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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거친숨소리

황홀하고 원초적인 자연의 모습

지구는 결코 멈춰 있지 않다. 살아 있는 지구는 거친 숨을 뿜어내며 요동을 친다. 때로는 명상을 하듯 고요함으로, 어느 생명체도 따라올 수 없는 화려함으로, 가슴을 얼어붙게 하는 오싹함으로 인간을 감동시킨다.

자연을 사랑하는 모험가들은 인간의 발길이 닿기 힘든 극한 환경을 찾아간다. 그들은 그곳에서 지구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느끼고, 탐욕의 본능을 버린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장엄하고 아름다운 지구는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생명의 숭고함을 불러온다.

영국 지질학자인 사이먼 맨체스터는 지구의 극한 지역을 “위험할 정도의 아름다움과 빛나는 고독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 자연의 어마어마함에 도취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싶다”고 그곳을 찾는 이유를 고백했다.

지구의 극한을 사랑한 11명의 모험가와 여행가들은 최근 자신이 찾은 비경을 모아 ‘지구의 생명을 보다’(원제 ‘Extreme Earth’, 휘슬러)라는 책을 펴냈다. 지구의 극한 지역을 지면에서 감상해 보자.
 

버섯바위^ 엄숙한 부위기에서 회의를 하는 것처럼 늘어선 바위들. 호주 서부 남붕 국립공원에는 화석화된 나무 그루터기인 '피너클스'가 많다.


원초적인 지구

물은 지구에 극단적인 두 얼굴을 만든다. 물이 풍부한 곳은 식물과 동물, 온갖 곤충으로 가득한 생명체의 천국이 된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땅은 황무지나 사막으로 바뀐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생명체는 약 40억년 계속된 생명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넓은 사하라 사막의 넓이는 미국과 맞먹는다. 사하라 사막 남쪽에 있는 모래 언덕 중 큰 것은 키가 150m를 넘는다. 모래 언덕은 노래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며 여행객을 유혹한다.

사하라 사막에 모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얕은 개울, 계절에 따라 생기는 웅덩이, 커다란 오아시스, 바위가 널려 있는 고지, 사막 가운데 갑자기 불쑥 솟아 있는 산이 존재한다. 사하라 사막에 있는 쿠시산은 높이가 3417m나 된다. 비는 수년 동안 내리지 않다가 때가 되면 한바탕 쏟아 붓는다.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비스티 황무지는 넓이가 1km2도 안되지만 가장 기괴한 황무지로 꼽힌다. 나바호 인디언 말로 ‘황무지’란 뜻의 비스티에는 희한한 퇴적암들이 널려 있다. 색깔도 갈색부터 분홍색, 짙은 붉은색까지 다양하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은 바위와 기형적으로 생긴 바위 기둥, 버섯 모양의 바위가 이곳을 장식한다.

7000만년전 비스티는 해변의 열대우림 지역이었다. 침엽수, 야자나무가 자라고 공룡과 작은 파충류, 포유류가 뛰놀았다. 그러나 로키 산맥이 북쪽과 동쪽에서 솟아오르면서 바다는 사라지고 식물과 동물은 사라졌다.

가장 큰 계곡인 미국 그랜드캐니언은 지구의 진화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장 오래된 지층의 나이는 17억년이나 되고, 퇴적암의 나이는 3억2000만년이나 된다. 바위에는 고대의 바다, 개울, 바람이 새겨져 있고 해면, 바다나리, 산호 등의 화석이 담겨 있다.
 

비스티 황무지^또다른 지구의 표지판처럼 보이는 비스티 황무지의 기괴한 바위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띠는 이곳도 고대에는 열대 우림이었다.


경이로운 지구

지구는 화려하다. 흙, 물, 공기, 불은 마술사처럼 다채로운 색깔과 모양의 지형을 지구에 아로새긴다. 지구는 45억년의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된, 어느 조각가도 만들지 못할 거대한 조각품이다.

볼리비아의 살라드 데 우유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평원이다. 웅장하고 하얀 소금평원에 도착한 방문객은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12월과 4월 사이의 우기에는 이곳이 물로 덮이는데 주위의 산맥이 그대로 비쳐 거대한 거울처럼 보인다. 살라르 데 우유니는 해발 3665m에 있다. 물은 지표면 아래 1m 이내에서 바로 흡수되고 대신 소금이 120m까지 쌓인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스리젠벨트 얼음동굴에 들어서면 지구에서 가장 깊고 추운 지역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 나 있는 구멍과 길은 모두 고대의 강이 흐르면서 만들어 놓은 곳이다. 길이가 42km나 된다. 입구 근처의 얼음 두께는 약 20m나 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얼음 기둥, 얼음 탑, 얼음 폭포 등이 환상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세계에는 온갖 최고의 수직 절벽들이 자태를 뽐낸다.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공원에 있는 엘 캐피탄 바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 바위로 높이가 1000m에 달한다. 노르웨이 서해안에도 높이 1100m에 달하는 편마암 수직절벽이 늘어서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다나우 토바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 분화구다. 7만년전 마지막으로 폭발한 이 화산 분화구(해발 901m)에 물이 고여 담청록색의 호수를 만들었다. 호수 가운데에 있는 싱가포르 만한 사모서섬은 푸른 절벽이 광활한 초목 지역을 에워싸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야생동물의 보고인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에서는 사자, 누, 가젤, 표범, 얼룩말, 하이에나, 코끼리, 치타, 무소, 기린 등 수백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초원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얼음동굴^물이 커다란 얼음 구멍을 만들어 통과할 때 아름다운 얼음 동굴이 탄생한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얼음동굴. 물 속의 광물이 섞여 들어간 얼음 층은 수세기 동안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만들어낸다.


요동치는 지구

지구는 시끄럽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일어난 해상 지진과 거대한 쓰나미는 지구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단번에 보여줬다. 지구가 조금만 움찔해도 인간은 두려움으로 몸서리를 친다. 자연의 무한한 힘 앞에 인간은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1976년 7월 28일 중국 텐진에서 일어난 진도 7.8의 지진은 20세기에 일어난 지진 중 가장 큰 피해를 기록했다. 당시 사망자가 65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눈을 과거로 돌리면 더 엄청난 지진도 있었다. 1556년 중국 쓰촨 지역에 일어난 대규모 지진으로 83만명이 죽었다. 당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암석을 파서 만든 동굴에 살았는데 지진이 나면서 동굴이 모두 무너졌다. 1201년 북부 이집트에서도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모두 110만명이 사망했다.

빙빙 돌며 으르렁대는 토네이도는 미국에서 가장 자주 일어난다. 토네이도는 미국에서 연간 800건 이상 일어나고 평균 80명이 사망한다. 폭이 200m에 달하는 토네이도는 시속 50km의 속도로 전진하지만 10km 이상 가는 경우는 드물다.

토네이도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진다. 가장 빠른 토네이도는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발생했는데 시속 508km였다. 가장 많은 피해는 1925년 발생한 토네이도가 낳았다. 약 3시간 30분에 걸쳐 시속 100km의 속도로 350km를 전진했다. 695명이 죽고 2027명이 다쳤다.

지구에서 가장 넓은 폭포인 남아메리카 이과수 폭포는 길이가 약 1320km나 된다.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에는 유량이 나이아가라 폭포의 2배나 돼 귀가 찢어지는 엄청난 소리를 낸다. 4km에 걸쳐 초승달 형태로 늘어서 있는 절벽은 275개의 크고 작은 폭포로 이뤄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과수 폭포는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뜻을 가진 협곡에 사는 강의 신이 분노를 터뜨릴 때 생겨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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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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