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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숙면이 몸짱 건강미인 만든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우리는 모두 매일 잠을 잔다. 인생의 3분의 1이 잠자는 시간이라면 평균 수명을 80세라고 볼 때 자그마치 27년이라는 시간을 잠으로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평생을 살면서 늦잠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도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학생은 쉬는 시간에, 직장인은 점심시간 후에 잠깐 자는 잠은 꿀맛 같다. 하지만 운전 중에는 단 몇초 동안의 졸음이 자칫 끔찍한 대형사고를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는 대부분 수면부족을 호소하면서도 잠자는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아침형 인간’ 이 사회적 열풍을 일으키면서 아침 6시 이전에 일어나 하루일과를 시작해 인생을 2배로 산다는 생활패턴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과연 잠을 적게 잘수록 성공한 사람이 많을까. 왜 우리는 잠을 자며, 얼마만큼 자는 것이 가장 좋을까. 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보자.

잠에도 단계가 있다
 

수면의 단계^잠을 청하기 시작하면 안구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비렘수면(연한색) 단계가 나타난다. 비렘수면은 잠든 깊이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다음 급속한 안구운동이 일어나는 렘수면(진한 색) 단계에서는 뇌가 깨어있는 상태와 비슷하다. 자는 동안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반복된다.


수면은 잠이 든 깊이에 따라 여러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생리학적으로는 뇌파, 안구운동, 근전도를 측정해 각 단계를 판단한다. 수면은 뚜렷하게 구분되는 2가지 상태가 번갈아 가면서 일어난다. 즉 급속한 안구운동이 일어나는 단계인 ‘렘수면’ (REM, Rapid Eye Movement)과 안구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단계인 ‘비렘수면’ (NREM, Non-Rapid Eye Movement)으로 구분된다.

잠을 청하면 비렘수면 상태가 먼저 나타나고, 비렘수면은 다시 4단계로 나뉜다. 비렘수면의 각 단계는 감각중추가 억제되는 정도에 따라 뇌파의 파형이 바뀌는 현상으로 구분된다. 1단계는 얕은 단계의 수면상태로 잠을 청하고부터 30초-7분 정도가 걸린다. 2단계는 보통 깊이의 수면상태로 전체 수면의 약 50%를 차지한다. 다음은 가장 깊은 수면 단계인 3, 4단계로서 잠에 곯아떨어진 상태다. 몸이 피곤하면 이 단계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다.

비렘수면에 이어 렘수면 상태가 나타난다. 렘수면 상태는 약 90-1백분동안 지속되며 하루저녁에 보통 4-5회 정도 주기가 반복된다. 급속한 안구운동이 나타나는 렘수면 상태는 성인의 경우 전체 수면 중 약 20%, 유아의 경우 약 50%를 차지한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깨어있을 때와 같은 형태의 뇌파가 발생하며, 혈압이나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고, 남자의 경우에는 음경이 발기한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꿈을 꾸기 때문에 렘수면을 ‘꿈수면’ 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면 렘수면에서만 꿈을 꾸는 것일까. 사실 뇌는 렘수면 단계와 비렘수면 단계에서 모두 꿈을 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렘수면 단계에서 꾸는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렘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면 뇌가 깨어있는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에 비교적 생생하게 꿈을 기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잠이 왜 필요할까. 잠의 기능은 아직까지도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가지 이론으로 설명이 되고 있다. 첫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잠을 잔다는 것. 즉 밤에는 잘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잔다는 얘기다. 또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포유동물의 경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잠을 잔다는 이론도 있다.

둘째, 우리가 자지 않고 활동하는 동안 신경전달물질을 비롯한 체내의 여러가지 화학물질은 점점 고갈되고, 뇌 안에 노폐물이 쌓인다. 때문에 생명활동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재생산하고, 노폐물을 제거해 뇌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잠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심한 운동을 한 후 잠을 잘 때는 화학물질 재생산을 위해 체내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 소모를 감소시키는 비렘수면이 증가한다. 따라서 이 설명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다.

셋째, 수많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형성되는 시기에는 렘수면이 증가하는 것으로 미루어 잠을 자는 동안 뇌의 기능을 시험하게 된다는 이론도 있다. 유아기 때 전체 수면 시간과 렘수면 시간이 증가하는 이유는 형성된 신경회로망을 테스트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넷째, 깨어있는 동안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뇌 안에 입력된 막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필요없는 정보를 제거할 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있다. 자는 동안 몸은 휴식을 취하지만 렘수면 기간 동안 학습이나 기억에 필요한 뇌 활동은 활발히 일어난다. 즉 렘수면은 뇌가 깨어있으면서 재충전을 해 내일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간인 것이다.

감기약 먹으면 졸린 이유

뇌는 잠자는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을 조절하는 생체시계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기능은 눈 뒤쪽 뇌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시신경교차상핵(SCN)이라는 곳에서 담당한다. 빛에 반응해 뇌신경호르몬의 분비, 체온, 렘수면 상태의 길이 등을 조절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생체시계를 관장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변화시켜 수면을 조절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콧물감기에 걸려 약을 먹으면 대책 없이 졸음이 온다. 이처럼 생체시계가 어긋나는 이유는 뭘까. 자지 않는 동안에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히스타민성 신경이 활성화돼 뇌가 깨어있는 각성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비렘수면 동안에는 히스타민성 신경의 활성이 줄어들고, 렘수면 동안에는 활성이 더욱 줄어든다. 콧물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성 신경을 억제해 뇌가 각성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졸음이 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부작용을 없앤 항히스타민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오지 않을까. 잠이 부족할 때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뇌 안에 축적돼 잠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에 달라붙어 아데노신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해 잠을 억제하는 것이다.

포유동물마다 잠자는데 쓰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포유동물 중 잠을 가장 많이 자는 동물은 나무늘보. 하루 20시간 이상 잔다. 하루 4시간만 일하고도 먹고 산다니 가장 행복한 동물이 아닐까. 반면 코끼리는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이를 찾아 이동하거나 먹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 3-4시간밖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덩치가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보다.

바닷속에 사는 포유동물인 돌고래는 가끔씩 물위로 올라와서 호흡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을까. 놀랍게도 돌고래의 뇌파 형태를 보면 한쪽 뇌가 잠을 자는 동안 다른 쪽 뇌는 정상적으로 활동한다. 때문에 24시간 지속적으로 물위로 올라와 호흡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돌고래처럼 번갈아 가면서 한쪽 뇌만 잠을 잘 수 있도록 뇌를 훈련시킨다면 24시간 동안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는 ‘24시간형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인은 잠꾸러기

이번 여름 열대야 현상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이들은 잠의 중요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잠이 많아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있다. 성인의 3분의 1은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고, 그 중 약 10%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지속적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저하돼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운전 중 사고위험이 증가하며,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고, 심장병이나 비만, 우울증, 노화가 촉진될 확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흰쥐를 재우지 않거나 렘수면을 방해했더니 2-3주 이내에 모두 사망했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이는 흰쥐를 굶겼을 때에 걸리는 사망시간과 비슷하다. 음식물 섭취만큼이나 적절한 잠은 생명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 얼마나 자는 것이 가장 적당할까.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몇시간이 가장 적당한지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시계에 의존하지 않고 저절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본인에게 알맞은 수면시간이다. 짧은 시간 자는 사람들은 정력적이고, 외향적이고 야심적인 사람이 많다고 한다. 에디슨, 나폴레옹, 대처가 여기에 속한다. 반대로 9시간 이상씩 자야하는 장시간 수면자도 있다. 하루 10시간 이상씩 자야했다는 아인슈타인을 보면 잠을 오래 잔다고 해서 무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는 동안 꿈속에서 영감을 얻어 우수한 업적을 이룩한 문학자들과 과학자들을 보면 수면시간이 단순히 낭비 시간은 아닌 것이다.

적당한 잠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일본에서 발표된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평균 수면시간은 성인 남자의 경우 7.5시간, 여자의 경우 7.1시간으로 조사됐다. 사망률이 가장 낮은 그룹은 남녀 모두 수면시간이 7시간이라고 답한 그룹이었으며, 수면시간이 이보다 많거나 적은 경우 모두 사망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수면시간이 4시간인 그룹은 7시간인 그룹보다 사망률이 무려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안자고 하루를 길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통계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모두 평균 수면시간이 6.5시간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수면이 부족한 상태다. 이로 인한 건강의 손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충분한 잠이 꼭 필요하다. 최근 독일 뤼벡대 얀 보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충분한 잠이 창의력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8시간 잔 그룹이 적게 잔 그룹에 비해 수학문제를 풀어낼 가능성이 3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뇌에 기억을 저장하기 전에 재구성하는 기능이 자는 동안 향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자신에게 적절한 시간동안 숙면을 취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권하고 싶다.

‘미인은 잠꾸러기’ 라는 말이 있다.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소 그리거 해슬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짧아질수록 비만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줄이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억제돼 식욕이 증가하고, 깨어있는 시간이 길수록 먹을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내분비계나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각종 피부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몸짱 미인이 되려면 실제로 잠꾸러기가 돼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 붐에 편승해서 억지로 ‘아침형 인간’ 이 되기 위해 일찍 일어나 활동하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는 자신에게 알맞은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웰빙’ 시대를 맞아 건강한 음식과 운동뿐만 아니라 ‘건강한 잠’도 고려해볼 때다.

200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한병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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