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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찌든 때까지 씻어낸다

환경복원공학 연구실

“우리 집에서는 지하수를 마십니다.” 환경복원을 연구하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양지원 교수의 말이다.

“그런데 근처에 세차장이 생기면서부터 물이 전처럼 깨끗하지 않아요.” 그의 말처럼 요즘 세상에 깨끗한 물을 마시기란 정말 힘든 모양이다. 지하수를 마시는 환경복원공학자라니, 그는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양 교수는 지하수와 토양오염을 복원하는 엔지니어 환경운동가다. 그는 연구뿐만 아니라 사회단체에 참여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데도 열정적이다. 연구실에 가득 들어찬 실험기구 사이를 지나며 그는 “국가 차원에서 환경 복원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수백m 깊이까지 파내려가도 깨끗한 지하수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유소 등에서 유출된 기름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파느라 생긴 관정이 전국 곳곳에 널려있어요. 기름이 스며든 토양을 거쳐 흘러나온 물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이죠. 땅 속에 스며든 이런 오염물을 제거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입니다.”

환경복원공학 연구실에는 양 교수를 비롯해 박사과정 5명, 석사과정 4명이 함께 실험에 푹 빠져 있다. 공기역학, 열수역학, 생물화공 등 다양한 전공분야를 거친 양 교수의 경력처럼, 2002년 국가지정연구실(NRL)로 선정된 이 연구실의 관심 대상도 토양, 지하수, 대기 등 육·해·공에 걸쳐 있다.
 

KAIST 환경복원공학연구실 학생들과 함께한 양지원 교수(윗줄 가운데).


땅이 깨끗해야 물도 깨끗해

심각하게 오염된 지하수를 복원하기 위해서 그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먼저 토양의 복원이다. 주유소뿐만 아니라 군부대 등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이 지하수를 더럽히는 주범의 하나기 때문이다. 그럼 토양복원을 위해 환경복원공학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대표적인 기술로 전기와 미생물을 이용한 ‘동전기 정화’는 기름에 오염된 토양의 복원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우선 기름오염물을 분해하는 특수한 미생물이 오염물을 토양에서 분리시킨다. 이어서 땅 속에 커다란 전극을 꽂으면 오염물이 전기장 안에서 이동한다. 이렇게 모인 오염물을 다시 미생물을 이용해 처리하면 오염물을 분해하는 한편 토양 세척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오염물을 제거하는 방법은 미생물을 이용하는 공정뿐만이 아니다. 바로 과산화수소(H2O2)를 이용하는 방법. 과산화수소에서 나오는 OH라디칼기는 강력한 산화력을 가지므로 기름오염물을 분해시키는데 뛰어나다. 이 점을 응용하면 매립지, 지하저장탱크 주변과 같은 오염토양을 보다 빠르고 손쉽게 정화할 수 있다.

또 하나, 환경복원공학 연구팀이 개발한 토양증기추출법(SVE)은 토양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휘발성 오염물질을 뽑아내 제거하는 기술이다. 특히 기름에 오염된 땅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이 기술은 비용이 적게 들고 설치가 간단하며, 넓은 땅에도 적합한 방법이다.

그럼 이미 기름에 오염된 물은 어떻게 정화할 수 있을까? 우선 계면활성제를 넣어 물속에서 비누가 때를 싸듯 오염물을 둘러싸게 한다. 이를 특수한 필터로 거르면 오염물이 제거된 깨끗한 물만 나온다. 특히 유기오염물과 중금속 등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그 밖에 양 교수팀은 물속에 가라앉아 쉽게 정화가 어려운 유기 오염물을 제거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모두 지금이라도 곧 적용이 가능한 방법이다.

“환경복원에는 반드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사람들이 그 중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 교수는 이 점이 안타깝다. 그래서 그는 연구실 밖에서도 녹색소비자연대, 한국환경과학기술협의회, 환경부 명예환경감사관 등 다양한 사회참여를 통해 환경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적인 수준이지요. 그러니 교토의정서가 적용되기 전에 빨리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막을 방법이 필요합니다.”

연구실은 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이 고민에 해답을 하나 내놨다. 바로 이산화탄소를 광합성에 사용하는 해조류를 키우는 것. 이들은 나란히 배열한 배양기 안에 해조류를 빽빽이 심어 빛을 받는 면적을 최대한 크게 설계했다. 그리고 24시간 빛을 쬐어주고 양분을 순환시키며 정기적으로 과다 번식한 조류를 걷어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공정을 설계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연구로 그는 2003년 10월 한국생물공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연구실은 최근 경사를 맞았다.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같은 학과, 같은 실험실의 부부박사가 탄생한 것. 그 주인공 김상준(28), 박지연(27)씨 부부는 둘다 오염토양을 정화하는 기술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밖에도 음식물 쓰레기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기술 특허, 천연물을 이용한 페인트 개발 등 연구실의 자랑거리는 끝이 없다.

“환경복원에는 국민, 정부, 기업 모두가 열의를 갖고 뛰어들어야 합니다.”앞으로도 깨끗한 환경을 지키려는 열정을 간직하고픈 환경복원공학 연구실은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양지원 교수가 미생물로 중금속을 제거하는 실험에서 필터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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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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