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식구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애완동물이 졸지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애완동물 배설물에 사람에게 해로운 세균이나 기생충이 득실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과 서울대 수의과대는 수도권 가정에서 기르는 애완견과 이구아나의 배설물을 검사한 결과를 지난 8월 12일 발표했다. 애완견 배설물의 경우 79건 중 21건에서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캠필로박터균, 녹농균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나왔다. 예를 들어 황색포도상구균은 폐렴, 장염, 식중독을 일으킨다.
또 10건에서는 개등포자충, 선충, 개회충 같은 기생충도 발견됐다. 서울대 수의과대 윤희정 교수는 “유아나 어린이가 개회충에 감염되면 심한 경우 시력을 잃거나 신경장애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새로운 애완동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구아나는 더 심각하다. 검사대상 31건 중 무려 27건의 배설물에 살모넬라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이 있었고, 2건에서는 선충이 나온 것.
우리나라 애완견 수는 약 3백만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위생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침대에서 애완동물과 같이 자고 음식을 나눠먹거나 입을 맞추는 등 지나친 접촉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한다.
애완동물의 배설물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처리한 다음 락스나 소독약으로 닦아내는 것이 좋다. 최소한 2개월에 한번씩 애완동물에게 구충약을 먹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