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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는 과학적 방법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안다. 그 종잡을 수 없는 동물이 얼마나 사람 애를 태우는지. 우아한 태도로 우리를 매혹시키는가 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속을 썩이기도 한다. 고양이는 가장 길들이기 어려운 동물인 동시에 가장 사랑받는 애완동물이다. 스티븐 부디안스키의 ‘고양이에 대하여’는 이런 고양이의 신비를 생물학과 동물심리학을 통해 파헤쳤다.

어째서 고양이는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의 무릎 위로 올라가는 걸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양이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위협을 가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반면 고양이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 사람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대로 간주된다. 이는 고양이의 몸짓 의사소통 체계가 인간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면 째려보지 말자.

저자는 우리가 잘 몰랐던 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조목조목 풀어준다. 먼저 고양이는 방향치다. 위치감각이 부족해 늘 먹던 밥그릇도 치워버리면 쉽게 찾지 못한다. 시력은 사람의 1/4에 불과하고, 적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후각도 뛰어난 편은 못 되지만 청력은 좋다. 저자는 고양이의 이런 특징이 야행성 동물이라는 점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어두운 데서 물체를 보기 위해 색을 인식하는 원추세포 대신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세포가 진화한 것이다.

고양이는 민감한 동물이다. 불안을 일으키는 사건을 다른 것과 쉽게 연관해 기억하고 절대 잊지 않는다. 그리고 처벌을 통해 학습하지 못한다. 따라서 잘못을 저지른 고양이에게 소리를 질러봤자 바로 달아나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고양이는 너무 오래 쓰다듬어 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공간이 침범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계속 쓰다듬는 손을 물어버리는 건 이미 경고를 보낸 다음이라는 걸 기억하자.

집안 가구에 긁힌 자국이 나는 것은 고양이의 영역본능 때문이다. 소파나 가구의 옆면처럼 눈에 띄는 수직의 물체는 고양이의 영역표시 대상이다. 그러니 고양이를 혼내지 말고(혼내봤자 도망간다) 아직 새끼일 때 발톱 자국을 낼 수 있는 장난감 기둥을 마련해 주자.

이 책은 고양이의 습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 행동을 고치는 방법도 함께 알려준다. 새벽 5시에 식구들을 깨워 놀자고 하는 고양이를 쫓아버리려고 하면 즐거운 놀이를 상으로 주는 셈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고양이를 혼자 놔두는 것. 고양이가 거실 벽에 오줌을 뿌리고 다니는 이유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직접 고양이를 키우는 저자가 경험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과학적 정보 사이에 녹아들어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유머 가득한 문체도 고양이의 복잡다단한 특성을 쉽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고양이데 대하여^스티븐 부디안스키 지음 | 이상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256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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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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