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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체온계의 절반 정도가 엉터리!” 2006년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내놓은 조사 결과다. 당시 적발된 제품의 오차는 최대 3.5℃에 이르렀다. 온도계가 측정한 체온이 실제 체온과 0.3℃ 이내로 차이가 나야 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규정에 비하면 이는 엄청난 오차다. 체온계 제조사가 제조 원가를 낮추려고 온도 표준을 맞추는데 소홀했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만약 부모가 체온이 3.5℃ 정도 낮게 측정되는 체온계로 열이 나는 아기의 체온을 측정했다고 하자. 부모는 열이 안 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조치를 안 하면 아기가 고열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기반표준부 온도광도그룹 김용규 박사는 “온도표준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료현장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체온계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가정 의료기기 정확도에 대한 관리 감독은 부실한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용규 박사가 물의 삼중점을 측정하는 유리용기를 들고 있다. 물의 삼중점은 온도 표준의 기준으로 쓰인다.


물의 삼중점을 기준으로 정렬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온도계는 유리막대 안에 수은이 들어있는 수은 온도계다. 온도가 오르면 수은이 팽창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그렇다면 수은이 가리킨 온도계 눈금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표준연은 온도계의 눈금을 정확하게 표시하는데 필요한 기준을 연구해 온도표준을 세우고 있다.

온도표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보통 물의 삼중점을 온도계 눈금의 기준(고정점)으로 삼는다. 물의 삼중점은 물, 얼음, 수증기가 동시에 공존하는 상태다. 공기방울이 없는 고순도 물을 유리용기에 담아 온도를 내리면 용기 내부에 얼음이 일부분 생기는 순간이 온다.

이때가 물이 삼중점에 도달한 순간이다. 이때의 온도가 273.16K(절대온도, K=섭씨온도(℃)+273.15) 즉 0.01℃다. 물의 삼중점은 압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온도의 기준으로 삼기 좋다.

온도계의 ‘눈금’을 정할 때는 온도에 따라 물 이외에도 다양한 물질을 사용한다. 0.01℃ 이하에서는 수소(-259.3467℃)와 같은 기체의 삼중점을 기준으로 정하고,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은(961.78℃) 같은 순금속의 어는점을 기준으로 한다. 눈금 하나하나가 물질의 삼중점이나 녹는점으로 정의돼 있다.

표준연은 최고 10만분의 1℃ 까지 측정할 수 있어 국내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진 표준백금저항온도계를 기준으로 삼는다. 표준온도계와 일반 온도계의 측정값을 비교한 뒤 오차가 얼마나 나는지 제조업체나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표준백금저항온도계는 온도에 따라 백금의 저항이 변하는 성질을 이용해 온도를 측정한다.

김 박사는 현재 기존의 고정점(온도 기준)이 안정한지를 점검하고 새로운 물질의 특정온도로 고정점을 삼을 수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 또 온도표준의 오차(불확도)를 1μK(마이크로켈빈, 1μK=${10}^{-6}$K)까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1℃ 차이라도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생명을 지키는 건강한 온도를 찾기 위한 김 박사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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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목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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