영 중인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다. 시청자의 투표로 스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으로 2007년 상반기에만 6천만 건이 넘는 시청자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치솟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방송 MO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식의 MO가 방송프로그램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설문투표형은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수많은 시청자가 짧은 시간 동안 문자메시지로 설문 또는 투표에 참여한 결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채팅형의 경우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여러 사람이 보낸 메시지를 보면서 직접 대화를 나눈다.
퀴즈쇼형의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문제를 출제하면 시청자들이 메시지로 퀴즈에 응모하고, 정답을 맞히면 상금을 받는다. 시청자가 아예 가상의 3차원 스튜디오에 가상의 캐릭터로 출연해 실제 스튜디오의 진행자와 함께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도 있다. 게임형의 경우 순서를 정해 진행하는 골프게임부터 아케이드게임까지 다양한 형식이 있다.
모바일콘텐츠 연동형은 화면 아래로 스타 사진, 벨소리, 컬러링, 모바일게임 소개 자막과 함께 각각의 콘텐츠와 연결된 MO 번호를 보여준다. 그 번호로 메시지를 보내면 해당 콘텐츠가 휴대전화로 다운로드된다. 방송을 새로운 모바일 콘텐츠를 유통하는 경로로 활용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MT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하는 동안 MO는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 마케팅의 부족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특히 방송 MO의 경우 방송심의규정에 어긋난 통신언어를 사용하거나 간접광고로 이용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요금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방송위원회의 규제를 받았다.
2004년 MO는 라디오와 싸이월드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청취자 사연을 엽서와 인터넷으로 받는 대신 쉽고 간편한 메시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싸이월드는 MO기술로 문자, 사진, 동영상을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바로 등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특히 2006년 SK텔레콤 가입자의 문자메시지 전송방향을 추적한 결과 MMS MO의 총건수인 135만건 중 약 98%가 싸이월드로 전송한 메시지였다.
2007년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붐으로 판도라 TV를 포함한 UCC 사이트 대부분이 MO로 문자와 사진, 동영상을 해당사이트에 바로 올릴 수 있게 했다. 방송국이나 정부의 각 기관은 SMS와 MMS MO를 이용해 제보나 민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속속 도입했다. 디지털 조선일보는 기사 뒤에 MO 번호를 따로 표시해 독자가 기사에 대한 댓글을 문자메시지로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자체 심의를 거친 댓글이 인터넷사이트에 표시되는데, 기사를 본 독자의 반응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문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국에서도 MO를 통한 양방향방송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근 KBS는 ‘아침마당’ ‘사미인곡’ 같은 프로그램에 시청자의 의견을 메시지로 받아 활용하고 있다. 특히 ‘특명 공개수배’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범인제보를 문자나 영상메시지로 받으면서 검거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케이블 음악방송인 MTV는 실시간 MO 투표로 많은 표를 얻은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마음이 통하고 생각을 나누는 ‘엄지손가락’
다른 분야의 MO도 방송 MO의 성장에 힘입어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위치정보서비스와 연동된 지역별 여론 조사와 투표도 MO를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디지털 TV와 IPTV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TV와 휴대전화간의 메시지 송수신도 늘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번호가 010-1234-5678인 사용자의 디지털 TV 셋톱박스(디지털방송 수신장치)로 메시지를 보내려면 #88 뒤에 0을 뺀 나머지 전화번호를 붙여 #8810-1234-5678로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이 내용은 사용자의 TV화면에 표시되고 리모컨을 이용해 답장을 보낼 수도 있다.
TV를 통한 채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MO 번호를 사용하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시키지 않고도 문자 채팅을 즐길 수 있다. MO는 현재 가속되는 방송통신 융합의 접점에 자리잡고 있다. TV로 대표되는 방송,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통신 사이에 활발한 소통의 물꼬를 튼 셈이다.
MO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연동될 수 있고 기업의 고객관리, 모바일 설문이나 투표, 심지어 선거운동이나 학생을 관리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기업의 고객센터에 문의할 때도 통화 중이어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도 덜 전망이다. MO를 이용해 문자로 질문하면 상담원이 전화를 걸어 신속하게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한 대선후보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유권자가 보낸 응원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MO를 시작했다. 유권자는 자신의 의견을 후보에게 전달할 수 있고 답장도 받을 수 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MO가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한몫 하고 있는 셈이다. MO의 핵심은 다수의 개인과 손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엄지손가락이 바삐 움직일 때마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
MO(양방향메시징서비스)란?
개인이 휴대전화로 보낸 문자메시지나 사진, 동영상, 음악파일을 웹사이트나 이메일로 전달해주는 서비스. 휴대전화 번호를 주소로 하는 무선망과 IP주소를 기반으로 하는 웹사이트 사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 IP주소를 가상의 휴대전화 번호로 바꾸고, 이 번호를 휴대전화의 무선망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의존도가 높은 ‘엄지족’이 등장하며 방송이나 설문, 투표, 기업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