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평균 과학자
고등학교 때 흠이와 호기심을 쫓아 이공계 진학을 결정했으며, 자신의 전공과 직업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이공계 진학 당시 교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좋은 연구성과를 거둘 때 큰 보람을 느끼며, 대학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한국의 과학기술인 10명 중 7명은 다시 태어나도 이공계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해 이공계 진학에 크게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의 ‘이공계 위기’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인들이 이공계의 장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선배 과학도들은 대학 진학을 앞둔 청소년에게 앞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로 생명과학을 추천했으며, 학교 이름보다는 학과의 유망성에 초점을 맞춰줄 것을 당부했다.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로는 아인슈타인, 현존 한국과학자로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를 들어 황우석 신드롬이 과학기술계에도 몰아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과학책으로 외국도서로는 코스모스, 한국도서로는 과학동아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10명 중 8명 적성·직업 만족
이공계 전공과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 전공과 직업에 모두 만족하는 경우가 80.8%로 가장 많았다. 전공에는 만족하지만 직업에는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11.8%였으며, 반대로 직업에는 만족하지만 전공에는 불만인 경우가 2.2%였다. 대체로 전공에 더 많은 만족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공과 직업 모두에 불만을 갖는 경우는 3.1%에 불과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3.7%)은 다시 태어나도 이공계를 선택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공계를 안갈 것이라는 응답은 12.2%, 절대 안가겠다는 응답은 4.8%에 불과했다. 이들은 주변에도 이공계 선택을 적극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이공계 적극 추천(30.3%)을 포함해 추천하겠다는 응답이 72%나 됐다. 반대는 5.7%, 적극 반대는 2.2%에 그쳤다.
이들이 현장에서 보람을 느낄 때는 역시 좋은 연구성과를 거뒀을 때였다. 응답자 76.3%가 이렇게 답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가 14.9%로 뒤를 이었고 소득이 증가했을 때와 사회적으로 유명해졌을 때는 5%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다수의 이공계 종사자들이 경제적 소득이나 사회적 평가보다는 연구와 후진 양성에 큰 비중을 뒀다.
흥미와 호기심이 전공 결정
이공계 전공을 선택한 이유로는 흥미와 호기심(48.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응답자 38.4%는 재능과 적성을 꼽았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공계 선택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청소년의 이공계 진학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흥미와 호기심을 돋궈주는 과학교육과 과학문화, 언론 활동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돈과 명예를 든 사람은 각각 3.1%, 0.4%에 불과했다.
이공계 전공을 선택할 때 많은 영향을 준 것은 교사였다. 응답자 중 31.4%가 교사의 영향으로 이공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과학 관련 서적이나 영화가 영향을 준 경우가 21.8%나 돼 부모(21%)보다 높았다. 언론은 4.8%였다. 기타 의견이 21.8%나 돼 다양한 요인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과학기술인 중 절반은 이공계 진로 선택을 고등학교 때 결정했다. 고등학교 때 전공을 결정했다고 답한 사람이 49.3%였으며 그 다음은 초등학교(25.3%), 중학교(24.5%)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교 이후는 0.4%에 그쳤다.
이공계 전공을 결심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 18.4%, 긍정적이 46.9%로 긍정적인 반응이 절반을 넘었다.
대학보다 학과 더 중요해
대학 진학을 결정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로 한국의 과학기술인은 학과의 유망성을 꼽은 사람이 41.4%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학교 인지도가 24.5%를 차지했으며, 졸업생의 취업률이라고 답한 사람도 21.4%나 됐다.
과학기술인이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이공계 분야는 생명과학이 21.3%로 가장 많아 21세기가 생명과학의 시대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지구·환경, 정보통신, 물리학 분야가 각각 15.1%, 13.3%, 12.9%로 뒤를 이었다. 이어 전기·전자(10.7%), 화학(9.8%), 수학(6.2%), 천문·우주(4.4%) 순이었다. 이공계 전공자에게 권하고 싶은 다른 전공으로는 절반 이상이 경영학을 꼽았다. 응답자의 51.3%가 경영학이 이공계 전공자에게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2위는 경제학으로 13.2%를 차지했다. 이는 현대 과학 연구에 경영 마인드가 필요할 뿐 아니라 이공계 전공자에게도 창업이나 기업 경영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11.8%), 법학(7.0%)이 뒤를 이었다.
이공계 전공자라고 해서 학문적인 지식을 많이 쌓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공계 전공자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책임감(30.1%)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 리더십(23.6%), 사회성(21.0%),인내심(14.0%), 도덕심(11.4%) 순이었다. 항목들 간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을 보아 모든 덕목이 골고루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답자들은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곳으로 대학교(59.3%)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응답자 28.3%는 정부연구소를 꼽았고, 일반 기업과 기업연구소를 선호한 응답자는 10% 정도였다. 설문에 응답한 과학자들의 60%는 현재 일하는 곳과 선호하는 곳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이공계 위기’에 대해 응답자의 75.3%가 이공계 위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공계가 위기에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이공계 종사자들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46.3%)를 꼽았다. 불투명한 장래(24.8%), 중·고등학생의 이공계 기피(17.9%)가 그 뒤를 잇는다. 응답자들은 직업선택과 대우에서 대부분 만족한다고 대답했지만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공계 현장에서도 남녀차별의 문제가 대두됐다. 이공계에서 남녀차별을 어느 정도 느끼는지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78.5%가 남녀차별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남녀 응답자 모두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과학자 중 황우석 가장 존경
국내 과학기술인들은 존경하는 과학자로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알버트 아인슈타인(43명)을 가장 많이 들었다. 올해가 상대성이론 100주년이었던 것도 ‘아인슈타인 몰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어 장영실(14명)이었으며 3위로 마리 퀴리(13명), 황우석 서울대 교수(13명)가 손꼽혔다. 살아 있는 한국인 과학자로는 황 교수가 가장 높아 황우석 신드롬이 과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에디슨, 아이작 뉴튼,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너스 폴링, 리처드 파인만, 찰스 다윈, 멘델, 패러데이, 닐스 보어, 안철수가 존경하는 과학자의 뒤를 이었다. 장영실, 황우석, 안철수를 제외하면 모두 외국 과학자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장춘, 정근모, 정약용, 이태규, 전무식, 김정흠, 박수문, 김두철, 세종대왕, 전광우, 채연석, 최기철, 최재천 등이 존경하는 한국과학자로 1~2표를 얻었다.
응답자들은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과학도서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9명)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8명),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7명)가 뒤를 이었다. 과학동아는 5명이 추천해 6위였으며 한국 과학책으로는 가장 순위가 높았다.
이는 창간 20주년을 앞둔 과학동아가 그동안 청소년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외국 우수 과학잡지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탁월한 대중성과 전문성을 갖춘 점을 국내 대표적인 과학기술자들이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학기술인들이 청소년에게 전하는 한 마디
1.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옵니다.
2. 미래는 과학이 바꿉니다.
3. 글로벌한 사람이 되세요.
4. 과학에만 매달리지 말고 철학과 예술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상상력을 키우세요.
5. 어린이 같은 질문이 가장 훌륭한 질문입니다.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6. 호기심을 따라 점점 들어가면 사회도 세상도 우주도 보이고, 우리의 삶도 알게 됩니다.
7. 먼저 도전하세요. 그러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8. 많은 사람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세요.
9. 처음은 쓰지만 종래에는 반드시 달게 될 학문이 바로 이공계 분야입니다.
10. 꿈이 없는 사람의 인생은 가치 없는 인생입니다.
11. 끝까지 한 우물을 파세요.
12. 호기심과 인내심을 키우세요.
13. 과학자는 지식을 바르게 사용해야 합니다.
14. 과학은 노력한 만큼 자신감이 생기는 학문입니다.
15. 의욕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실력을 갖춰야 정말 재미있는 과학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