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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탐험의 꿈


지난 2월 17일은 남극 세종기지가 준공된지 만 16년이 되는 날이었다. 세종기지는 작년 12월 젊은 과학자 고 전재규 대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던 곳이다. 당시 극지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쇄빙선 하나 없이 작은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남극 바다로 나선 대원들의 모습은 큰 충격이자 아픔이었다. 과학에 대한 순수한 탐구 열정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나 가혹하고 열악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남극 탐험의 꿈’ 은 바로 그 세종기지가 탄생할 때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극지연구에 몰두해온 장순근 박사가 남극에서의 연구 활동을 모아 쓴 책이다. 장 박사는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남극탐험이었던 1985년 ‘한국 남극 관측 탐험대’ 활동을 비롯해 여러차례 남극과학연구단 월동연구대 대장을 맡아온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산 증인이다.

‘남극탐험의 꿈’ 은 남극의 관문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와 킹조지섬이 발견된 역사, 세종기지가 세워지기까지의 과정과 세종기지에서의 생활, 남극의 자연환경과 생명, 남극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남극탐험의 역사에서는 전설적인 영웅 어니스트 섀클턴을 만날 수 있고, 남극의 자연환경에서는 남극의 땅과 바위가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됐는지, 또 남극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삶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책에 소개된 킹조지섬에 있는 8개국 9개의 상주기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남극 세종기지와 북극 다산기지의 활동에 대한 안내는 극지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기지에서 회식을 하고 노래방을 이용하며 여가를 즐기는 대원들의 소소한 일상과,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부터 배낭여행객들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에서는 그간의 ‘춥고 혹독한 생활’ 이라는 어두운 이미지 외에 ‘그곳 역시 사람 사는 곳’ 이라는 포근함도 느낄 수 있다. 세계 각국 연구원들이 어울려 얼음축구를 즐기고, 남극올림픽과 남극마라톤을 개최하는 모습에서는 부러움마저 든다.

특히 ‘남극탐험의 꿈’ 에 실린 3백여장의 사진은 때로는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또 때로는 남극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남극 빙하와 얼음 위에서 걸음마를 시작한 새끼 스쿠아, 물속으로 뛰어드는 아델리펭귄, 해빙 위에서 낮잠을 즐기는 표범해표의 사진을 보면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세종기지를 알리고 극지 연구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순근 박사의 바람이다. 그의 희망대로 ‘남극탐험의 꿈’ 이 부디 사람들의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남극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0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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