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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정보통신기술 흐름 한자리에

세계 최대 정보통신전시회 세빗 2005를 가다

지난 3월 10일 막을 올린 ‘세빗(CeBIT) 2005’ 취재를 위해 찾은 독일 북부 도시 하노버의 하늘은 수개월간 계속된 우기로 먹구름만이 잔뜩 끼어 있었다. 구(舊)동독과 서독을 잇는 가교인 이 도시의 시내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자,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규모의 초대형 전시장이 나타났다. 마치 궂은 날씨를 비웃기나 하듯 수많은 관람 인파와 참가기업들의 홍보 열기로 전시장 안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16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세빗에는 총 30만1000m2의 전시공간에 세계 72개국에서 온 6270개의 IT기업들이 참가해 자사의 기술력을 뽐냈다. 가히 IT올림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언제나 그렇듯 ‘세빗의 꽃’은 26번 전시장에 있는 ‘통신관’이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업체들이 노키아, 모토로라, 지멘스, T모바일, 소니에릭슨, NEC 등 세계적인 통신업체들과 어깨를 견주며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도이치텔레콤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초대형 전시부스를 마련한데다, 국내 중견업체인 팬택이 메인전시장인 이곳에 처음 입성하는데 힘입어 국내 기업들의 사기는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더욱이 개막 당일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삼성전자 부스를 가장 먼저 방문해 취재진이 대거 몰리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됐다.

올해 전시 주제는 ‘내일의 정신을 품어라’. ‘3세대 이동전화’ ‘통신과 방송 융합’ ‘멀티미디어 컨버전스’로 요약되는 올해의 주요 트렌드에 국내 업체들은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이기태 사장은 “처음 세빗에 참가한 1987년에는 우리 부스가 초가집 같았는데, 지금은 기술력이나 규모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화소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삼성전자가 선보인 세계 최초 700백만 화소폰.


3세대를 넘어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비동기식 3세대(WCDMA) 이동전화가 대거 쏟아졌다. 주요 휴대전화 제조사 중 WCDMA단말기를 선보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전시장을 둘러본 직후 팬택 이성규 사장은 “이제 유럽은 3세대 이동전화 방식이 대세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전시회에 참가한 삼성, LG, 팬택 등 국내 업체 CEO들은 한결같이 “올해 유럽에서 만큼은 WCDMA전화 시장의 급속한 신장이 예상된다”며 “향후 5억5000만대 규모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최고의 화제는 3세대를 넘어선 3.5세대 이동전화 기술인 ‘HSDPA’의 등장이었다. HSDPA는 통신 속도가 2Mbps에 불과한 WCDMA보다 무려 7배 빠른 14Mbps를 지원해 3.5세대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모뎀칩을 탑재한 HSDPA시스템과 이를 지원하는 상용 수준의 휴대전화를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 삼성전자 김운섭 부사장은 “우리가 시연한 HSDPA폰은 최근 지멘스 등이 선보인 박스 크기의 테스트 단말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상용단말기를 선보인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 참가에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노텔사 시스템과 자사 HSDPA폰이 고속주행 중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아쉽게도 이번 전시회에선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3월 14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정보통신 전시회인 ‘CTIA 2005’에서 북미 이동전화 사업자인 ‘싱귤러’ 마크가 찍힌 HSDPA폰을 공개했다. 박문화 LG전자 사장은 “싱귤러 등에 올 3분기 말이나 4분기 중 HSDPA폰을 공급하기 시작해 월 20만~30만대씩 연간 수백만대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휴대전화 제조사인 지멘스 역시 자국 이동전화 사업자인 T모바일과 함께 HSDPA모뎀카드를 노트북 PC에 꽂아 인터넷에 접속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그러나 휴대단말기 형태의 HSDPA폰을 보여 주지는 못했고, 일본 NEC도 HSDPA시스템만 전시했을 뿐이다. 미국 업체들은 직접 장비를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자사 와이맥스 기술을 소개했다. 무선 광대역 인터넷을 구현하는 와이맥스는 반경 48km 내에서 70Mbps의 속도로 통신한다. 와이맥스에 이동성을 덧붙인 와이브로 역시 시속 60km의 속도로 달리면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3.5세대로 분류된다.
 

3.5세대 이동통신시대의 개막.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 기간 동안 차세대이동통신단말기 HSDPA폰을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


휴대전화,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승부수

한편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은 세빗 이틀째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4세대는 정지 중 1Gbps, 이동 중 100Mbps의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차세대 이동전화기술로 7~8년 뒤에나 나올 법한 기술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내년 상반기에 가면 4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해 관심을 끌었다.

2006년 열리는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상용화될 전망인 이동형 디지털 방송(DMB)기술도 이번에 크게 부각됐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싸이버뱅크 등이 DMB를 결합한 휴대전화를 대거 선보이며 자신들의 앞선 기술력을 과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노키아 진영이 주도하는 DVB-H와 국내 T-DMB규격을 지원하는 지상파 DMB폰을 모두 선보였다. TU미디어는5월 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인 위성DMB폰을 전시했다.

LG전자도 위성DMB폰, T-DMB폰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했으며, 팬택도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위성DMB폰 ‘ST3’를 처음 외부에 공개했다. 국내 PDA스마트폰 전문업체인 싸이버뱅크는 대우와 함께 위성DMB를 지원하는 PDA폰 ‘B300’을 출품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외국 기업 중에서는 지멘스만이 DVB-H 전용 단말기만을 공개했으나, 휴대전화는 선보이지 않았다.

카메라폰 화소수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세빗에서 선보인 700만 화소 카메라폰 ‘SCH-V770’은 휴대전화와 멀티미디어의 컨버전스를 극명하게 보여준 이정표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500만 화소 카메라폰 출시로 카메라 화소 경쟁에서 우위로 올라선지 6개월만에 다시 700만화소폰을 선보인 것이다.

LG전자도 500만 화소폰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전시회에는 아쉽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팬택 역시 600만 화소폰 개발을 거의 끝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전시회에는 출품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김운섭 부사장은 “지난해 세빗에 소개된 주류 카메라폰은 100만 화소였다”며 “이번에는 200만 화소폰을 선보인 곳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올 하반기 GSM계열 휴대전화도 국내 CDMA폰과 마찬가지로 200만 화소폰 위주로 서서히 중심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소니에릭슨은 GPRS 휴대전화 모델 중 2종에 2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지멘스는 WCDMA폰 1종에, 파나소닉은 GPRS폰 1종에 2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이들 업체들은 외형상 디지털카메라와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카메라를 빼닮은 단말기들도 다수 출품했다.

3GB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무려 750여곡의 MP3 음악파일을 담을 수 있는 삼성전자의 PDA 스마트폰 ‘SGH-i300’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MP3기기, 외장형 HDD 등의 컨버전스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컨버전스라는 화두는 해외기업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소니에릭슨은 ‘모바일 워크맨’이라는 이름을 붙인 ‘W800’을 뮤직폰으로 공개했다.

이와 함께 향후 단말기와 모바일 서비스의 공동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엿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은 음악을 무선으로 내려받아 듣는 서비스를 전시회장에서 시연했다. 카메라폰 보급이 늘면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이미지를 블루투스나 USB포트를 통해 프린터에 바로 연결해 사진을 출력하는 시연회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편 정보기술의 미래를 엿보이게 하는 첨단기술도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특히 뇌와 모바일 기기를 연결하는 기술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오스트리아 업체인 구거테크놀로지스는 ‘뇌와 컴퓨터 간의 다이렉트 연결’(BCI)기술을 응용한 PDA ‘모빌랩’을 전시했다. 모빌랩은 뇌파를 측정하는 센서와 연결, 생체신호의 작은 패턴 변화를 파악한 뒤 이를 각종 기기를 조작하는 명령어로 바꿔준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두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도 생각을 보내 컴퓨터에 글자를 쓸 수 있게 된다.

이기태 사장도 휴대전화 컨버전스의 한계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2006년에는 뇌세포까지 자극하는 휴대전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뇌와 모바일 기기를 결합하는 기술을 향후 1~2년 안에 발표할 것을 예견했다.
 

세빗의 꽃 '통신관'에 올해 처음 입성한 팬택앤큐리텔 전시부스. DMB폰과 600백만화소폰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선보였다.

 

200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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